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사이트 ④] 비트코인 광풍 덕에 떼돈 버는 테마주 기업 명단은?
▲12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비트코인 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무섭게 폭주하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너나 없이 채굴과 투자, 거래를 통해 ‘대박’을 노리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비트코인 열풍 속에 가려진 진짜 수혜기업 찾기에 한창이다. 일단은 거대한 현금이 오가는 거래소 사이트와 채굴용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제조기업들이 유력한 최종 승자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과연 비트코인 광풍의 진짜 수혜자는 어디일까?
비트코인, "두번째 골드 러시"
2017년 최고의 핫 키워드는 단연 ‘비트코인’이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100만 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매주 꾸준히 올라 200만 원, 400만 원을 돌파하더니 10월부터는 엘리베이터를 탄 듯 폭주해 한 때는 2500만 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연말인 12월 28일 기준 비트코인 국내 가격은 연초의 20배가 넘는 2100만 원 대를 오르내린다.
이 과정에서 그간 해커나 IT 전문가들만의 관심사였던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가 평범한 회사원과 주부들은 물론 노인과 청소년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대세’로 떠올랐다. 어떤 이는 현명한 투자로 거대한 부를 이뤘고, 어떤 이는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을 봤다.
▲최근 2년 간의 비트코인 가격 추이. 올해 들어 엄청난 급등세를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코인원)
기존 금융투자업계의 큰 손들도 저마다 엇갈린 전망을 내놓으며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했다. 최근 시카고선물거래소(CME),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이 잇따라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며 사실상 비트코인은 제도권에 진입했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의 암호화폐 열풍을 두고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등 전세계를 들썩였던 ‘골드 러시’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다. 애초에 비트코인의 암호화폐 생성 작업을 ‘채굴(mining)’이라 명명한 것도 이를 빗댄 것이다.
그렇다면 골드 러시 당시 광부들보다 그들에게 필수적이었던 작업복 '청바지'를 판매한 기업이 최종 승자로 남은 것처럼 이번 비트코인 광풍에서도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적으로 지목되는 후보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업들과 비트코인 채굴 장비를 만드는 기업들이다.
황금알을 낳는 닭… 거래소의 주인들
“카지노 도박판의 유일한 승자는 카지노 업주”라는 말처럼 암호화폐 열풍의 가장 두드러진 승자는 단연 거래소 운영 기업이다. 암호화폐 거래소(Cryptocurrency exchange) 혹은 디지털 화폐 거래소(digital currency exchange)로 불리는 이들은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또는 현금 입출금이 발생할 때마다 소액의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 수수료율은 거래액의 0.15%(빗썸)에서 0.05%(업비트)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0.1% 내외다. 주식거래의 수수료율이 평균 0.005%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20~30배에 달해 수익성이 높다.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빠른 속도로 거래소 수가 늘고 덩치도 비대해졌다. 국내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로는 빗썸(Bithumb), 코인원(Coinone), 코빗(Korbit), 코인네스트(Coinnest), 업비트(UpBit) 등이 있다.
‘국내 1위’ 빗썸은 회원수 250만 명, 월 거래량 56조 원(11월 기준) 등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거래소다. 최근 6개월 간 세계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순위를 제공하는 코인힐즈의 자료에 따르면 빗썸의 1일 거래량은 13만 8620 비트코인으로 바이낸스(Binance), 비트렉스(Bittrex)에 이은 글로벌 3위다(12월 28일 기준). 지난 6월 빗썸 직원의 과실로 약 3만 6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고 최근 들어 거래량이 늘면서 수시로 서버가 다운되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으나 국내 1위의 위상은 변함이 없는 상태다.
빗썸의 운영사는 비상장회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이다. 최근에 공개된 이 회사의 기업소개서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은 1882억 원, 영업이익은 1645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87.4%에 달한다. 비상장회사다보니 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와 옴니텔, 투자사인 DB금융투자와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수혜주로 거론된다. 공시에 따르면 디지털방송장비업체 비덴트는 지난 2월 27일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주식 1000주를 약 24억 원에 취득했다. 통신장비업체 옴니텔도 3월 8일에 1000주를 24억 2000만 원에 매입했다.
▲코인힐즈의 글로벌 거래소 거래량 순위. (사진 = 코인힐즈)
‘신흥 강자’ 업비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119개의 암호화폐를 거래 가능한 사이트로 해외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제휴를 통해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0월 24일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거래량 기준으로는 이미 빗썸을 추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진입장벽이 높았던 해외의 수많은 알트코인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 덕분이다. 빗썸의 경우 거래 가능한 암호화폐가 12종 밖에 되지 않는다.
운영사는 핀테크 스타트업 ‘두나무’로 카카오의 주식정보 서비스 카카오스탁을 운영해온 회사다. 두나무는 최근 이석우 카카오 전 공동대표를 신임대표로 선임하는 등 카카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 주주 명부에는 카카오(9.42%), 카카오의 투자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13.29%), 카카오청년창업펀드(3.14%) 등이 기재돼 있는데 이를 합하면 카카오는 송치형 창업자(보유 지분 31.26%)에 이은 2대 주주가 된다.
이외에 국내 최초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은 지난 9월 게임기업 넥슨의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가 지분 65.19%를 913억 원에 인수해 지배 주주가 됐다. 코인원의 모회사인 데일리금융그룹의 지분 52.39%를 1126억 원에 인수한 옐로모바일도 ‘암호화폐 테마주’로 구분된다.
대체적으로 IT분야 기업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에 적극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암호화폐 열풍이 커질수록 이 회사들의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굴 도구 공급자, TSMC와 삼성전자
고성능 그래픽 칩셋(GPU)을 생산하는 엔비디아(NVidia), AMD 등은 비트코인 열풍으로 이미 직접적인 수혜를 맛봤다.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SHA-256 해시함수 계산에 CPU보다 GPU가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최적의 채굴 장비로 지목된 덕분이다.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양대 핵심 부품인 고성능 GPU와 그래픽D램을 생산하는 TSMC와 삼성전자도 이 과정에서 매출이 늘었다.
덕분에 올 초 국내 컴퓨터 부품 시장에서 지포스, 라데온 등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현금을 싸들고 가도 제품을 구입할 수 없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로 고성능 3D 게임 소비자로 한정되던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새로운 거대 수요자가 발생한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7년 고성능 그래픽카드 수요의 40%가 암호화폐 관련 수요였다.
하지만 GPU의 효용성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올해 엔비디아와 AMD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약 5% 정도의 매출 증가 효과를 얻었다.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규모인데 이는 대부분의 기업형 비트코인 채굴장이 그래픽카드가 아닌 전용 ASIC(주문형 반도체,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위주로 바뀐 때문이다.
▲비트메인의 비트코인 전용 ASIC 채굴기 ‘앤트마이너 S9’ (사진 = 비트메인)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의 대부로 잘 알려진 ‘우지한’이 운영하는 초대형 채굴기업 ‘비트메인’이다. 이 회사는 ASIC 채굴기를 대규모로 설치해 비트코인 채굴 네트워크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비트메인은 189개의 ASIC 칩셋이 탑재된 비트코인 채굴기 ‘앤트마이너 S9’을 자체 공장에서 대거 가동하는 한편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하고 있다.
ASIC이 대세로 자리잡으며 다시금 주목받는 기업이 TSMC와 삼성전자다. ASIC의 고성능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고성능 ASIC의 대량 위탁생산이 가능한 두 기업의 위상이 재차 높아진 것.
이미 TSMC는 비트메인의 ASIC 칩셋을 위탁생산해 짭짤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메인 외에도 여러 가상화폐 채굴기업의 ASIC을 위탁생산하면서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올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 삼성전자 역시 이 수요에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러시아의 비트코인 채굴기업 바이칼과 ASIC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샘플 생산은 이미 완료됐으며 2018년 1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채굴 기업들은 7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등 첨단 기술의 도입을 가장 환영하는 세력”이라며 “TSMC와 삼성전자가 적절히 대처한다면 '비트코인 시대 청바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식 es.jung@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