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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유해" 발표에 궐련형 전자담배 업계 "수긍 못해"

"타르 많다" vs "타르 정의 분명히"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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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1호 윤지원⁄ 2018.06.08 14:35:56

7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학안전처 담배연기포집실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에 대한 분석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6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에 포함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식약처 분석 결과가 '유해물질 대폭 감소'라는 기존 연구 결과가 입증된 것인 데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부정적인 면을 더 부각시킨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또한 식약처가 객관적 판단보다 주관적 판단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오도한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도대체 어느 쪽 말이 맞을까?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식약처가 재점화?

 

아이코스(IQOS), 글로(glo), 릴(lil) 등 가열식 전자담배 기기에 사용되는 히츠(HEETS), 네오스틱(Neostiks), 핏(Fiit) 등의 궐련 제품(이하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다시 뜨겁게 일고 있다.

 

6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과 타르 등 11개 유해 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검출됐으며,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이고, 타르 함유량은 일반 담배보다 더 많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12월부터 암 유발을 상징하는 경고그림을 부착하겠다고 발표하자 업계가 적극적으로 이에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이날 식약처 발표는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을 담아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장 1위 제품인 아이코스와 히츠를 판매하는 한국필립모리스는 즉시 장문의 입장 자료를 냈고, 글로와 네오스틱을 판매하는 BAT코리아도 식약처 발표 내용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얽힌 업체 외에도 업계 전반에서 이번 식약처 발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식약처가 6월 7일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 결과 중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 비교 표. (사진 = 식품의약품안전처)

“타르라고 다 같은 타르 아니다”

 

식약처 발표에서 가장 논란이 된 내용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높게 검출됐다고 밝힌 부분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 담배의 타르 함유량은 0.1~8.0㎎이다. 그런데 이번 분석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평균 타르 함유량은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의 글로(glo)가 4.8㎎, KT&G의 릴(lil)이 9.1㎎,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가 9.3㎎이었다.

 

다수의 국내 언론이 이 부분을 부각해 ‘전자담배의 배신’이라는 표현을 쓰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강조해 보도했다. 식약처는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라고 표현했지만, 여러 성분 분석 결과 중 타르 함유량에 주목하면 일반 담배보다 더 유해하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상파 저녁뉴스에는 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유해물질이) 90% 감소했다더니, 더 유해하다니까 좀 혼란스럽다”고 인터뷰했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네티즌들의 설전에서도 이런 오해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타르 함유량을 근거로 유해성을 판단한 것이 섣부르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담배의 타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모호하다는 점이 간과됐다는 지적이 있다. 담배의 타르는 송진이나 아스팔트 같은 타르와 철자는 같지만 의미가 다르다. 담배의 타르(tar)는 ‘연무 잔여물’을 뜻하는 ‘total aerosol residue’의 약자다. 이는 연무에서 니코틴과 수증기를 제외한 나머지 물질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즉 담배에 함유된 특정 유해물질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개비에 담긴 타르의 함유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더해진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연무에 수분 함량이 높으면 분석을 위해 연무를 포집하는 과정에서 증발하는 수분이 생겨 오차가 발생한다. 2017년 필립모리스의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궐련의 연무는 수분 함량이 11.0% 정도인데 아이코스는 81.5%에 달한다. 즉 일반 담배에 비해 궐련형 전자담배는 분석 단계에서 증발하는 수분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더 크다는 주장이다.

 

7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김장열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본·독일, 타르 함량 높은데도 "유해성 낮다" 판단

 

식약처가 발표한 해외 관련 당국의 성분 분석 결과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 분석 과정에서 이런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연구기관이 이번 식약처의 분석 방법과 동일한 헬스 캐나다(HC)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일본보건의료과학원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1개비 당 9.8~13.4mg인 것으로 나타났고 밝혔다. 중국의 분석 결과는 평균 16.60mg에 0.42mg 정도의 오차가 있다는 것이었고,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의 분석 결과는 19.8~21.6mg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독일의 결과는 두 배 가량 차이를 보이고, 이번 식약처 결과는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적게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사항은 일, 중, 독의 분석 결과 타르 함유량이 식약처 결과보다 더 많이 나왔다는 점이 아니다. 이 비판의 핵심은 일본과 독일은 저런 분석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현저히 적다”(일본)거나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을 90% 이상 적게 배출한다”(독일)고 판단했다는 점이라고 업체들은 지적했다.

 

이는 일반 담배의 타르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는 구성성분이 다르다는 전제에서 비롯되는 판단이다. 일반 담배는 타르의 해로움을 알리기 위해 겉포장에 타르 함량을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 담배의 타르에 포함된 성분은 7000여 가지나 되고 그 중 수많은 유해성분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9개 성분을 대표적인 유해성분으로 지정했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가 아이코스 출시 1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한국필립모리스)

WHO “타르, 측정할 필요 없다”

 

지금 업계의 주장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는 일반 담배와 그 구성 성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 담배는 담뱃잎을 900도 정도의 온도로 태우는(연소) 방식이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300도 전후로 가열해 증기로 찌는 방식이기 때문에 둘은 연무의 구성성분도, 타르의 구성성분도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를 일반 담배의 타르와 동일한 것으로 전제하고 단순히 함량을 비교한 식약처의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근거다.

 

한국필립모리스는 7일 식약처 발표에 대한 입장자료를 내고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 담배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며 "타르 함유량의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배출물의 구성성분과 각 유해물질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5년 WHO가 발표한 담배 제품 규제 관련 연구 보고서에서도 “타르는 담배 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Tar need not be measured, as it is not a sound basis for regulation, and the levels can be misleading)고 밝힌 바 있다고 업체들은 덧붙였다.

 

서울 시내 편의점 진열대에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피트 등이 진열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유해성분 수치 낮다고 덜 유해한 것 아니다?

 

식약처 발표를 향한 또 다른 지적은 식약처 분석 결과가 기존에 나온 다른 연구 결과들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일부 유해성분의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왔는데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해석됐다는 점이다.

 

필립모리스는 입장 자료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유해물질을 적게 생성한다'는 분석 결과를 환영한다”며 “유해물질 감소라는 식약처의 분석 결과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의 연구 결과와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WHO가 저감화를 권고한 9개 성분 중 벤젠, 포름알데히드, 담배에서만 검출되는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등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5종의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함유량은 일반 담배의 0.3~28.0%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업체들이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는 유해성분이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감소됐다고 주장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그런데 식약처는 “담배의 유해성은 흡연 기간, 흡연량뿐 아니라 흡입 횟수, 흡입 깊이 등 흡연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유해성분 함유량만으로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대폭 감소라는 식약처의 분석 결과는 우리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것으로 환영한다"고 맞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이번 분석 결과를 과학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식약처의 이번 분석은 WHO가 지정한 9가지 유해성분의 감소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며 분석 결과도 유의미한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량화할 수 없는 ‘흡연 습관’이라는 변수를 언급하면서까지 스스로의 분석 결과를 폄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담배 못지않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또한 정확성과 효용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타르 함유량을 비교한 결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부각시킨 것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계금연의 날인 5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금연 로고가 새겨진 담배 인형을 쓴 사람이 무대 옆에 서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흡연 나쁜 건 매한가지” 태도는 발전에 도움 안 돼

 

이번 분석 결과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 업계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표현을 쓴 적이 없고, 사용자들 역시 유해성을 충분히 인지하지만 일반 담배에 대한 대안으로 여기고 피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도 마치 업계가 그동안 허위·과장 광고를 해 왔고,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속아 왔다는 것처럼 매도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그동안 국내외 여러 기관이 분석해왔고,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양분되어 있다. WHO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보다 안전하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발표했고, 미국 FDA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위험하다는 업체들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독일 연방위해평가원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을 90% 이상 적게 배출한다”고 밝혔고 일본보건의료과학원도 “유해물질이 현저히 적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금연 정책 홍보에 전자담배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강경 금연운동 단체로 알려진 ASH도 일반 담배 흡연자가 금연을 시작하는 단계에 전자담배가 유용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해외 사례를 들며 “이번 식약처 발표는 기존 해외 기관의 분석 결과보다 신뢰도가 뛰어나다는 명백한 근거가 없고, 분석 결과에서도 수치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면서 “이번 식약처 평가가 기존 결과들을 뒤집은 유일한 결론처럼 받아들여져선 안 되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연구는 계속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획기적인 금연 방안이 부재한 현실에서 ‘흡연은 무조건 나쁘다’고 싸잡아 매도할 게 아니라, 일반 담배보다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대안의 개발을 장려하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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