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해방 당시 45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대한국민들이 쏟은 근검과 절약의 정신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단기간에 고도 경제 발전을 이룬 것은 그동안 투자와 수출 진흥 정책에 기반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불균형으로 수출주도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정부 개입 최소화, 규제 완화, 자유 무역,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침체와 성장 둔화의 원인을 총수요 요인 중 내수와 소비 부족, 소득분배 불균형 문제로 보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늘리고 소득을 분배해 총수요를 늘려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임금주도성장에 근거한 소득주도성장론이 포스트 케인지언(Post-Keynesian)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대두되었다.
하지만 주류경제학계를 중심으로 ‘임금 인상이 총수요에 미치는 효과만 고려했고 총공급에 미치는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다’, ‘경제성장과 소득 간의 인과관계를 뒤집어 설명한다’,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적 경기 부양책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성장의 근본적인 대책이다’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균배(均配)로 편안한 나라”를 이미 2500년 전에 제시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소득주도성장론’을 ‘공정경제’, ‘혁신성장’과 함께 3대 경제 정책 기조로 설정하고 소득 분배와 양극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론이 근로자만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좁은 개념에 갇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보다 ‘넓은’ 개념인 ‘포용적 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포용적 성장론은 시장경제에 따른 부작용을 정부의 소득재분배, 복지, 사회안전망 확충, 임금인상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쟁의 출발점은 ‘분배와 성장’, ‘평등과 자유’라는 가치 중에서 어떤 것에 더 방점을 찍을 것인지, 즉 나라가 가난과 혼란에서 벗어나고 안정을 되찾아 모든 국민들이 잘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려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 방법을 논어에서 엿볼 수 있다.
공자는 논어 계씨(季氏) 편에서 ‘백성의 숫자가 적은 것을 근심하지 말고 균등하지 않은 것을 걱정해야 하며, 나라가 가난함을 근심하지 말고 백성이 편안하지 않음을 걱정해야 한다(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무릇 분배가 균등하면 가난하지 않게 되고 나라가 평화롭고 백성이 화합되면 백성의 숫자가 적지(줄지) 않게 되고 백성이 편안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일이 없다(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고 설파하셨다.
기원전 500년 무렵, 이미 소득분배의 불균형과 양극화 문제, 국민화합과 평안을 걱정하신 공자의 혜안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제대로 투영되어 반드시 ‘소득의 정의로운 분배(均)’, ‘나라의 평화(和)’, ‘국민의 안정(安)’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산성과 고용이 증대되고, 부가 정의롭게 배분되고, 국민들이 모두 편안해지는 나라, 외국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화합과 안정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룰 수 없는 꿈일까?
법무법인 대륙아주 문규상 변호사: 1978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7년 검사로 임용돼 ‘특수통’으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와 ‘강호순 연쇄 살인사건’ 등을 맡아 성과를 냈다. 2006년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의 초대 심사본부장을 2년간 맡았으며, 2013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금곡서당에서 수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