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반짝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다시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부 변수에 비해 과도하게 코스피가 추락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조심스런 모양새다. 이들이 선뜻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월 29일 2598.19로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뒤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줄곧 하락해 7월 2일 2300선이 무너졌다. 8월 13일에는 2248포인트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열흘 가까이 반짝 랠리가 이어지면서 2322포인트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맥을 못추고 있다. 6일 종가기준 2287.61로 8월 최고점인 2322.88(8월31일 종가)에 비해 1.54% 하락했다. 외국인은 3일(2157억원)과 5일(859억원), 6일(669억원)에 주식을 팔아치웠으며, 4일만 894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8월에는 1조5707억원을 순매수했다. 7월(3734억원 순매수)보다 4배 넘는 규모다. 8월 21~31일에는 9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1년5개월 만에 가장 긴 랠리를 나타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주로 반도체와 통신주를 사들였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외국인 순매수 7749억원), LG유플러스(1793억원), 삼성전기(1189억원), SK하이닉스(786억원), 훨라코리아(524억원), 에스오일(504억원), 삼성전자 우선주(482억원), 삼성SDS(479억원), SK텔레콤(471억원), 현대자동차(461억원) 등이다.
8월 전체로 확대하면 삼성전자(7438억원), LG유플러스(3041억원), SK텔레콤(1825억원), KB금융(1407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361억원), 네이버(1243억원), 삼성물산(1083억원), 에스오일(1064억원), 대림산업(968억원), 휠라코리아(881억원) 등이다.
지난달 깜짝 랠리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다시 ‘셀 코리아’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우선 위안화의 평가절상과 절하 흐름이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1424억 달러)은 전체 무역규모의 25%에 달했다. 따라서 위안화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면(평가절상) 중국에 수출해서 위안화를 벌어들이는 한국의 수출기업은 유리해진다. 반대로 위안화의 가치가 내려가면(평가절하) 그만큼 손실을 입게 되는 구조다.
韓·中 커플링 현상 심해져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조금씩 절상했다. 지난달 26~28일에는 3거래일 연속 절상했다. 27일에는 달러 대비 0.29% 하락(환율 하락)한 6.8508위안, 28일 0.67% 내린 6.8052위안이었다.
위안화 가치 흐름에 따라 한국 원화도 움직이고 있다. 원화는 지난달 27일 전거래일보다 달러 대비 0.09% 떨어진 1121.8원, 28일 0.67% 하락한 1114.3원을 보였다. 이같은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은 한국 주식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위안화 절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위안화가 가치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3일 위안화는 전거래일보다 달러 대비 0.15% 올랐으며, 4일에는 0.24% 상승했다. 이는 달러 가치가 위안화보다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흐름은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에게 불리하며,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CNB에 “중국 경제는 우리나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통화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2017년 이후에는 원화뿐만 아니라 대만 타이완달러,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위안화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대화 국면에 진입하면, 위안화와 원화 모두 강세(환율 하락)를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증시 흐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