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뛰어난 화질을 앞세우는 삼성전자의 QLED TV '더 프레임'(위)과 LG전자 'LG 시그니쳐 OLED TV W'. (사진 = 삼성전자, LG전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고가 프리미엄 TV 경쟁에 미술계도 소환됐다. 삼성전자의 QLED TV '더 프레임'과 LG전자의 'LG SIGNATURE OLED TV'는 저마다 최고의 화질을 구현하는 TV라면서 점유율 산출방법 논란, 번인(Burn-in: 잔상)현상 관련 논란 등 치열한 장외 신경전까지 벌이며 경쟁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그림, 사진 등의 예술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눈높이가 다른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으며 프리미엄 TV 수요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다만, 두 TV 기술의 근본 원리가 다른 것처럼, 예술 마케팅의 방법도 조금 다른 것이 흥미롭다.
QLED 대 OLED, 어떤 기술 차이?
삼성전자의 QLED TV는 LED(발광다이오드)를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기존의 LED TV에 녹색과 적색의 '퀀텀닷'이 코팅된 아주 얇은 막을 한 층 더 씌워 TV 색감을 더욱 생생하게 바꿔주는 방식이다. 기존 백라이트 광원을 사용해야 하므로 두께가 얇아지는 데 한계가 있고 디자인도 기존 LED TV와 큰 차이가 없다.
LG전자의 OLED TV는 '유기발광다이오드'라고 하는,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 화합물을 이용한 TV다. OLED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따로 백라이트 광원이 필요 없으며, 따라서 블랙의 재현력이 뛰어나고 명암비가 매우 높다. 또한 백라이트 광원 없이 OLED 한 장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두께가 매우 얇고 비교적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기 힘들다.
기술은 다르지만 둘 다 기존의 LCD TV보다 훨씬 뛰어나고 생생한 화질을 구현한다는 것이 뚜렷한 장점이고,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진입장벽이다. 이에 두 회사는 '더욱 뛰어난 화질'에 대한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그림이나 사진 등 시각 예술 분야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림과 사진 애호가들이라면 기존의 디스플레이보다 뛰어난 화질에 대한 욕구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시티 '롤리포룸 시케이로스' 갤러리에서 열린 더 프레임 론칭 이벤트 전시에서 한 관람객이 더 프레임에 디스플레이 된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 QLED TV '더 프레임'
"TV가 꼭 얇아야 해?"
두툼한 액자 프레임 앞세운 역발상
QLED TV는 백라이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 구조이기 때문에 두께를 얇게 만드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화질은 기존 LCD TV보다 뛰어나지만, 빛을 내는 기본 원리가 같기 때문에 두께 경쟁에서는 딱히 유리할 게 없다. 또한, LG전자의 주력 제품인 OLED TV는 두께가 2mm 수준까지 얇아질 수 있어 감히 대적할 엄두도 낼 수 없다. LG전자는 OLED TV의 얇은 두께를 내세우며 월페이퍼(벽지)라는 별칭을 사용한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괜히 이것과 싸우느라 쓸데없는 힘을 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인 듯 하다.
QLED TV는 기존 LCD TV보다 색 재현력이 뛰어나다는 뚜렷한 강점이 있다. 화질 면에서는 OLED TV와 분명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다만, 두께가 얇은 게 OLED의 장점이라면 QLED는 반대로 두꺼운 것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인테리어라는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거실 벽면에 경이로울 정도로 얇은 TV가 걸려있는 것보다 취향에 맞는 한 폭의 예술 작품을 액자에 담아 걸어놓는 것이 더 고급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예술 작품이 얇은 TV 화면에 뜨는 것도 멋지지만, 작품에 어울리는 적당한 두께의 틀을 갖춘 액자에 담겨있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은 바로 이런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TV를 액자로 보이게 만든 제품이다.
아이디어는 단순하고 사소하다. TV 업계는 그동안 경쟁적으로 베젤을 얇게, 더 얇게 만들어왔지만, 그래 봤자 크고 육중한 가전제품이라는 TV 본연의 느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더 프레임'은 오히려 노골적인 액자 틀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디자인 면에서 더욱 깔끔하고 특별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리고 이 액자 틀은 다양한 색상, 재질로 제공되어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과 그 공간의 인테리어 콘셉트에 맞게 바꿔 부착할 수가 있다.
▲삼성전자는 액자 형태를 선택한 '더 프레임'의 디자인에 대해 "다양한 액자를 조화롭게 배치해 거실 인테리어의 포인트로 삼는, 결코 역사가 짧지 않은 디자인 트렌드"라며 영화 '베스트 오퍼'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사진 = 영화 '베스트 오퍼' 프로모 사진, 박수 엔터테인먼트)
흔해 빠진 게 액자인데,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하고 특별하냐고 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다르게 설명한다. 삼성전자는 "오늘날 액자는 일상의 일부가 된 만큼 인간의 인식 영역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분명한 건 액자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적지 않은 파워와 의미를 갖고 인간의 심리 체계와 상호작용하게 된 미시적 구조물이란 사실이다.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상당한 의미로 삶에 작동하는 일상의 디테일인 셈"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는 '더 프레임'을 소개할 때 다른 액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다양한 액자를 조화롭게 배치해 거실 인테리어의 포인트로 삼는, 결코 역사가 짧지 않은 디자인 트렌드"라며 "더 프레임은 말 그대로 액자와 똑같은 모양으로 이 트렌드에 완벽하게 녹아든다"고 설명한다.
TV 속으로 들어온 갤러리
모양만 액자인 게 아니라, 액자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더 프레임의 '아트모드'를 활성화 하면 TV를 시청하지 않고 꺼두었을 때 검은 화면인 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액자처럼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준다. 특히 센서를 통해 주변의 조명 상태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최적의 화질을 조정하면서 액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렇다고 꺼진 TV 주제에 마냥 전기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해서 켜 주고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지는 에너지 절약 기능도 있다.
'더 프레임'이 사용자의 인테리어에 예술을 담는 액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그에 걸맞은 예술 작품을 보여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더 프레임' 안에 100여 개의 작품을 내장했을 뿐 아니라, 추가 콘텐츠 구매도 가능하도록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월정액 가입을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또는 영구 소장을 위한 별도 콘텐츠 구매 등이 가능하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계 트렌드도 반영할 방법도 고안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유명 갤러리 및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더 프레임으로 볼 수 있는 예술 작품 콘텐츠들을 계속해서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출시 한 달 동안 영국의 '사치 갤러리', 오스트리아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 전 세계 10여 개 갤러리, 미술관 및 국제 보도 사진그룹 '매그넘' 등과 제휴를 맺는 등 예술 작품 유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서둘렀다.
▲2017년 6월 서울 '인사1길' 유니온 아트페어에서 만화작가 혀영만 화백이 더 프레임에 구현된 자신의 작품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12월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신여성 도착하다'의 전시 작품 중 10점이 더 프레임을 통해 무료로 서비스된다. 왼쪽부터 이유태 작가의 '화운', 김중현 작가의 '춘양', 김기창 작가의 '정청'. (사진 = 삼성전자)
지난 7월에는 세계 최대 경매 회사 소더비 경매장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사용자는 삼성 스마트 TV의 '소더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더비 전체 경매 카탈로그를 볼 수 있으며, 50여 개 소더비 제휴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450개 이상의 예술품 관련 영상이 수록된 소더비 뮤지엄 네트워크에도 접속할 수 있다. 또한, 멕시코 출시 당시에는 멕시코시티의 '폴리포룸 시케이로스' 갤러리에서 론칭 이벤트를 진행하며 멕시코 관광부와 협업해 마야 유적 '치첸이트자', '독립기념탑' 등 멕시코 주요 관광명소 작품을 화면으로 제공했다. 화가이자 디자이너로 유명한 페드로 프라이드베르그(Pedro Friedeberg)를 포함해 하비에르 마린 (Javier Marin), 산티아고 카르보넬(Santiago Carbonell) 등 멕시코 유명화가와 사진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도 지원했다.
12월 14일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약을 맺고 향후 1년간 진행될 주요 전시회의 작품을 선정해 더 프레임에 무료로 공개하기로 했다. 그 첫 작품들은 12월 21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릴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회 작품 중 김기창, 장우성, 이유태, 김중현 등 근대 대표 작가들이 근대 신여성들을 그린 작품 10점이다.
이번 협약에 대해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i)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더 프레임은 '예술이 삶을 변화시킨다'는 현대 미술의 가치와 잘 맞는 새로운 개념의 TV"라며, "국내 최초로 TV를 통해 전시 작품을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등 전시업계에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한상숙 상무는 "더 프레임은 TV에 대한 기존 정의를 뛰어넘은 제품으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아트 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예술 분야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예술과의 접점을 점차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4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케이옥션 아트타워 전시장에 ‘LG SIGNATURE(시그니처) 올레드 TV W’를 설치하고, 경매에 출품되는 주요 미술작품을 소개했다. (사진 = LG전자)
LG전자 'LG 시그니쳐 OLED TV'
'벽지 수준' 혁신적인 두께
전시 현장에 참여해 새 전시 트렌드 주도
삼성전자의 예술 마케팅이 예술 작품들을 사용자의 안방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라면, LG전자는 예술 작품이 가장 적극적으로 유통되는 전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세계의 여러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OLED TV를 통해 각종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는 방식은 액자나 캔버스를 벽에 걸어 조명을 비추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은 액자라는 기존의 작품 감상 방식의 고유함을 중요하게 생각한 제품이다. 반면, LG전자의 'LG 시그니처 OLED TV W'는 두께가 겨우 수 mm에 불과한, 혁신적으로 얇고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전시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다. 또한, 베젤의 개념조차 무의미할 만큼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인해 액자조차 없이 작품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전시용 디스플레이로는 더 효과적인 제품일 수도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헝가리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피카소 전'에 OLED TV를 설치해 피카소 작품들을 소개했고, 7월에는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40회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이사회 총회에서 파괴될 위험에 처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디스플레이로 시그니처 OLED TV를 활용했다. 또한, 이스탄불 아야소피아(Ayasofia) 박물관도 터키의 종교, 예술, 문화 등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에 LG전자의 OLED TV를 활용하고 있다.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 아야소피아(Ayasofia)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 OLED TV를 통해 소개되는 터키의 역사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지난해 6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사진전에서 관람객들이 LG OLED TV를 통해 보여지는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왕궁에서는 황금 색채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소개하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LG전자가 이 왕궁에 16대의 4K TV를 설치하면서, 마블 홀에 설치한 OLED TV를 통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벨베데레 왕궁 측에서 클림트 특유의 신비로운 황금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LG전자의 OLED TV를 선택한 것이며, 왕궁 측은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이곳에서 클림트 작품을 감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밖에도 LG전자의 OLED TV는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등에서 진행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전', 그래피티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위대한 낙서 전' 등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디스플레이로 사용됐다. 특히 4월에는 케이옥션 아트타워 전시장에서 경매품을 사전에 관람할 수 있는 프리뷰 전시회에 'LG 시그니쳐 OLED TV W'가 사용됐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시그니쳐 OLED TV W'는 벽에 설치했을 때의 두께가 4mm 미만으로, "마치 그림 한 장이 벽에 붙어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화면 이외의 요소를 배제한 디자인과 궁극의 화질이 더해져 작품을 소개할 때 마치 눈앞에서 실제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자신했다.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