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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56) 벨기에·룩셈부르크] 외국인이 절반…두 개의 유럽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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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1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8.01.22 10:22:43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6일차 (암스테르담 → 베네룩스 3국 차량 투어 → 벨기에 리에주 도착)

베네룩스 3국 차량 일주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베네룩스(Benelux) 3국, 즉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돌아보는 자동차 여행을 시작한다. 먼저 암스테르담 외곽 헤이그(Hague)에 들른다. 수도는 아니지만 의회와 행정부, 그리고 빌럼 알렉산더르(Willem-Alexander) 왕의 사저가 있는 곳이다. 암스테르담에서 40km 왔을 뿐인데 도시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세계 사법 수도(Judicial Capital of the World)라고 불리는 만큼 암스테르담에서 느끼는 활동성은 많이 부족하지만, 평화롭고 차분한 느낌의 고즈넉한 전원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네덜란드 농촌 풍경

이어서 차를 재촉해 한적한 시골 마을을 지난다. 암스테르담만 봤다면 그것이 네덜란드의 전부라고 느끼고 떠났을 뻔했다. 너무도 편안한, 쥐죽은 듯 고요한 들녘을 연이어 만난다. 농토 한켠에는 예외 없이 거대한 온실에서 도시에 공급하기 위한 농작물과 원예 작물이 자란다. 영농 과학화의 진면목을 엿본다.

훅반홀란트 스트랜드(Hoek van Holland Strand)에서 대서양을 만난다. 네덜란드의 국토 재정비 사업인 델타 사업(Delta Works)의 진수를 보는 것 같은 해안 방조제 너머 대서양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과거 풍차가 있었음직한 자리에는 저유 시설과 함께 풍력 발전 터빈이 수십, 수백기 서 있다.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Rotterdam)은 2차 대전 중 독일군과 연합군 모두 맹폭격을 한 끝에 완전히 파괴된 후 깔끔한 현대식 도시로 거듭났다. 항구 도시인 만큼 외국인 비율은 암스테르담보다 더 높은 50%에 달한다.

▲벨기에 리에주 풍경. 벨기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1/3이 채 안 되는 땅에 1040만 명이 사는 인구 밀집 지역이자, 서유럽의 십자로에 위치한 요충이다. 사진 = 김현주

작지만 큰 나라 벨기에

드디어 벨기에 땅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1/3이 채 안 되는 땅에 1040만 명이 사는 인구 밀집 지역이고, 서유럽의 십자로에 위치한 요충이다. 네덜란드어(또는 플라망어, Flemish) 사용 인구 60%, 프랑스어(왈롱어, Walloon) 사용 인구 40%로 이뤄진 다민족 다언어 국가다.

서유럽의 십자로에 위치한 요충으로 EU의 중심적 역할을 맡은 벨기에는 작지만 풍부한 문화유산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이 매우 높은 나라다. 대서양의 또 다른 국제항, 안트베르펜(Antwerpen)을 지날 즈음에는 어느덧 언어도 완전히 프랑스어로 바뀌어 있고, 차량 번호판도 모두 ‘B’(Belgium)로 바뀌었다. 예쁜 농촌 마을, 참으로 목가적인 서유럽의 전원 풍경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처음 보는 풍경이지만 영화 등을 통해서 꽤나 눈에 익은 모습이다.

▲리에주에서 만난 북아프리카계 벨기에인 모자(母子). 벨기에는 네덜란드어(또는 플라망어, Flemish) 사용 인구 60%, 프랑스어(왈롱어, Walloon) 사용 인구 40%로 이뤄진 다민족 다언어 국가다. 사진 = 김현주

의외의 방문지 리에주

드디어 오늘 숙박지 리에주(Liège)에 도착했다. 암스테르담을 떠난 지 8시간, 320km를 달려 왔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왈롱(Wallon) 지역의 중심으로서 인구 20만, 한때 석탄과 철강 산업이 융성했으나 지금은 쇠락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알제리, 터키,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유럽 여느 대도시와 흡사한 인종 지도를 만들어 놓았다.

벨기에 남부 깊숙한 시골에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도시의 음침한 뒷골목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빈둥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주로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들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두 개의 유럽을 분명히 본다. 이쯤 되면 도시의 누추한 뒷골목을 평생 전전해야 하는 유럽 내 소수 인종의 좌절을 헤아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7일차 (리에주 → 룩셈부르크 → 로렐라이 → 네덜란드 아른헴 도착)

아름다운 중부 유럽 산촌 풍경

리에주에서 룩셈부르크(Luxembourg) 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 높고 낮은 구릉을 계속 넘는다. 도로변 마을은 아름답다. 깊은 골짜기 절벽 위에 걸린 작은 마을과 교회당…. 그 중 어느 집에선가 아련히 등잔불을 켜놓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운전에 열중하느라 그림엽서 같은 유럽 중부 산촌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게 달린 지 두 시간, 룩셈부르크 국경이다.

▲리에주에서 룩셈부르크(Luxembourg) 가는 길. 오르락내리락 높고 낮은 구릉을 계속 넘는다. 사진 = 김현주

▲세계에서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는 서울의 4배 면적, 남북으로 82km, 동서로 57km, 인구 57만 명인 내륙 산악 국가다. 사진 = 김현주

1인 소득 세계 1위 룩셈부르크

서울의 4배 면적, 남북으로 82km, 동서로 57km, 인구 57만 명인 내륙 산악 국가다. 프랑스와 독일 문화의 융합체 같은 이 나라는 과거 철강 공업으로 융성했으나 오늘날은 금융업의 중심이자 지식 산업형 경제로 탈바꿈했다. 국민 1인당 소득이 10만 달러(IMF, World Bank, 2016)가 넘어서 세계에서 개인 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다.

중부 유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 나라 역시 이민자가 많다. 언어는 룩셈부르크어, 프랑스어, 독일어의 3원 체제로서 3중 언어 교육 제도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자라면 세 언어에 모두 능통하다고 한다. 작은 나라인 만큼 역사의 시련을 많이 겪었다. 지금은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깜찍하게 예쁜 국가이지만 작은 땅을 놓고 역사를 통해 많은 군주와 귀족들이 갈등을 겪었다.

동화 마을 룩셈부르크

날씨가 제법 더워졌다. 내륙이기도 하거니와 어제 암스테르담을 떠난 이후 수백 km 남쪽으로 내려온 탓이기도 할 것이다. 룩셈부르크의 수도 룩셈부르크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아담한 도시다. 고작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 규모이지만 동화처럼 예뻐서 방문자를 감탄하게 만든다. 좁고 깊은 계곡 아래에 자리 잡은 올드타운 한가운데 서 있는 뾰족한 첨탑의 노트르담 성당이 풍경을 압도한다. 당연히 1994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독일 남부 국경 부근. 산악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현주

독일 아우토반 운전 매너

룩셈부르크를 떠나자 곧 독일 국경이다. 독일 남부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산악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 매우 눈에 들어온다. 글자 그대로 짙은 수풀이 우거진 구릉지를 계속 지나려니 앞에서는 통나무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더디게 간다. 그로 인해 긴 체증이 생겼지만 모두 묵묵히 트럭을 따라간다.

독일의 자연은 미국처럼 웅장하니 대국의 스케일이 느껴진다. 아우토반(Autobahn)과 로컬 도로를 바꿔 가며 로렐라이(Loreley)로 향한다. 독일 아우토반 운전이라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하나 쌓는다. 독일 운전자들의 매너는 훌륭하다. 추월 차선에 들어갔다가도 뒤 차량이 쫓아오면 얼른 주행 차선으로 길을 비켜준다. 추월 차선을 달리다가 주행 차선으로 되돌아와야 할 상황이면 주행 차선을 달리던 뒤 차량은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넣어준다. 버스나 트럭들이 과속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아우토반에서 줄곧 추월 차선으로 달리며 뽐내는 차는 메르세데스, BMW, 아우디 즉 독일 명차 삼총사다.

▲로렐라이 바위 앞은 물길이 급하게 꺾인다. 로렐라이 언덕(바위, Loreley Blick)은 라인 협곡에 132m 높이로 덩그마니 솟은 바위를 일컫는다. 명성에 비하면 좀 싱겁다. 사진 = 김현주

싱거운 로렐라이 언덕

그렇게 달리기를 세 시간, 라인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드디어 라인(Rhine) 강 중류, 그리고 로렐라이(Loreley)를 만난다. 감격의 순간이다. 로렐라이 언덕, 소싯적부터 얼마나 되뇌었던 노래인가? 옛날부터 전해오는 쓸쓸한 사연의 현장을 본다. 오늘도 라인강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배들이 물길을 오르내린다. 유럽에서 가장 분주한 수로가 여기 아닌가?

로렐라이 바위 앞은 물길이 급하게 꺾이는 곳이다. 수시로 배가 좌초했음직한 지형이다. 물살이 빠르고 곳곳에 암초도 깔려 있는 것은 라오스 메콩강 중류에서도 실컷 봤으니 놀라울 것은 없다. 로렐라이 언덕(바위, Loreley Blick)은 라인 협곡에 132m 높이로 덩그마니 솟은 바위를 일컫는다. 명성에 비하면 좀 싱겁다. 독일어 고어(古語) 라인 방언으로 ‘웅얼거리는’(murmuring) 바위라는 뜻이다. 과거 강물의 격류가 주변 바위와 마주쳐 에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도시화, 산업화로 웅얼거리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유럽의 대동맥, 독일 아우토반

다시 아우토반 300km를 달려 독일 국경 너머 네덜란드 아른헴(Arnhem)에 예약해 놓은 숙소를 찾아 들어간다. 독일 아우토반은 중부 유럽의 대동맥이다. 대서양의 큰 항구와 서유럽 공업 지대에서 유럽 내륙으로 가려면 반드시 독일을 통과해야만 한다. 게다가 독일 아우토반은 글자 그대로 프리웨이, 무료 고속도로다. 그런 이유로 아우토반에는 과장을 보태어 거의 절반이 장거리 트럭들이다. 모든 유럽 국가의 번호판이 다 보인다. 유럽에서 독일의 지리적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한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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