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광고 카피에서 뻥은 안 된다. 그렇다면 2018년 7월 현재 드라이버 비거리는 대략 1km, 즉 1000미터는 돼야 한다. 나의 골프 입문 때인 30여 년 전, 당시 광고도 “이 클럽은 종전 것보다 30야드(약 27미터) 더 나간다”이었으니까.
나도 ‘가장 많이 날아가는 채’를 부리나케 샀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세상 골프채는 죄다 그 광고문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수시로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매번 30야드 더 나간다고 떠들어댔다. 그랬으니 30년 동안 늘어난 거리를 합하면 어중 잡아도 1km는 족히 나가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말은!
프로 아마추어 공히 그들의 영원한 로망은 친구보다 공을 멀리 치는 것이다. 하긴 동반자 중 드라이버를 멀리 보내면 그 자가 환장하도록 부러워진다. 드라이버로 친 공이 빨랫줄처럼 쫙쫙 뻗어나가라는 뜻에서 심지어 빨랫줄 삶은 물을 라운드 전에 마신 사람이 있을 정도라니 할 말 다했다.
드라이버 쇼 대회가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골프가 비거리만 갖고 순위를 정하는 것도 아닌데, 사생결단 식으로 비거리 늘리기 비법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마추어들의 공통된 ‘거리관’이다.
장타에 대한 욕망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골프 숍 중 토요일, 일요일 밤 등 휴일 늦은 시각까지 문을 열어두는 업소가 더러 있는데, 이들이 괜한 52시간 초과근무를 하는 게 아니다. 어김없이 콧바람 씨근대고, 뭔가 욕설 비슷한 소리를 중얼대며 들어오는 중년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들은 ‘멀리 나가는’ 드라이버를 한 자루씩을 사 가는데, 백 수십만 원이 넘는 제품을 값도 깎지도 않고 그저 ‘그 놈만 이기면 된다’며 구입한단다. 그날 낮 라운드. 웬수 놈보다 자기 비거리가 짧은 걸 알고, 멀리 치는 채가 어떤 것인지 슬쩍 봤다가 거금 투척을 하는 것.
참 답답하다. 값비싼 채 순서대로 공을 멀리 보내면 지구 위의 최고 장타자는 ‘꿈의 300야드 시대’를 연 존 댈리나 무려 463야드 기록한 세계 장타 1위 더스틴 존슨, 400야드 이상을 밥 먹듯 보내는 개리 우드랜드나 필 미컬슨도 아니고 따로 있어야 한다. 가장 돈 많은 빌 게이츠나 우리나라의 이건희 쯤이 세계 최장타자가 됐어야 맞다.
받는 골퍼나 가족에게 모두 고소한 ‘참기름 상’
롱기스트 상이 있다. ‘메달’이나 ‘우승’보다 더 눈독 들이는 상이다. 부상은 주로 고소한 참기름(이도 비싸긴 하다)이 주어진다. 왜냐구? ‘공을 날리는 거리가 참 길음’의 의미이다. 웃으시든가 마시든가!
우리나라 안병훈도 드라이버 거리 랭킹 세계 18위(307야드)인데, 골프들의 실력 향상과 골프채의 끊임없는 진화로 평범한 민간인도 300야드를 펑펑 날리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이나 나나 어디 골프 첨 쳐봤나. 알잖아! 골프가 결코 드라이버 비거리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맨 처음 했는지 모를 골프 명언 중 명언 ‘드라이버 이즈 쇼, 아이언 이즈 아트, 퍼터 이즈 머니’는 그 가치가 영원하리라 본다.
그러나 때로 ‘참기름’ 상도 받으시라. 그거 들고 집에 가면 아내들은 골프를 대단히 ‘가정적’인 스포츠로 알고 당신을 필드에 자주 내보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