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골프만사] 새해에는 철들어 아내와도 골프 치려나
(CNB저널 =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한 해가 마무리 되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의 골프도 시즌이 끝나 동면에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덧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 역시 자연의 섭리겠지요. 골프 역시 그렇습니다. 올해에는 드라이버 거리가 얼마나 줄 것인지 나와 골프 친구들의 건강이 허락될지 궁금합니다. 이제 2017년의 골프를 정리하고 2018년을 맞이할 때가 됐습니다.
골프는 매우 이기적인 스포츠입니다. 혼자 공을 때려내는 운동이라 모든 책임이 골퍼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골프는 계급이 뚜렷한 종목이기도 합니다. 미국 PGA에서는 캐디가 백을 맨 선수를 ‘보스’라 칭합니다. 어느 스포츠에도 없는 호칭이지요. 이 역시 캐디가 조언은 하지만 모든 결정을 선수가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고독하고 외로운 골프를 아마추어들이 즐기다보니 어느 정도 이기적인 모양새를 닮아가기도 합니다.
아마추어 일반 골퍼들을 생각해봅니다. 고수와 하수로 나뉩니다. 고수는 고수끼리 하수는 하수끼리 어울립니다. 일련의 계층이 생긴 것이지요. 고수들은 하수들과 같이 놀아주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저의 골프를 되돌아봅니다. 필자의 골프 수준은 비교적 상위 고수에 속합니다.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저 역시 제 수준에 맞는 동반자들과 어울리기를 원했습니다. 가끔은 시건방지고 하수를 업신여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고수들이 훨씬 많겠지만요.
“정말로 즐거운 친분 나눴나?” 물으면
몇 명이나 자신 있게 “네!” 답할까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가까운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골프를 즐깁니다. 그럼에도 매번 즐겁지만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까칠하고 괴팍한 동료 때문이기도 하고, 사소한 룰 때문이기도 하며, 작은 내기에 마음이 상해서 그렇기도 했습니다. 저도 인정합니다. 골프를 즐기는 예찬론자들의 가장 큰 골프 자랑은 여러 명이 오랜 시간 같이 있어 친분을 나누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사실이기도 합니다. 한 번 골프를 같이하면 최소 다섯 시간을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골퍼가 스윙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위키피디아
물론 친분을 나누기에 너무나 적당한 스포츠임에는 확실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즐거운 친분을 나눴는지요?”라고 질문한다면 “네!”라고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묘한 골프의 이중성이지요. 남을 배려하고 나를 희생해야 이뤄지는 것이 ‘골프의 도’이기 때문이지요.
고백하건데 실력자들은 하수와 어울리기보다는 고수끼리의 그들만의 리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수가 한수 가르쳐달라고 애원해도 선뜻 나서지 않았었고 무시해버린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저의 기량을 높이고 스코어를 낮추기 위해 이기적으로 많은 연습과 라운드를 하다보니 연습장 동료나 동반자의 배려보다는 내 욕심을 채우기 바빴지요. 어찌 보면 안하무인의 예의 없는 골퍼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습니다.
많은 친구들, 동료들, 사업동료 등과 수없이 치면서 정작 사랑하는 아내나 가족들과의 라운드는 소홀히 했었습니다. 실제로 골프를 즐기기보다는 친구들과 치고, 놀고, 먹으려고 골프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한 푼이라도 경비를 덜 내기 위해,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전쟁을 치르듯 골프를 했던 것도 절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2017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이런 이기적인 골프 마인드를 반성해야겠습니다. 매번 그렇지만 연초가 되니 필자가 철이 드나 봅니다. 새해에는 가족과 아내와의 라운드 수를 늘려야 하겠습니다. 또한 남을 배려하고 나를 희생해 즐겁고 품격 높은 골프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