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연말 '빅 배스 우려'에 "1분기 반등 노려라" 조언
11월~1월 주가에는 부정적이나, 실적 드러나는 2월 이후 회복 패턴 뚜렷

▲최근 조선업을 중심으로 연말 빅 배스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자,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에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사진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 = 연합뉴스)
삼성증권이 18일, 연말 빅 배스에 대한 우려에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빅 배스: Big Bath, 목욕을 해서 때를 씻어낸다는 뜻으로, 회사들이 과거의 부실요소를 한 회계년도에 모두 반영하여 손실이나 이익 규모를 있는 그대로 회계장부에 드러내는 것. - 한경 경제용어사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박성현 연구원은 "최근 조선업을 중심으로 연말 빅 배스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며 "개별 기업의 빅 배스와 이로 인한 실적 쇼크는 주가를 급락시키기도 하지만, 사실 반복적으로 대두되는 연말 실적 우려에 대해, 시장은 '우려의 선반영 → 확인 후 주가 반등'이라는 나름의 패턴을 지니고 있음을 인지하고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KOSPI의 분기별 영업이익 서프라이즈비율 평균값(왼쪽) 및 지배주주순이익 서프라이즈비율 평균값. (그래프 = 삼성증권)
참고 1: 2001년 1분기~2017년 3분기
참고 2: 영업이익 추정치가 20조, 실제치가 10조면 서프라이즈비율은 -50%
자료: WiseFn, 삼성증권

▲섹터별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 서프라이즈 비율 평균값. (그래프 = 삼성증권)
참고: 2001년 4분기~2016년 4분기(총 16개 분기) 평균값
4분기 실적이 늘 깨졌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추정치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업들이 주로 연말에 그간에 잠재손실 등을 한꺼번에 털고 가려는 경향이 강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실적 추정치와 확정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어닝 서프라이즈비율에서 4분기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평균 -15.3%,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으로 평균 -29.4%의 상당한 쇼크를 기록한 점을 가리키며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이 기업실적에 자꾸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과거의 이런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기간의 어닝 서프라이즈비율을 섹터별로 분석하며 평균적으로 산업재(조선, 운송, 건설 등 포함)를 비롯한 Cyclicals(경기민감주)에서 실적 쇼크가 크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주 산업의 경우 거시 환경과 업황의 변화에 따라 잠재적 손실이 커질 수 있고, 이를 연말에 한꺼번에 장부에 반영하면서 실적이 추정치를 크게 미스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가 반영은? 선반영 후회복 패턴
박성현 연구원은 이어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의 산업재 섹터 지수의 월간 수익률 추이를 통해 연말 빅 배스 우려가 주가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분석했다. 2013년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부진에 빠지고, 조선을 비롯한 수주 산업의 업황이 악화하기 시작했던 해다.
그림을 보면, 4분기 빅 배스 우려는 11월부터 조기에 반영되기 시작하여 통상 1월까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재 섹터와 조선 업종의 월별 수익률 평균값. (그래프 = 삼성증권)
참고: 2013년 1월~2017년 11월 월간 수익률 평균값, 월간평균지수 기준
자료: WiseFn, 삼성증권
박성현 연구원은 실적이 드러나는 2월 이후의 주가 반응을 눈여겨봤다. 11월~이듬해 1월까지 부진했던 주가는 2, 3월에 걸쳐 상당한 회복 흐름을 보였다. 산업재 내에서도 빅 배스의 주범인 조선업의 월간 수익률 흐름에는 이런 패턴이 보다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박성현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빅 배스와 이로 인한 실적 쇼크 가능성을 주가에 상당히 선반영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실적을 확인한 이후 되돌림 흐름을 나타낸다"면서, "다만 금년의 경우에는 해당 산업들의 빅 배스가 작년으로 일단락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이른 반등 흐름을 타다가 결국 실적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과거 패턴으로 회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KOSPI 연도별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 추정치 추이 비교. (그래프 = 삼성증권)
자료: Dataguide, 삼성증권
결론: 추가 하락 우려보다 1분기 반등 노릴 시점
빅 배스와 4분기 실적 쇼크 우려는 이번에도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하지만 박성현 연구원은 "주가가 이를 상당히 선반영하는 패턴을 상기한다면, 오히려 지금은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보다는 향후 주가 반등에 대한 기회를 노릴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과거 유가 하락기 및 경기가 부진했던 시기와는 달리, 지금은 유가 회복 및 경기 확장(Expansion) 국면에 접어들어 있다"며 2013년에서 2015년까지 4분기 실적 추정치의 패턴은 실적 발표 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나, 경기가 회복(Recovery)기에 접어든 작년의 경우 추정치의 흐름은 좀 더 단단해졌으며, 금년의 경우 오히려 우상향 흐름을 타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는 "빅 배스의 출현 가능성은 줄어들고, 실적 성장(growth)은 담보된 상황이라면 주가 조정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