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나아트센터는 ‘백세청풍(百世淸風)’전을 열었다. ‘100년 동안의 맑은 바람’이라는 의미의 회고전이었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바로 만 100세의 김병기 화백. 2016년 100살 기념 개인전을 열었던 김 화백은 2017년 101살의 나이로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됐으며, 만 102살인 오늘도 여전히 개인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이자 미술평론가 윤범모는 더 늦기 전에 화백의 삶을 정리하고자 2017년 1년 동안 매주 화백을 찾아 인터뷰를 했고, ‘한 세기를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됐던 글을 다듬어 이번에 책으로 펴냈다.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이쾌대, 문학수 등 한국미술사를 주름잡은 화가들. 김동인, 이태준, 김사량, 백석, 주요한, 주요섭, 황순원, 오영진, 유치진, 이효석, 이상, 조지훈, 선우휘, 박경리 등 근현대 대표 문인들. 그리고 김일성, 이승만, 장준하 등 거물급 정치인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저자는 ‘102살 현역 화가 김병기의 삶을 함께한 인연들’이라고 짚는다. 한 인물의 삶을 담은 이 책을 ‘한국 근현대문화예술사’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요 역사 인물들이 김병기 화백과의 인연을 통해 현실로 다시 소환된다.
윤범모 지음 / 2만 4000원 / 한겨레출판사 펴냄 / 4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