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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8 리포트 ②] 현대車, 수소차-첨단 성과…"도시 연결구상은 미흡"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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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1호 윤지원⁄ 2018.01.19 16:31:36

▲현대자동차㈜가 1월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가해 미래형 SUV ‘NEXO(넥쏘)’의 차명과 제원을 처음 공개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18'(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펼쳐졌다. 올해 CES 2018은 스마트시티(Smart City)라는 개념을 핵심 아젠다로 삼았으며, 세계 150여 국의 3900여 기업이 저마다 혁신을 부르짖으며 다양한 신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LG·현대차 등 170여 업체가 참여했다. CES 2018에 소개된 다양한 최신 트렌드와 혁신 동향을 살펴보고, 분야별로 국내 기업의 현주소를 점검해봤다.


원래 CES의 주역은 삼성전자나 소니 등 전기·전자 업체들이었다. 하지만 요즘 CES에서는 매년 토요타, 폭스바겐, 포드 같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부스가 주목받는다. 짐 해킷 포드 CEO는 올해 CES 2018의 기조연설을 맡았고,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자동차 제조업이 아닌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엔비디아, 오로라 같은 IT 기업들은 스마트카,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선보였고, 삼성전자나 파나소닉 등은 전장부품 분야의 신기술을 자랑했다. 국내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이번 CES 2018에 참가해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다양한 미래 자동차 분야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I. 더 똑똑해진 미래형 콕핏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콕핏(Cockpit)은 비행기 조종석을 뜻한다. 자동차에서도 운전석 및 조수석 등의 앞 좌석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기존 운전석의 아날로그 계기판과 센터패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중앙 전면부)의 오디오와 온도조절장치, 매립형 내비게이션 등으로 구성됐던 부분의 변화가 주된 핵심이다.

작년까지 CES에서 만날 수 있는 자동차 콕핏은 첨단 고화질 디스플레이, 차량에 부착된 다양한 센서와의 통신 및 데이터 제공,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갖추어 왔다. 올해 CES에서는 자동차가 장차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로 변모하면서 더해질 변화가 반영되면서 다른 차원으로 진화한 미래형 콕핏과 인포테인먼트가 여럿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함께 개발한 '디지털 콕핏'을 시연했다. 12.3형 클러스터 OLED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고, 삼성의 AI(인공지능) 음성비서 빅스비가 차량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집안의 가전기기도 작동할 수 있다. 파나소닉은 '스마트 디자인 콕핏'을 선보였다. 전통적인 차량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디스플레이의 활용성을 높였다. 자율주행 3레벨 차량에 장착되어 주행 중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함께 개발한 '디지털 콕핏'의 시연 모습. (사진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넥쏘에 설치된 인텔리전트 퍼스널 콕핏.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메르세데스 벤츠는 엔비디아와 함께 개발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사용자 경험'(MBUX)를 선보였다. MBUX는 AI 기반으로 사용자 개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터치스크린과 센터 콘솔 터치패드, 핸들 터치 콘트롤이 포괄적으로 조합되어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AI 음성비서 제어시스템은 운전자의 언어 사용 습관을 익혀 기분을 파악할 수도 있으며, 그밖에도 와이드 터치스크린, 증강현실 적용 내비게이션 등을 갖추었다. 외형은 평범해 보이지만 4월에 벤츠 A 클래스에 적용해서 상용화되는 완성도 높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번 CES 2018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자동차는 '인텔리전트 퍼스널 콕핏'을 공개했다. 음성인식 AI 비서로 차량 제어 및 정보 검색, 인포테인먼트 활용 등이 가능하다. 운전석 시트 및 핸들에 장착된 센서로 운전자의 생체신호를 분석해 맞춤형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웰니스케어(Wellness Care) 기술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돌발 상황으로 인한 심박수 급상승이 감지될 경우 심호흡을 유도하거나 의료시설과의 자동 연결, 조명 색상을 이용한 스트레스 제어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콕핏에 미리 등록된 운전자에 맞춰 시트 포지션, 실내조명 색깔 등을 자동으로 변경하는 '차량 개인화 기술'과 탑승 시 문을 두 번 노크하면 탑승자를 인식해서 문을 전동으로 열어주는 '어쿠스틱 유저 인터랙션' 기능도 색다른 편의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현대차 전시장에 전시된 넥쏘 앞에서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오른쪽)이 마이크 오브라이언 현대차 미국법인 상품담당부사장(왼쪽)과 함께 크리스 로이드 리뷰드닷컴 제너럴 매니저(가운데)로부터 상패를 받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II. 친환경차: 전기차 사이 현대 수소차 '넥쏘' 주목

최근의 CES에서는 테슬라의 모델S나 패러데이퓨처의 FF91 같은 전기차가 공개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올해 이런 영광을 이어받은 전기차는 닛산의 2세대 리프와 중국의 스타트업 퓨처 모빌리티(FMC)의 바이튼(Byton) SUV 전기차 콘셉트카였다. 

FMC는 BMW, 테슬라, 애플 출신의 전기차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전기차 스타트업 회사다. 지금은 해체된 중국의 허셰푸텅(和谐富腾)의 자회사로 2015년 설립되었다가, 모회사 해체 이후 텐센트·쑤닝(蘇寧) 등의 투자금을 받아 운영 중이다. 이번에 소개한 바이튼 전기차 콘셉트는 중대형 SUV로, 기본 모델은 최고출력 272마력에 1회 충전으로 최대 400km까지 주행 가능하고, 고급 모델은 최고출력 476마력에 최장 520km까지 주행한다. 3레벨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아마존 알렉사를 적용한 음성 제어, 생체 정보를 분석한 편의 사양 등 첨단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 카로 2019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전기차 강자 닛산은 2세대 신형 리프를 특별 전시했다. 신형 리프는 주행거리는 미국 EPA 인증 기준 240km 정도로 짧아서 도심 주행에만 적합한 정도지만 '프로파일럿'이라는 자율주행 기술과 e-페달 기술 등의 높은 완성도로 지난 11월 '차량 인텔리전스 및 자율주행 부문'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IT 전시회에서 완성차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이다. 닛산은 또한 최고출력 430마력에 최대 주행거리 600km를 내세운 크로스오버 콘셉트 IMx를 선보였다. 이 콘셉트에는 완전 자율주행 프로파일럿 기술이 적용됐다.

▲기아차 전시장에 전시된 니로 전기차 콘셉트 앞에서 제임스 벨 기아차 홍보담당 이사(오른쪽)가 크리스 로이드 리뷰드닷컴 제너럴 매니저로부터 상패를 받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자동차는 소형 SUV 니로 전기차 콘셉트를 선보였다. 올해 3분기 양산형 모델로 출시 예정인 니로 EV 콘셉트에는 최첨단 자율주행기능이 적용됐으며 한번 충전에 38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CES에서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내놓고 '넥쏘(NEXO)'라는 차명을 공개했다. 넥쏘는 5분 이내의 짧은 충전으로 최대 590km 이상(인증 전) 달릴 수 있으며, 파워트레인은 10년 16만km라는 일반 내연기관 수준의 내구성을 갖췄다. 넥쏘는 올해 1분기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후 하반기에는 미국과 유럽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인 1세대 투싼 수소차를 내놓았으나, 수소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비싼 양산 비용 등으로 인해 대중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연구 개발을 이어 간 결과 이번에 경쟁업체인 토요타가 2020 도쿄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선보인 차세대 수소차 미라이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소차 분야 선두주자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CES에서 기아의 니로 전기차 콘셉트와 현대의 넥쏘는 CES 유력 언론사들이 뽑는 '에디터 초이스' 상을 각각 수상했는데, CES에 전시된 10개 분야 34개 제품 중 자동차 부문에는 이 두 자동차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이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와 넥소(NEXO)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III. 완성차+IT 협업, 대세이자 필수

CES 2018의 핵심 화두인 '스마트 시티'로 상징되는 미래 초연결(Hyper-Connection) 시대에는 자율주행, AI, 커넥티드, 공유 등의 모든 자동차 트렌드에서 IT 기술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CES 2018에 나타난 자동차 산업의 두드러진 한 가지 경향은 완성차 업체들의 IT 기업 변신이 확연해졌다는 점이다. 토요타나 포드는 기업 정체성의 변신을 선언하다시피 했고, 그 밖의 완성차 업체들은 IT기업과의 적극적인 공존을 모색하는 모양새가 도드라졌다.

현대자동차는 CES 2018에서 네트워크 분야의 강자 시스코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이더넷, 통합제어, 고품질 네트워크, 최적화 보안 등 자동차 내 네트워크(ICN·In Car Network)의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해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래 자동차에 필요한 엄청난 정보처리 능력 및 보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고, 시스코는 기존의 기술과 노하우를 확장할 새로운 수단이 필요했기에 서로에게 꼭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은 셈이다.

현대차는 또한 자율주행 기술 전문 스타트업인 오로라(Aurora)와의 협업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했다. 오로라는 구글, 테슬라, 우버 등 미래 모빌리티 선두기업 출신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창립한 기업이다. 현대차와 오로라는 기술 협력을 통해 2021년까지 현재 업계 최고 수준인 자율주행 레벨 4 기술을 스마트시티 내에서 우선적으로 구현해 상용화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IT 기업인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선언했다. 이로써 앞으로 폭스바겐의 EV 브랜드 I.D.에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기술 '드라이브 IX' 테크놀로지가 적용되게 되었다. 엔비디아는 카 셰어링 업체 우버, 중국 검색 업체 바이두, 자동차 부품기업 ZF에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드라이버 제비어(Driver Xavier)를 공급하며, 오로라와의 협력관계도 맺게 되었다고 밝혔다.

▲토요타의 'e-팔레트' 예시. (사진 = 토요타자동차)



IV.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비전, 현대는 생각 못했나?

한편, 이번 CES 2018의 자동차 업계에서 발표된 가장 진보적인 비전은 토요타와 포드가 제시한 모빌리티(Mobility, 이동성) 비즈니스였을 것이다. 이들 완성차 기업들은 단순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를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가 일반화된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에 어울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한 결과를 제시했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은 토요타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리고 e-팔레트라는 미니버스를 공개했다. e-팔레트는 단순히 자동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자체가 플랫폼이 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일컫는 이름이다. 

이 미니버스는 내부를 식당, 약국, 옷가게 등으로 꾸밀 수 있는데, 기존의 이동식 도서관이나 푸드 트럭과 다른 점은 이 차들이 서로 연결되는 자율주행 차라는 점이다. 소비자는 배가 고플 때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식당을 자기가 있는 곳으로 부를 수 있다. 토요타는 현재 아마존, 피자헛, 우버, 마쓰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e-팔레트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포드 또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를 공유 플랫폼으로 활용한 운송 서비스 '운송 모빌리티 클라우드'를 제시했다. 짐 해킷 포드 CEO는 자동차 간 통신에 의한 연결 기술을 고도화해, 이 기술을 적용한 차량들은 도시 내에서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면서 사고 및 장애물, 교통 혼잡 지역을 효율적으로 피해 가는 등 더욱 스마트한 도시 이동성을 구현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여러 업체에서 운영하는 운송 및 상품 배달 차량에 적용될 수 있다. 포드는 현재 도미노피자, 리프트, 포스트메이트 등과 함께 운송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왼쪽)이 CES 2018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CES 2018의 '스마트 시티'는 무엇보다도 초-연결성을 기반으로 한다. 한 대의 신형 자동차가 얼마나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 등을 탑재했든지, 그것이 다른 차량, 사물, 도시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그 자동차는 그저 성능 좋은 부속품의 하나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토요타와 포드가 제시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에는 완성차 업체가 살아남기 위한 고민과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주도할 플랫폼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CES 2018에서 보여준 전시에서 당장 올해 출시되는 완성도 높은 첨단 자동차들을 선보여 많은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CES 현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계속 파트너를 만나며 준비하고 있다"면서, "보여주기 위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하려면 제대로, 실속 있게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올해 CES가 끝나기 직전인 지난 11일,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로 '동남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Grab)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함과 동시에 공유경제시장을 직접 경험해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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