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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플라스틱 규제, SK케미칼엔 호재…친환경 소재 PETG 글로벌 2강

급성장 전망에 991억 들여 울산공장 증설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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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6-607합본호(추석) 윤지원⁄ 2018.09.19 11:08:00

경기도 성남의 SK케미칼 본사 '에코랩'. (사진 = SK케미칼)

 

최근 백신 사업부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물적분할한 SK케미칼이 친환경 화학소재 부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해한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대표적인 친환경 화학소재인 코폴리에스터 PETG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 1월부터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각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앞으로 수년 내에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완전히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들도 플라스틱 규제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요식업체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등을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플라스틱 규제에 돌입했다. 환경부는 이달 초 부처 합동으로 국무회의에 보고한 '자원순환 기본계획'과 지난 5월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등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기로 했다. 자원순환 전 단계에 걸쳐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방침으로,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단계적으로 퇴출할 예정이다. 특히 PVC처럼 환경에 유해하고 재활용도 어려운 재질의 사용이 우선 금지될 예정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사진 = Pixabay)

플라스틱 규제하는데, 오히려 생산공장 증설?

 

이처럼 국내외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업계도 직접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규제를 오히려 시장 확대의 계기로 삼으려는 기업도 있다. 그동안 친환경 소재 시장의 필연적인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아 온 SK케미칼에게 지금의 플라스틱 규제 트렌드는 위기가 아닌 기회다.

 

SK케미칼은 지난달 말 공시를 통해 주력 친환경 제품인 코폴리에스터(Copolyester) 사업 확대 추진을 목적으로 991억 원 규모를 생산 설비 증설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13.55% 규모이며, 투자 기간은 2018년 9월 1일부터 2020년 10월 31일까지다. 투자는 주로 울산 공장에 집중될 전망이다.

 

코폴리에스터는 유해 환경 호르몬인 비스페놀A가 검출될 우려가 없는 친환경 소재다. SK케미칼 그린 케미칼 사업부(Green Chemicals Biz)의 주력 상품으로 올해 2분기 기준 99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매출 비중은 94%에 달했다.

 

SK케미칼은 본래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를 생산하는 섬유회사 선경합섬으로 출범했지만 약 50년이 지난 지금은 친환경 첨단소재와 바이오를 주력하는 회사로 바뀌었다. SK케미칼은 그간 섬유에서 PET로, 다시 친환경 PETG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변화시키며 외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폴리에스터 섬유 부문은 1998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SK케미칼은 이 사업 부문을 과감히 분리했고, PET는 중국의 거센 추격조차 따돌리기에 충분했던 부문이지만 2011년을 정점으로 생산을 크게 줄였다.

 

현재 SK케미칼은 PETG와 바이오 플라스틱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코폴리에스터 복합재의 일종인 PETG는 고급 포장이나 가구, 화장품 용기 등에 쓰이는 고강도 투명 소재로, 기존 투명 플라스틱 소재인 PC(폴리카보네이트), PVC 등과 달리 비스페놀A나 발암물질 검출 우려가 없고, 내화학성이 뛰어나며 소각 시에도 유해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SK케미칼의 '에코젠'을 기반으로 개발한 목재플라스틱 복합재를 깐 자전거도로. (사진=SK케미칼)

화장품 용기·어린이용 식기에 쓸 만큼 안전

 

특히 SK케미칼은 미국의 이스트만 화학에 이어 2001년 세계 두번째로 PETG를 개발, 상업화에 성공해 시장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현재 세계 PETG 시장은 생산량 기준으로 이스트만이 70%, SK케미칼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PETG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CHDM을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이스트만과 SK케미칼뿐이다. 중국이 PETG 개발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어서 글로벌 PETG 시장의 양강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해 PVC가 친환경 소재인 PETG로 대체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PETG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2012년 25만 톤 정도였으나 지난해 말 이미 40만 톤으로 증가했다. 올해부터는 세계적으로 유해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상 증가폭이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SK케미칼의 PETG 영업이익도 2014년 1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300억 원을 넘겨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글로벌 화장품 업체 20개 중 18개 업체가 SK케미칼의 PETG를 사용하고 있다. 화장품 용기 부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SK케미칼은 재작년과 작년 중국 코폴리에스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SK케미칼의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에코젠'으로 만든 어린이용 식판. (사진 = SK케미칼)
'룩스팩 상하이 2017'에 참가한 SK케미칼 부스에서 PETG가 적용된 화장품 용기가 소개되고 있다. (사진 = SK케미칼)

SK케미칼의 대표적인 PETG 소재인 '에코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식품안전국(EFSA)으로부터 식품접촉용기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소재로 인증을 받았다. 특히 2009년 자체 개발한 에코젠은 PETG에 옥수수 등의 바이오매스로부터 유래한 물질을 혼합해 90~110도 이상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열도와 강도를 더욱 높인 제품이다.

 

에코젠은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 쉬운 소재인데 유리에 비해 잘 깨지지 않고, 무게도 가벼워 유리 용기와 알루미늄 등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에코젠의 안전성은 식품용기 제조업체들이 인정해 유아용 식기부터 스포츠용 텀블러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주방용 가전업체들은 착즙기, 믹서기 등에 에코젠 소재를 적용해 '친환경 프리미엄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독일의 원재료 제조업체인 벨록스도 SK케미칼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에코젠을 활용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차와 어울리는 친환경 소재

 

친환경 소재인 PETG가 쓰이는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내장재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SK케미칼은 PETG를 기반으로 개발한 PETG/ABS 복합재를 지난해부터 현대자동차의 중·대형 신차 4종과 하이브리드카 등의 운전석 내장재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내장에 적용되는 플라스틱 소재에 더욱 높은 수준의 친환경성을 요구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이나 윈도우 스위치패널, 도어 트림, 센터페시아 등 운전자 및 탑승자와 직접 접촉이 많은 부품들은 차내 방향제 또는 선크림 같은 다양한 종류의 화학성분과 자주 접촉하게 되며, 내부 환경은 주로 밀폐 상태로 운행되므로 실내 공기질 관리가 중요하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내화학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자동차 실내 온도가 70도 이상 올라가기도 해, 고온에서도 변형 우려가 없는 소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NEXO)의 내부에 SK케미칼의 코폴리에스터 복합재 SKYTRA를 적용한 모습. (사진 = SK케미칼)
SK케미칼 구성원이 PETG/ABS 컴파운드 소재가 적용된 스티어링 휠 베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SK케미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PETG는 구조상 분자와 분자 사이의 인력이 강해 외부 용매가 침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PETG 복합재는 기존 PC 복합재보다 2배 이상 뛰어난 내화학성을 갖는다. SK케미칼의 PETG는 80~110도를 견딜 수 있는 내열능력을 갖췄다. 현대자동차 외에도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주목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SK케미칼의 SKYTRA는 올해부터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전기차(FCEV, 이하 수소차)인 넥쏘(NEXO)의 내장재로도 적용되고 있다. SKYTRA는 코폴리에스터의 소재 물성을 강화시킨 제품으로,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에서 시범 운행된 넥쏘에 먼저 적용됐다.

 

SKYTRA의 친환경적인 특성이 차세대 수소차 넥쏘의 친환경 연료 자동차라는 콘셉트와 맞아 떨어진다는 점은 다양한 친환경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크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다.

 

SK케미칼은 향후 5년 간 매년 3000대씩, 총 약 1만 5000대의 수소차 등 내장재에 SKYTRA를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총 1000톤 이상의 SKYTRA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적인 용도 개발을 통해 다양한 차종과 부품에 코폴리에스터 복합재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는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내장재 시장 규모가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 규모는 매년 4%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PETG 복합재는 친환경 자동차 내장재를 시작으로 전체 자동차 내장재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5년 내에 자동차 내장재 시장의 20% 이상이 PETG 복합재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친환경 내장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기존 소재의 대체재로 코폴리에스터 복합재 적용 사례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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