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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기업문화 ②] 동아쏘시오그룹, 내리꽂이 아닌 상향-민주식 ‘두돈텐텐’…“10개씩만 지키자”

사원들이 아이디어 내고 투표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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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8-599호 윤지원⁄ 2018.07.25 14:05:37

동아쏘시오그룹이 최근 기업문화 쇄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임직원 사기 진작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열린 동아쏘시오그룹 제14기 동아 멘토링 수료식 및 15기 결연식 기념촬영에 임한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들. (사진 =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쏘시오그룹이 최근 1~2년 동안 경영 시스템과 기업문화 쇄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행복한 기업문화 만들기’의 일환으로 ‘Do Don't 10-10’(두돈텐텐)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시작 단계부터 전 그룹사 임직원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실천하는 캠페인으로, 1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기업의 체질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개선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오너 중심의 경영, 영업 실적에 대한 과도한 압박, 보수적인 군대 스타일 등 구시대 기업 문화가 깊이 뿌리박힌 분야로 꼽힌다. 동아에스티, 동아제약 등이 속해있는 동아쏘시오그룹도 이런 이미지에서 크게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직원 근속 년수, 급여 수준 등에서 최상위권으로 꼽히며, 직원 만족도나 외부 평판 등도 좋게 평가받는 편이다.

 

최근 동아쏘시오그룹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그동안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칭찬 및 격려 캠페인을 진행한 데 이어 2018년 하반기 들어서는 회사에서 지켜야 할 문화와 사라져야 할 문화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확산하고 실천하자는 취지의 ‘두돈텐텐’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두돈텐텐' 캠페인 포스터. (사진 = 동아쏘시오홀딩스)

변화는 자발적 문제 파악부터

 

‘두돈텐텐’은 ‘해야 할 것 10가지’(Do 10)와 ‘하지 말아야 할 것 10가지’(Don't 10)를 의미한다. 행복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임직원들이 지켜야 할 문화와 사라져야 할 문화를 선정한 실천 리스트라는 뜻이다.

 

그룹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모아 1414건의 의견을 수렴했고, 이 의견들은 휴가, 출퇴근, 회식 등 기업 문화 등 카테고리 별로 분류된 뒤 온라인 투표를 통해 각각 10개 항목의 리스트로 확정됐다. 자발적으로, 그리고 투표로 뜻을 모은 민주적인 형태다. 

 

Do 10은 득표순으로 1. 계획대로 당당하게 휴가 가요 2. 책임감 갖고 출퇴근해요 3.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존중해요 4.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해줘요 5. 회의는 사전에 준비하고 짧고 굵게 해요 6. 자기 일은 자기가 해요 7. 술은 자기 주량껏 자유롭게 마셔요 8. 업무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해요 9. 가정을 지킬 수 있게 출산(육아) 휴가를 장려해요 10.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져요였다.

 

Don't 10은 1. 휴가 갈 때 눈치 주지 마요 2. 출근, 야근에 눈치 주지 마요 3. 불쾌한 농담, 뒷담화 하지 마요 4. 내가 다 옳다는 권위적 생각을 버려요 5. 불필요한 회의 하지 마요 6. 자기 일을 남에게 미루지 마요 7. 술잔을 돌리지 마요 8. 학연, 지연, 친분에 따라 평가하지 말아요 9. 출산(육아) 남녀 구분하지 마요 10. 다른 사람 탓하지 마요였다.

 

최종 선정 리스트는 포스터로 제작돼 전 그룹사에 게시됐고, 핸드아웃 형태로 제작해 전 임직원에게 배포됐다. 또한 매달 한 가지 카테고리를 택해 캠페인을 실시하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확산 및 실천을 유도한다. 특히, 해당 리스트는 정기적인 임직원 설문과 투표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나갈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월 27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개최한 '2018 기업문화 혁신 콘퍼런스'에서 서제희 맥킨지코리아 파트너가 '한국 기업문화 현주소와 변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 대한상공회의소)

성공적 기업문화 혁신 운동 기준에 부합

 

리스트를 얼핏 보면 어려운 말이 없다. 강제성도 없어 보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항목도 많아 큰 변화를 이끌지 못할 것도 같다. 하지만 기존의 불합리 및 개선 사항을 임직원 스스로 지적하고, 시작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에 전 임직원이 동참하는 자발적이고 솔직한 캠페인이라는 점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기업문화 컨퍼런스’에서 맥킨지코리아의 서제희 파트너는 우리나라 다수 기업의 기업문화 혁신 운동이 1회성으로 그치는 주입식 캠페인이라고 지적하며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제대로 된 개선을 위해서는 원인과 해법을 관통하는 체계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조직변화를 위한 성공적인 기업문화 혁신 운동의 4대 원칙으로 △체계적 문제 진단 △명확한 개선목표와 조직원 공감 △전방위적이고 동시다발적 변화 △작은 성공 만들기 등을 제시했다.

 

‘두돈텐텐’ 캠페인은 이 4대 원칙에 대체로 잘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의 자발적인 문제제기와 선별 과정을 통해 진행됐다는 점, 실천 사항이 거창한 것이 아니어서 성공에 도달하기 쉽다는 점, 리스트의 일부 항목이 개선되어 문화로 정착된 뒤에는 리스트 업데이트로 더 민감하고 세부적인 변화도 시도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1회성 주입식 캠페인보다 실효성, 영향력이 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종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은 “사내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문화를 개선하고, 지켜야 할 문화는 더욱 발전시키고 추구해 모든 임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실시했다”며, “매년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활동을 실천해 임직원 모두가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동아쏘시오그룹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의 최신 박카스 TV 광고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바라는 동아쏘시오그룹의 메시지가 담겼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일-가정 양립과 소통 문화 장려

 

사실 이번 두돈텐텐 캠페인은 동아쏘시오그룹이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기업문화 바꾸기’ 노력의 하나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기업 문화 정착을 꾸준히 시도한 결과 2016년엔 동아제약이, 2017년엔 동아쏘시오홀딩스가 각각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인증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 주택 및 생활안정 자금 저금리 대출 등의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하고, 매월 하루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캐주얼한 복장으로 출근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캐주얼&패밀리 데이'도 운영한다.

 

아울러 올해 초 ‘2018 연간 휴무일’을 공지한 것은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시도다. 휴가 일정을 연초에 공지하면 직원들은 미리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예약도 미리 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연말 휴가도 도입, 전 임직원이 12월 25일부터 1월 1일까지 총 8일간 쉴 수 있게 했다. 또한, 여름휴가를 떠나는 임직원들에게 국내 주요 관광지의 일부 콘도와 리조트 객실 이용료를 지원해주고, 그룹의 교육 시설인 경북 상주의 인재개발원도 휴양 시설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

 

경북 상주에 2016년 9월 준공한 동아쏘시오그룹 인재개발원. (사진 =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난해부터는 ‘D-Style HERO를 찾아라’라는 칭찬 캠페인을 진행한다. D-Style이란 ‘혁신의 생활화’, ‘새로운 시각’, ‘도전 정신’ 등 그룹이 추구하는 16가지 덕목을 말한다. 직원들은 특정 덕목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 동료 직원을 선정해 사내 인트라넷에 제출한다. 추천을 받은 직원은 동료가 익명으로 보낸 칭찬과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회사로부터 소정의 상품을 받는다.

 

그룹 관계자는 이 캠페인이 임직원간 소통 강화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D-Style은 동료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으면 쉽게 찾을 수 없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보이는 장점들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임직원들이 있다”며, “캠페인을 통해 주변의 동료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칭찬을 통한 긍정에너지가 서로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소박한 캠페인은 칭찬받아 마땅한 임직원에게 응당한 보상을 해준다는 조직 내 성과·보상 문화의 지향점이 반영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동아에스티는 미국 제약기업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AbbVie Biotechnology)와 총 5억 2500만 달러(약 5961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따내면서 혁신신약연구소의 소장 및 실무진 10명에게 1932년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킨 공로로 특별 포상금을 지급했다.

 

보통 이런 대규모 계약 체결은 회사의 대표나 경영진의 성과로 부각되기 마련이지만, 실제 일한 직원이 주인공이 되고,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 것이다. 아울러 이는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2016년 창립 8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 동아쏘시오홀딩스)

시대 변화 + 오너 리스크가 쇄신 요구

 

동아쏘시오그룹이 최근 이처럼 임직원 중심의 기업 문화를 강조하는 배경은 남다르다. 최근 국내 산업 전반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휴식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트렌드에 따르려는 노력이기도 하지만 동아쏘시오그룹에는 좀 더 특별한 이유들이 보인다.

 

우선은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라는 이유이며, 이는 강신호 그룹 명예회장부터 강조해 온 것이다. 강 명예회장은 지난 2016년 창립 84주년 기념식에서 “상명하달의 구시대적 기업문화로는 절대로 시대 변화에 대응해 나갈 수 없다”며 “소비자의 니즈(Needs), 시장의 변화를 스스로 공부하며 그에 맞는 일을 찾아 제안 및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양성하고, 그러한 사람이 존중 받는 미래 지향적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종현 사장도 올해 시무식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다 같이 힘을 모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2013년 3월 4일 열린 동아쏘시오홀딩스 출범식 케이크 커팅 장면. 왼쪽 네 번째는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당시 그룹 회장), 다섯 번째는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당시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 (사진 = 동아쏘시오홀딩스)

한편, 2년 넘게 이어지는 리베이트 이슈와 그에 따른 오너 부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동아쏘시오그룹은 10대 제약사 중 평판이 좋기로 손꼽히는 기업이었던 만큼, 훼손된 도덕성과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자체 쇄신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의지는 올해 주주총회 등에서 결정된 파격적인 경영 쇄신 과정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창립 이래 최초로 외부 인사인 엄대식 한국오츠카제약 회장을 동아에스티 최고경영자로 영입했고, 감사위원회 도입,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등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체계를 마련했다. 그밖에도 윤리 경영 실천을 위해 ISO 37001 인증을 추진하고, 업계 최초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경영 체계 쇄신이 그룹 전략의 큰 틀을 바꾸고 전열을 가다듬는 작업이라면, 기업 문화 쇄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임직원의 사기 회복 및 소속감 고취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상위권 제약사들은 대부분 업력이 오랜 만큼 보수적인 문화를 바꾸기 쉽지 않고, 워라밸이나 가족친화 정책에 대한 관심도 낮은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동아쏘시오그룹의 경영 체계 쇄신이나 다양한 기업문화 캠페인은 과감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스템과 문화를 닮아간다는 점에서, 이들의 쇄신이 성공하면 그 파급력은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미칠 것”이라며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악재가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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