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발전해가는 기술혁명의 쓰나미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 대한 우리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기술을 부릴 통제 능력과 조작 능력이 점점 퇴화하면서 오히려 기술 소외로 이어지기 때문. ‘사물에 수작 부리기: 손과 기술의 감각, 제작 문화를 말하다’ 책은 ‘제작 문화’에서 그 해법을 찾고자 한다.
책은 ‘제작’ 혹은 ‘수작’을 통해 기술 과잉의 시대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자율 감각을 되찾고 첨단기술에 대응하는 성찰적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이는 기계와 인간의 공존, 공유의 지식 운동, 대안 기술 공동체, 사물에 대한 상상력 그리고 실천하는 삶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허상과 암흑상자처럼 밀봉된 과학기술의 강요된 전망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제작 문화는 현대인의 생존 가이드이자 사물과 기술 공생의 방법임을 제안한다. 제작이란 인간이 이룬 기술 문명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원리를 이해해 지혜에 이르는 최선의 방도라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작’이라는 화두로 엮은 한 권의 생생한 콜로키움과도 같다. 제작 문화와 관련해 다양한 일선에 종사하는 전문가 8인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다층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제작 문화의 현주소를 바라보며 담론을 벌인다.
이광석, 장훈교, 최혁규, 신현우, 박소현, 언메이크랩, 전승일, 김성원 지음 / 1만 7000원 / 안그라픽스 펴냄 / 2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