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갓끈 고쳐 매다가 장 파한다’는 속담이 있다. 머뭇거리다가는 때를 놓치니 마음먹은 것은 헐(빨리 빨리) 실행에 옮기라는 뜻이라는 거, 모르는 사람 없을 터. 그러나 세상 일이 마음만 먹는다고 다 되면 누군들 돈 못 벌고, 출세 못 할까. 일이 제대로 되려면 거기에 맞는 사전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하려는 의지를 세우되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작전이랄까 방법을 모색, 곧 생각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말.
골프가 그렇다. 프로 또는 고수와 아마추어(하수)의 차이는 샷을 날릴 때 생각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들의 결정은 늘 이렇다. 프로는 치기 전에 생각하고, 아마추어는 치고 나서 생각을 한다. 미리 머릿속에 상황을 그리고 거기에 알맞은 동작을 하면 결과가 당연히 좋다. 아니 설령 미스샷이 나왔더라도 대처하는 경우의 수가 바로 준비된다. 그러나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경우는 기가 막히게 일치하는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한 아무 쓸모가 없거나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아마추어 골프가 엉망이-진창이와 골프한 사연
한 아마추어 골퍼가 엉망이와 진창이와 함께 라운드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그가 차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차 곁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었던 경찰관이 나타났다.
경찰 “30여 분 전에 17번 홀에서 오비 내신 분 맞죠?”
골퍼 “맞아요. 에이, 잘 칠 걸!”
경찰 “티샷이 심하게 훅이 나서 공이 나무숲을 넘어 코스 밖으로 나가지 않았나요?”
골퍼 “그랬죠. 그런데 경찰께서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경찰관이 심각하게 말했다. “음…. 잘 들으세요. 선생님이 치신 공이 쌩쌩 차가 달리는 국도까지 날아갔어요.”
골퍼 “하하! 잘 맞으면 250은 넘기니까요.”
경찰 “웃을 일이 아니라니까요! 선생님의 공이 어떤 자동차 앞 유리에 부딪쳐 뚫고 들어가는 바람에 운전자가 앞차를 추돌하고 그 차는 또 다른 차를 치고, 무려 5대 연쇄충돌이 일어났어요. 문제가 큽니다. 맨 앞차는 불 끄러 가던 소방차였거든요. 소방차는 출동하려 했던 건물에 난 화재를 진압할 수 없었습니다. 건물이 몽땅 타고 말았어요.”
골퍼도 이제 정신이 든 듯했다. “아, 그러니까 심하게 훅이 나서 오비가 된 제 공이 문제였군요?”
경찰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골퍼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클럽을 쥔 그립부터 잘못된 거 같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왼손을 너무 감아쥐는 스트롱 그립을 할 것이 아니라 엄지가 하늘을 보도록 가운데에 두고요, 오른손도 표적 방향으로 왼손과 마주보게 검지와 중지를 약간 벌려서 잡아 올바른 스윙 궤도를 그립니다. 그리고 스탠스는 좀 닫고요, 머리는 공 뒤 10센티미터에 박아두고 가볍게 때립니다. 그런 샷을 하면 반드시 악성 훅을 방지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 골퍼, 다음 라운드 때 심하게 휘는 볼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치기 전에 잘 생각을 했으면 그런 훅 대마왕은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결과를 본 다음에 ‘아, 내가 왜 미리 생각을 못했을까’하는 습성에 젖어 있다면 제2 제3의 사고샷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정리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