‘밤이 내려앉은 파리의 어느 후미진 골목, 어디선가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를 울리며 다가온 마차 한 대. 그리고 펼쳐지는 시간여행.’ 여기까지 듣고 머릿속에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개봉 당시 영화 속 주인공이 운명처럼 마주친 마차를 타고 피츠제럴드, 피카소, 달리 등 꿈에 그리던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당시 파리 풍경에 완전히 매료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과 감동에 젖어든 관객도 적지 않다.
그리고 여기,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명화들의 배경이 된 현장을 직접 찾아 나선 이가 있다.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인 화가인 저자는 영화 속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우연히 그림 속 현장을 발견하고 그 작품에 얽힌 사연, 화가의 삶, 자신의 경험 등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책은 현장 사진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명화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여기에 화가들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일화, 사랑과 우정, 지은이 개인의 체험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유학 시절에 보고 느낀 것, 박물관 고문서에서 찾아낸 자료, 이웃에 살던 들로네의 손자에게서 들은 기증작 소송 사건, 자코메티 작품 경매 참관과 거장들의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느낀 것, 거장과 작품에 얽힌 이야기 등을 전한다.
류승희 지음 / 1만 7000원 / 아트북스 펴냄 / 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