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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북한 리스크 사라져도 코스피 제자리인 이유

“기대보다 실적” 냉정한 증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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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2호 손정호 기자⁄ 2018.06.18 11:36:40

북미정상회담 당일인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과거부터 한국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북한 리스크’가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를 계기로 사라지고 있지만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유는 뭘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주가의 저평가 현상)의 이유 중 하나인 ‘북한 리스크’가 사라지고 있다.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좌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다시 궤도에 올랐다.


북한과 미국은 여러 번의 실무협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와 경제 보상 등을 사전 논의 했으며 서로 신뢰를 보였다.


북미정상회담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면 ‘북한 리스크’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UN의 대북 제재가 단계적으로 풀리고, 남북 경협과 북한 경제 개방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이런 변화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실제 1차 남북정상회담일(4월 27일)에 코스피는 2492.40포인트로 전날보다 16.76p(0.68%)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북한이 남북 정상급 실무협상 취소를 통보한 5월 16일에는 2459.82로 전날(2458.54)과 거의 변화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5월 24일에도 코스피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첫거래일인 5월 28일에는 직전 거래일보다 18.16p(0.74%) 상승하는데 그쳤다. 약 1개월 동안 대형 악재와 대형 호재가 반복됐지만 코스피는 1%포인트 이내에서만 움직였다. 


8일(종가기준)엔 코스피지수가 2449.67로 1차 남북정상회담일(2492.40)보다 오히려 1.71% 가량 내려갔다. 남북 해빙 기대감에 반짝 상승했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간 모양새다.


시가총액으로 따져 봐도 한반도 문제와 연관 지을 만한 변화는 없었다. 1차 남북 정상회담일(4월 27일)과 8일(종가 기준)을 비교해보면, 시총 10위권 중 3종목은 시가총액이 증가했고, 7종목은 감소했다.


SK하이닉스(63조9186억원, 0.80%), 포스코(31조3000억원, 2.27%), LG화학(26조4721억원, 5.78%)은 올랐다.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가 글로벌 무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한반도 평화 행보보다는 남북 경제협력이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이익 증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이 만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반면 삼성전자(319조0404억원, -6.22%), 삼성전자우(35조9644억원, -6.35%), 셀트리온(33조6687억원, -2.67%), 현대자동차(30조9488억원, -11.07%), 삼성바이오로직스(27조9216억원, -16.60%), KB금융(23조3724억원, -6.67%), 삼성물산(23조6164억원, -11.38%)은 줄었다. 

 

일부 경협주만 ‘나홀로 상승’


다만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들은 상승 흐름이었다. 


현대건설(6만7300원, 33.53%), 현대로템(3만6900원, 79.56%), 현대제철(6만0700원, 12.82%), 현대엘리베이터(11만6500원, 24.06%)는 남북정상회담일 주가 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들은 모두 범(汎) 현대가(家)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1998년 소떼 방북으로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텄고, 현대아산이 7대 대북사업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이다. 


주가 흐름을 종합해보면 남북 해빙 기대감이 아직은 일부 경협주에 한정돼 있고, 전체 코스피 지수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북 경협이 기업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CNB에 “남북정상회담 때 발표한 내용 이후 고위급 회담에서 새롭게 나온 게 없다”며 “남북 경협 정책이 실행돼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돼야 코스피가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리스크 해소보다 지배구조 투명화와 배당 확대 등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언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NB에 “우리나라 증시는 지정학적 이슈도 있지만 배당이나 재벌 문제 등 다른 디스카운트 요소들도 여전히 많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코스피가 크게 오른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내 기대감보다는 대외 불안감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위험,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으로 인한 유럽연합(EU)의 재정 불안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6월에는 G7 정상회담과 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주가 변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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