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그린 위만 올라오면 바로 볼을 집고 스스로 “오케이!”를 외치며 컨시드를 선언하는 떼쓰기왕 선수가 있었다. 그가 죽어서 천국엘 갔는데, 워낙 골프를 좋아해 염라대왕에게 부탁해 바로 골프장에 갔다. 천국의 골프장, 모든 게 다 좋았다. 드라이버로 멋지게 티샷을 날리고 아이언으로 그린 위에 볼을 올렸다. 혼자서 하는 라운드여서 누구에게 퍼트 컨시드를 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퍼터를 뽑아 들었는데 아, 이게 무슨 골프장이란 말인가! 그린 위에는 홀이 없었다. 그는 외쳤다. “공을 어디다 넣냐구?!”
다른 천국의 골프장 이야기. 역시 골프 매너가 안 좋은 골퍼가 있었다. 늘 천국에도 골프장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가 잠들기 전 하늘에 대고 물었다. “신이시여! 천국에도 골프장이 있습니까? 있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늘의 대답이 들려왔다. “천국에 골프장, 있고말고! 코스가 엄청나게 좋아요. 오거스타 내셔널을 능가하지. 부킹도 아주 쉬워요. 흐음! 그런데 그대의 티업 시간이 나왔군. 내일 아침 6시일세.”
천국에 가서 골프를 하고 왔다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으니, 그곳에 골프장이 있는지 없는지는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천국에 골프장이 있다면 그 코스와 시설은 위의 오거스타내셔널 GC에 가까울 수 있다.
오거스타가 천국의 골프장이라 불리는 이유
그리고 이면에 숨은 트릭
예전에 이 골프장을 처음 방문한 최경주가 했던 말이 있다. “천국에 골프장이 있다면 이렇게 생겼겠구나 싶었어요.” 골프장이 갖춰야 할 것은 다 지니고 있는 곳이 오거스타란다. 이 골프장은 요행이나 떼쓰기 같은 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완벽한 코스라고 정평이 나 있다.
PGA 투어 메이저 대회 중 하나로 최고 인기짱 대회 ‘마스터스 대회’도 열린다. 올해 2018 대회도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조에는 한국 선수는 없었고, 우리는 그저 그 골프장을 보는 것만으로 즐겨야 했지만.
이 골프장을 천국의 골프장에 자꾸 비교하는 이유들이 더 있다. 설계는 1933년 보비 존스가 했다. 그가 누구인가, 골프신(球聖)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또 11번 홀부터 13홀까지를 ‘아멘 코너’라 부르는데, 이 홀은 신이 점지해준 볼만 홀인을 허락해준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선수들이 이 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 것은 본 적은 없지만 속으로는 수도 없이 “제발 제 공은 살포시 그린 위로 올려주고, 부디 다른 선수의 공은 물에 풍덩 빠지게 해주소서!”라는 주문을 외울 것이 틀림없다.
녹색 융단 잔디, 평생 시들 것 같지 않은 형형색색의 꽃들, 멋진 조지아 소나무들은 딱 천상의 골프 코스다. 사람 손으로는 만들 수 없다. 그린은 균일한 농도의 초록색이고, 연못이나 개울은 푸른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하다.
하지만 이 골프장에는 인간의 눈을 현혹하는 트릭이 숨어 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1주일을 위해 1년을 준비하는데, 그린과 연못에는 색소를 뿌리고, 수십 대의 잔디 깎는 기계가 발레를 하는 동작으로 풀을 다듬는다.
10년 전 봄, 필자도 골프장에서 라운드 도중 큰 사고를 당해 후반 9홀은 천국에서 할 뻔했다. 천국 골프장, 싫다. 천사들이 캐디를 하고 드라이버 비거리가 500미터를 나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볼이 있으면 그린 위에 구멍이 없고, 홀이 있으면 볼이 없는 곳이 천국의 골프장이라는데!
(정리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