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문화예술계에서 생산과 소비의 관계 해석에 많은 관심을 지닌 미술가 Sasa[44]. 그가 지난 20여 년 동안 편집증적으로 모은 물건들을 이용해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문화를 통찰적으로 엮어낸 아카이브 기반 작업을 담은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이자 일민미술관에서 11월 25일까지 열리는 Sasa[44]의 개인전 제목이기도 한 ‘엉망’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일이나 사물이 헝클어져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결딴이 나거나 어수선한 상태’를 뜻한다. 어쩌면 작가 개인의 삶과 작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것 같기도 하고, 현재 우리 사회의 현 상태를 직설적으로 묘사한 것 같기도 한 이 말은, Sasa[44]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키워드가 된다.
이 책은 Sasa[44]가 먹고 쌓아온, 사고 소비한, 수집하고 배치한, 찍고 저장한 온갖 것들로 북적인다. 이것들은 어떻게 엉망이 되고, 어떻게 포스트컨템포러리 미술의 향방을 가늠하는 ‘미술’이 되는가? 그 안내자 역할은 책에 실린 임근준, 아이리스 문, 기정현의 평론과, 김동희, 손주영, 허미석, 조주현, 정해선, 남선우, 김도연, 정승완의 글, 그리고 수백 쪽에 이르는 기록과 사진의 몫이다. 이 책은 작가가 전시의 형태로 펼쳐놓은 데이터베이스의 이질적 복합체에 접속하기 위한 각자의 계정으로써 기능한다.
Sasa[44] 외 지음 / 4만 4000원 / 작업실유령 펴냄 / 7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