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이번 겨울은 유난히 감기가 돌림병처럼 번져 더욱더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필자도 감기를 내려놓고 다시 필드 위 파릇한 기운을 그리며 이윽고 누런 잔디 위에 섰다. 찬바람에 둘러싸인 몸은 두꺼운 옷과 더불어 온몸 근육들이 굳어 샷 감은 떨어지고 평소 드라이버 비거리도 30야드 이상 줄었다.
힘 좋기로 소문난 비기너 골퍼 운동선수 후배는 모처럼 따라나서서 투덜대는 시간이 스윙 시간보다 길다. 장비 브랜드도 각각 샷 기본 14개를 넘어 드라이버 두 개를 포함 총 16개다. 비기너 골퍼 이상만큼이나 복잡 다양한 샷들. 그의 생각으로 보는 필드는 갖은 이벤트 쇼 장이다.
먹을거리, 볼거리, 과시거리…. 번잡스러움을 싫어하는 필자의 성향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후배 비기너의 하루는 오늘도 분주하기만 하다. 동반한 두 여자 프로 후배들은 깊은 눈을 갖고 동반자의 아랑곳없는 수다에도 특별한 대응 없이 그저 비기너 선배가 재미있다고 한다.
필자의 눈치를 보며 서투른 비기너 후배가 놓고 간 그린 위 웨지 샷과 퍼터 커버를 하나둘 챙겨줄 뿐이다. 그의 덩치만큼 산만한 과거 유도 선수 비기너의 오색찬란한 드라이버 커버들이 하나 둘씩 벗겨지고 노란 잔디 위 티샷에 섰다.
평소 야구와 유도로 탄탄히 다져진 후배의 힘센 몸이 골프 볼을 때려 부숴버릴 기세다. 자신의 볼이 잘 맞으면 300야드 가까이 간다며 두고 보라고 의기양양하다. 벌써 드라이버 헤드를 두 개째 부숴버린 경력도 있다. 모두들 굿 샷을 외치는 동안 필자는 고개를 돌려 카트 위에 몸을 실었다. 결국 해저드로 비상하는 볼을 차마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 후배들은 “괜찮다” “몰간 써라” 외쳤지만 필자는 허락하지 않았다. 후배는 “아마추어에게 너무 가혹하다” 투덜댔지만 동반자 배려 없이 매번 습관적으로 몰간 볼을 치게 되면 골프가 늘기는커녕 안 좋은 습관만 몸에 밴다. “집중해서 한 샷, 한 샷 성실하게 쳐라. 볼도 아끼고….” 필자의 핀잔을 보다 못한 후배 프로가 나섰다.
새봄 필드 위에 펼쳐지는 인생 샷
“오빠, 거리 욕심내지 마시고 차분히 블루티 내려와 화이트 티에서 그립 짧게 잡으시고 230야드만 가볍게 친다 생각하고 치세요. 페어웨이 안착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OB 없이 또박 또박 똑바로 치는 연습이 필요하네요.”
“드라이버 날리는 맛에 사는데 그럼 재미없지” “그렇게 어수선하게 치면 다음 모임에는 다시는 안 끼워준다. 왕따 시키기 전에 프로들 말 들어라” “칫, 치사하다” 필자의 말에 후배는 못 이기는 척 투정으로 엄살을 부리며 화이트 티로 가 티샷 중이다.
페어웨이 안착이다. 비록 예전보다 거리는 줄었지만 오비 없이 페어웨이 정중앙 안착이다. 대부분 아마추어 비기너 골퍼들이 드라이버 거리 욕심으로 기본기를 놓치는 경향이 많다. 평소 자신의 샷 기본기를 잘 다듬은 뒤 거리 욕심을 부려도 늦지 않다. 무엇보다 샷 컨트롤 능력을 키우기 위에서는 기본적인 샷 감을 익혀야 한다.
그 다음 장타는 필수고 정확한 아이언 샷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퍼트다. 이 모두를 갖추려면 장시간 꾸준한 연습과 기술이 필요하다. 높이 올라가려면 깊이 떨어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 드라이버 클럽이 길고 샤프트가 가볍게 휘어지는 탄성을 느끼려면 순간적으로 풀어헤치는 손맛을 느껴야 한다. 무엇보다 스팟 히팅 타이밍을 이끌어 헤드 무게를 느끼고 끝까지 두 팔에 삼각구도를 유지한 채로 피니시를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 이후 OB 훅 슬라이스 없이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다.
점점이 폭발력을 느끼는 후배 샷은 이제 탄탄대로로 페어웨이를 지켰다. 장타의 이점이 가까운 지점에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심코 거리만을 고집하다 보면 방향 정확성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이 대부분 우승을 겨냥해 고도의 비거리 늘리기로 많은 연습과 몸만들기로 시간을 투자한다. 고성능 장비를 정비하고 코치를 바꾸고 부분 헬스 코어로 열의를 다해 기술을 익힌다.
봄은 오고 이제 다시 필드가 시작된다. 멋지고 탄탄한 일명 빨랫줄 샷으로 한 샷, 한 샷 수행과 더불어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샷을 향해 움츠려들었던 인생 샷까지 멋지게 날려보자. 완성을 향해 가는 목표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스스로 터득해가는 발효의 시간을 거쳐 화선지에 물감을 그리듯 새봄 필드 위에 핑크빛 정교한 샷을 새겨보자.
(정리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