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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착한 기업’ 평 두렵다?

호실적에 경협수혜주인데 잦은 구설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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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4호 도기천 기자⁄ 2018.07.02 10:17:07

작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왼쪽)이 문 대통령과 밝은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오뚜기’만큼 자주 구설수에 오른 기업은 없다. 작년 7월 열린 재계와의 첫 청와대 간담회에 초대돼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남북해빙 기류를 타고 몸값이 치솟고 있다. 오뚜기 창업주가 이북 출신인데다 과거부터 음으로 양으로 북한을 지원해왔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의 수혜주로 꼽힌다. 하지만 총수일가 지배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여 ‘착한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오뚜기의 냉·온탕 오가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오뚜기는 ‘갓뚜기’로 불리며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오른 기업이다. 


청와대는 작년 7월 27~2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삼성·현대기아차·SK·LG·롯데·포스코·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KT·두산·한진·CJ·오뚜기 등 15개 기업을 초청했는데, 오뚜기를 제외하면 모두 재계순위 10위권 안팎이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젖히고 문 대통령과 마주보게 된 것은 당시 사회적 화두로 등장한 ‘일자리’와 ‘정의 과세’에 부합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전체 직원 3천여명 중 비정규직은 1% 남짓하다. 2008년 이후 10년간 라면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으며, 오너 일가가 물의를 빚은 적도 없다. 함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3500억원대의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부과된 증여세 1700억원을 깨끗이 납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오뚜기를 통해 ‘사람중심 경제’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    


하지만 이로 인해 야권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오뚜기 망신주기’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흠집 낼 수 있는 카드였다. 


실례로 작년 10월 국감 때 국회 정무위원회는 유일하게 함 회장을 증인으로 지목해 라면값 담합에 대해 질의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이미 5년 전 일이었다. 공정위는 2012년 농심과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삼양식품 등 식품기업 4곳에 라면값 담합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고 대법원은 이를 취소 판결했다. 


따라서 이 문제로 국감장에 세운 것은 시기가 맞지 않았다. 더구나 오뚜기는 2008년부터 라면값을 동결해온 상태였다. 당시 재계에서는 여야 신경전의 유탄이 함 회장에게 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북녘 출신 창업자, 北 돕기 ‘눈길’ 


올해 들어서는 남북관계가 해빙을 맞으면서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오뚜기를 세운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이북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함 명예회장은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격변기에 월남해 1969년 오뚜기식품공업을 세웠다. 국내 최초로 카레를 생산해 대중화에 공을 세웠고, 1970년대에는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산해 팔았다.

 

오뚜기는 문재인 정부 사람중심 경제의 롤모델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야권의 타깃이 되는 곤욕을 치렀다. 함영준 오뚜기 대표가 작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불려나가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는 남북경협 초기인 1999년, 샘표의 창업주인 고 박규회 선대회장, 남양유업 고 홍두영 명예회장 등 실향민 출신 기업인들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에 고향투자협의회를 설립했다. 


오뚜기는 2013년 식량난을 겪는 어린이를 돕고자 북한에 쇠고기 수프 30톤을 보낸 적이 있다. 이는 북한 어린이 200만명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분량이다. 2007년에는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4300여만원을 모아 북한결핵어린이돕기 운동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북한과의 인연으로 인해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 식품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한은 같은 음식문화권인데다 거리도 가까워 ‘먹거리 사업’이 진출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뚜기는 마요네즈, 카레, 마가린, 잼, 양념류, 라면, 참기름, 참치, 케첩, 레토르트, 식초, 수프, 프리믹스 등 수십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전통 식품전문기업이라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실적도 호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굴진짬뽕, 진짜쫄면 등 신제품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8.5% 증가했으며, 2분기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4분기 연속 흑자가 이어지며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2344억원(1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70%나 늘었다. 


지난 3월초까지만 해도 60만원대 후반이었던 오뚜기의 주가는 남북관계 회복과 실적에 힘입어 최근 80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시대변화 맞게 지배구조 개선해야”


하지만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함 회장 일가가 보유한 9개 계열사의 내부거래액이 무려 9169억원(2016년 기준)에 달했고 내부거래 비중 역시 매출대비 3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논란을 빚었다. 


함 회장 일가는 여론을 의식해 보유지분 일부를 매도했지만 이는 또다른 비판을 낳았다. 오뚜기가 487억원 규모의 지분을 함 회장과 그의 아들 등으로부터 사들인 것을 두고, 오너 일가가 일감몰아주기로 계열사를 키운 뒤 지분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뚜기 측은 식품기업 특성상 통상적인 거래였다는 입장이다. 해당 계열사들은 라면과 빵, 제과, 조미료, 물류, 소프트웨어 등 각 분야의 전문 업체들인데, 이들이 모기업인 오뚜기를 중심으로 유기적인 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라는 것. 오너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일감몰아주기와는 성격이 다르며, 분업 효율을 위한 전형적인 수직 계열화 시스템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착한기업’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작년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D등급을 받은 점도 오뚜기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한국재벌사연구소 이한구 소장(수원대 명예교수)은 CNB에 “내부거래 자체가 법에 위배되는 건 아니다.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부당한 내부거래(사익 추구를 위해 경쟁업체를 배제하는 행위 등)에 해당되는지가 사안의 핵심”이라며 “오뚜기가 이 점에서 자유롭다하더라도 국민정서에 부합된다고는 자신할 수 없는 만큼 달라진 시대에 맞게 지배구조를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소장은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대부분의 식품기업들 중에 유독 오뚜기가 타깃이 되고 있는 점은 기업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착한기업’ 이미지가 되레 부메랑이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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