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임원 전면 진출…오너일가는 ‘정중동(靜中動)’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LG·SK·한화 등 그룹사는 내년도 경영일선을 책임질 2018 정기임원 인사를 대부분 마무리 했다. 삼성·LG·SK·한화 본사 전경. 사진 = CNB 포토뱅크
(CNB저널 = 김주경 기자) 삼성·LG·SK 등 ‘재계 Top 5’ 안에 드는 대기업집단의 2018년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젊은 임원의 대거 발탁과 여성임원의 대거 탄생, 실적 좋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승진 폭이 컸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마디로 ‘세대교체·신상필벌·성평등’에 방점이 찍혔다. 이를 주요그룹별로 살펴봤다.
재계는 2018년 경영일선을 책임질 정기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저성장 기조와 불투명한 대내외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인사시기를 앞당긴 점이 눈에 띈다. 성과중심의 ‘신상필벌(信賞必罰)’은 예년과 다름없지만 세대교체, 깜짝 발탁, 여성 비중 확대 등은 시선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주요 계열사들이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최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안정 속 변화’ 기조를 택했다.
지난 10월과 11월 3차례에 걸쳐 사업부문장, 사장단, 임원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사장 승진자 7명 전원이 50대로 바뀌면서 ‘세대교체’의 포문을 열었다. 평균 나이 57세로 전임자 평균 나이 63.3세보다 6.3세나 젊다.
반도체 사업 총괄 DS부문장은 김기남 사장, CE부문장 VD(영상 디스플레이)사업부에는 김현석 사장, IM(IT·모바일) 부문장에는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을 임명했다.
또 여성 리더들의 설 자리를 넓힌 점이 돋보였다. 여성임원 7명을 신규 기용했는데, 이는 2016년 6명, 2017년 2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여성들의 진출과 세대교체는 두드러졌지만, 조직개편의 폭은 크지 않았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221명이 승진함에 따라 체질 변화가 클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는 CE·IM·DS 등 3개 사업부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삼성은 ‘안정 속 변화’를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과 젊은 피를 수혈하며 변화를 꾀하면서도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서다.
LG전자, 첫 여성 전무 탄생
LG그룹은 11월 말 실시한 정기인사에서 성과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157명에 대한 임원인사가 단행됐는데, 지난해 기준 150명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특히 승진자 가운데 여성 3명, 외국인 1명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류혜정 상무가 전무로 오르며 LG전자 역사상 첫 여성 전무가 탄생했다.
또 부회장 1명, 사장 5명, 부사장 17명, 전무 40명, 상무 94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승진이 단행됐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덕분이다. 하지만 전무 승진설이 돌았던 구본무 회장 아들인 구광모 상무의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스마트폰과 TV·자동차부품 등의 제품을 통합연구하는 ‘융복합사업개발센터’ 가 신설됐다.
LG그룹은 CNB에 “이번 인사규모가 커진 것은 생활가전과 디스플레이·화학 등 그룹 전반에 걸쳐 실적 향상과 ‘성과주의와 현장 중심’의 LG 인사원칙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SK, 세대교체 ‘속도전’
SK 역시 임원에 대한 ‘세대교체’에 방점을 두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다만, 지난해에 사장단 인사 폭이 컸던 탓에, 올해는 조직안정화에 방점을 뒀다.
SK그룹은 12월 7일 신규선임 107명을 포함해 총 163명에 대한 2018년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164명(신규선임 103명)과 비슷한 규모다.
주요 사장급 인사로는 조경목 SK에너지 사장과 이인찬 SK플래닛 사장, 안정옥 SK주식회사 C&C 사장, 서성원 SK텔레콤 MNO사업부 사장, 안재현 SK건설 글로벌 비즈 대표 사장 정도다.
이번 승진은 특히나 올해 좋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양사 모두 내년 전망도 밝은 만큼,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해 대규모 승진이 실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가 뛰어난 계열사를 중심으로 젊은 임원의 과감한 발탁도 눈에 띈다. 신규임원 평균연령은 48.7세로 상당히 젊어졌다. 그 중 70년대 생이 약30%를 차지한다.
최연소 임원은 카이스트 출신 이종민 SK텔레콤 미디어 인프라 랩장이다. 올해 39세인 그는 세계 최초로 모바일 생방송 신기술의 자체개발 및 상용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승진했다. 젊은 피를 내세워 신사업 분야에서 빠르고 혁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SK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 임원 등용도 시선을 모은다. 이번 인사를 통해 4명의 여성 임원이 탄생했는데 절반이 SK이노베이션 계열이다. 차이리엔춘 SK이노베이션 중국담당 임원과 안옥경 SK에너지 물류경영실장 등이다.
SK 측은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 중심의 인사원칙을 명확히 하고 유능인재의 조기 발탁과 전면배치를 통해 혁신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조용한 혁신
한화그룹은 11월 17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그룹 내 최고기구 격인 ‘경영조정위원회’에 힘을 실어줬다. 또 사상 최대실적을 낸 화학과 금융 중심의 승진이 주를 이뤘다.
먼저 그룹 내 2명에 불과한 부회장에는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을 임명했다. 올해 그룹 내에서 가장 뛰어난 실적을 낸 금융과 화학 부문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한화케미칼을 제외한 그룹 제조부문인 한화건설, 한화테크윈은 승진자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최고영업책임자·COO)에 대한 승진여부도 관심사였지만 이번 승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룹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됐던 계열사 임원 인사는 올해부터 각 계열사별로 발표하기로 함에 따라 현재 계열사 별로 임원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계열사는 승진의 폭이 좁았다. 한화그룹 직속 한화테크윈, 한화지상방산 등 6개 계열사에 대한 임원인사에서는 전무 1명, 상무보 15명이 승진한 데 이어, 한화케미칼은 이번 인사에서 전무 5명, 상무 4명, 상무보 9명 등 총 18명이 승진했다. 한화첨단소재는 상무1명, 상무보 1명 등 2명이 임원 뱃지를 달았다.
CJ, 100조원 목표 조직 확대
이재현 회장 경영복귀 이후 처음 단행된 CJ그룹 인사는 세대교체와 ‘미래 먹거리’ 조직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CJ그룹은 주요 계열사 50대 젊은 CEO를 전면에 배치했다. CJ제일제당 신임대표이사에 신현재 사장,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에 김홍기 총괄부사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맡아온 김철하 부회장은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을 10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2020그레이트 CJ’를 달성하기 위해 젊은 CEO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오너 일가의 경영 진출도 두드러졌다. 이재현 회장 장녀인 이경후 상무와 남편인 정종환 상무가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동반 승진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 부장은 이번 승진인사에서 제외됐다.
이밖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중에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해처럼 이번 인사에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내년 임원 승진자(부사장급 이하) 수는 올해보다 5~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소속 임원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급여 10%를 반납할 예정이다. 올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한 탓이다.
김주경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