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발언하는 그림으로 다른 의견과의 소통 가능성을 꾀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분명한 주제의식을 지닌 민중예술가 임옥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40여 년이 넘은 지금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임옥상의 작품들을 직접 쓴 글과 함께 엮은 책이다.
한국현대사에 잊히지 않을 한 획으로 남은 지난 겨울, 저자는 주말마다 광장에 섰다. 끓어오르던 촛불의 함성은 그의 손에서 캔버스 108개, 가로 16미터 크기 대형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 그림 ‘광장에, 서’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정신에 부합하다는 평을 들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청와대 본관에 걸렸다.
사람들은 편안한 것을 말하고자 하지만 저자는 불편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껄끄러운 것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직시한다. 그렇게 그의 캔버스에서 한국 현대사는 시대의 기록으로 승화되곤 한다. 한 개인의 시선을 넘어 1970~1990년대 대한민국 현대사를 살아낸 이들을 위한 생의 기록화이기도 한 이 책에는 임영방, 강성원, 김윤수, 김용옥, 도정일, 성완경의 평론도 함께 수록됐다. 이들의 평론이 민중예술가 임옥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임옥상 지음, 그림 / 2만 8000원 / 에피파니 펴냄 / 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