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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총괄수석부회장 승진 정의선…현대차 3세 경영 본격화되나 

자율주행‧친환경차 개발 적극 추진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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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6-607합본호(추석) 정의식⁄ 2018.09.18 09:20:51

지난 1월 10일 'CES 2018' 전시관을 둘러보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내 7인의 부회장 중 수석부회장 직을 맡으며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이 가시화됐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3세 승계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현대차그룹 측은 “아직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은 공고하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긋는 입장이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로 소개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의 실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석부회장 승진, 정몽구 회장이 결정했다

 

지난 14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그룹 총괄수석 부회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 수석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며 현대차그룹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승진에 대해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되고, 주요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는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그룹의 통합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이 내린 결정”이며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 역량 강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정 부회장의 승진에 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일가가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 국회방송 

반면, 현대차그룹 측은 정 회장의 경영권이 여전히 공고하며, 이번 인사 역시 정 회장의 판단에 따른 포석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이번 역할 부여는 그룹 차원의 체계적이고 신속한 체계와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정몽구 회장의 판단에 따른 포석”이라며 “정 수석부회장은 정 회장을 보좌하면서 주요 경영 사안은 정 회장에게 보고하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역할이 커지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정 회장의 보좌에 머무를 것이라는 얘기다.

 

7명 부회장 중 단독 1위… 그룹 전체 경영에 관여

 

그렇다면 총괄수석부회장이라는 지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이며, 정 부회장은 앞으로 어떤 권한을 행사하게 될까? 

 

그간 현대차그룹에는 정 부회장 외에도 6명의 부회장이 존재했다. 윤여철·양웅철·권문식·김용환 현대·기아자동차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이다. 그 동안은 정 부회장과 나머지 6명의 부회장이 동렬이었으나 앞으로는 정 수석부회장이 한 발 앞서게 된다. 명실상부한 그룹 내 2인자 지위가 공식화되는 셈이다.

 

정 부회장이 권한을 행사하는 범위도 한층 확대된다. 정 부회장은 그간 기아차 사장직을 수행하다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현대모비스 등 일부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되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는 않았다. 사실상 현대차 이외의 계열사에는 영향을 끼치기 어려운 구조였다.

2017년 11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총괄수석부회장은 정 회장을 대신해 그룹 내 모든 경영 사안을 총괄하는 자리다. 현대차그룹의 양 날개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론 현대제철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차증권, 현대라이프,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이노션 월드와이드, 해비치호텔&리조트 등 모든 계열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번 수석부회장 승진으로 갑작스럽게 경영 승계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별다른 차질이나 혼란 없이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사실상의 ‘3세 경영 승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그간 정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동안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을 대신해 그룹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각종 신차 발표 행사나 글로벌 산업 전시회 참가는 물론 정부와의 만남까지 대부분의 대외활동을 정 부회장이 맡으며 업계 내에서 인지도와 위상이 차곡차곡 쌓여가던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좌초했을 때도 정 부회장이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의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 되겠다”

 

그렇다면 정 부회장은 앞으로 현대차그룹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까? 정 부회장의 그간 발언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방향이 유추된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정 부회장은 “모빌리티 영역의 혁신적 변화는 우리의 생활뿐만 아니라 환경,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며, 도시와 농촌, 현실과 상상,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Mobility)는 ‘이동성’으로 번역되는 용어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일반적으로 최신 충전 기술이 도입된 개인형 이동수단을 지칭한다. 정 부회장이 말하는 스마트 모빌리티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날 정 부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구현하기 위한 현대차의 3대 전략 방향성으로 ▲친환경 이동성(Clean Mobility) ▲이동의 자유로움(Freedom in Mobility) ▲연결된 이동성(Connected Mobility)을 들었다.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동력을 사용하고, 자율주행‧공유경제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미래형 모빌리티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7일(현지 시간)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그간 정 부회장은 다른 어떤 자동차기업 CEO들보다도 기술과 디자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해 기아차의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은 물론 K시리즈, 제네시스 브랜드 등을 성공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터쇼뿐 아니라 CES 같은 IT‧가전 전시회도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그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차’로 통칭되는 영역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다. 앞으로 정 부회장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그가 관심을 보여왔던 미래차 관련 사업이 한층 힘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정책 등과 관련해서도 정 부회장은 그룹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9월 16일 정 부회장은 수석부회장 승진 후 첫 미국 출장에 나섰다. 미 행정부가 추진 중인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미 행정부‧의회 고위인사들을 만나고 올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이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18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대통령 수행 방북단 명단에서도 빠졌다. 원래는 4대 그룹 회장단이 모두 방북할 예정이었으나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어 정부 측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현대가의 장손으로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현대‧기아차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며 “안으로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풀어야 하고, 밖으로는 미국시장 관세 문제와 중국 시장 점유율 약화 등 현안이 산적해있어 앞으로 갈 길이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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