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1호 김수식⁄ 2018.10.19 16:25:4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 무섭게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를 추진하면서 편의점 업계의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할 경우 CU와 GS25 2강이 주도하던 편의점 생태계가 세븐일레븐까지 포함한 3강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를 좌시할 수 없는 이마트24도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들어 바야흐로 편의점 업계에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인수 위해 회사채 발행(?)
지난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빠른 속도로 지배구조 강화와 인수합병(M&A) 추진에 나서고 있다. 먼저 신 회장은 지난 16일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 중 일부를 각각 사들이게 해 지주사 체제를 강화했다.
M&A 대상은 편의점 업계에 매물로 나온 미니스톱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의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오는 25일 7년여 만에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사채가 ‘미니스톱 인수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세븐일레븐 측은 일단 이를 부정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회사채 발행이 단기채권에서 장기채권으로 전환하려는 것, 그리고 운영 자금의 안정성 도모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이 지난 2010년 편의점 프랜차이즈 바이더웨이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회사채 역시 미니스톱 인수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븐일레븐에게 미니스톱은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업계 1위 CU, 2위 GS25와 어깨를 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븐일레븐이 업계 3위라고 하지만 2위 GS25와 격차는 상당히 벌어져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점포수를 보면 CU가 1만 3010개로 업계 1위다. GS25가 1만 2919개 근소한 차이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세븐일레븐은 9535개, 이마트24가 3413개, 미니스톱이 2535개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점포수가 단숨에 1만 2070개로 늘어난다. CU와 GS25의 양강 체제였던 편의점 업계가 세븐일레븐까지 포함한 3강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다.
미니스톱을 인수하겠다는 세븐일레븐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5월 발간된 코리아세븐 사사에 실은 기념사에서 “세븐일레븐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쇼핑, 금융 등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종합 생활 스테이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옴니채널의 핵심 거점으로서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마트24, 손익분기점 넘고 세븐일레븐 추격할 기회
신세계의 이마트24도 미니스톱 인수에 관심이 많다. 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신세계가 2013년 중소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하며 편의점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마트24는 ▲24시간 영업 ▲로열티(회비) ▲중도해지 위약금 등을 없앤 ‘3무(無) 정책’을 내세워 87개로 시작한 점포 수를 점점 늘리며 업계 4위까지 올랐다.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점포 수가 3413개에서 5948개로 늘어 세븐일레븐을 바짝 뒤따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게다가 단번에 손익분기점에 오를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 기준을 점포수 5000~6000개로 보고 있다.
이마트24 입장에서는 ‘근접 출점 제한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 10월 1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회장은 편의점 근접출점 제한 문제와 관련해 “편의점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근접 출점 제한 자율 규약안을 제출했고 공정위에서 심의 중”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답변이 오면 자율 규약을 통해 근접 출점을 방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자사 매장 기준 250미터 이내 출점을 제한하고 있다. 협회가 이번에 공정위에 제출한 자율 규약안은 이를 타사 점포 대상으로도 확대하고, 출점 제한 거리를 80미터까지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통해 업체 간 과당 출점 경쟁을 지양하고 가맹점주들의 매출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편의점 업계가 협회의 규약안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이미 1만 개 이상 점포를 운영 중인 업체들은 출점 제한을 통해 기존 점포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추가 출점이 절실한 후발 업체들은 성장세 둔화가 더 걱정이다.
이마트24의 경우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가입하지 않아 이 자율안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마트24는 협회 자율안이 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대의적인 차원에서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미니스톱 인수는 득보다 실" 우려 시선도
두 업체의 미니스톱 인수가 기대만큼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지는 못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점포 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수익성 제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의 수익성은 유통업계 중 가장 낮은 편이다. 특히 미니스톱은 지난해에 연간 매출이 1조 1853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0.22%인 26억 원에 불과했다. 2016년 영업이익률 0.29%보다 떨어졌다. 세븐일레븐 역시 매출은 많지만 영업이익률은 429억 원으로 1% 남짓으로 알려졌다. 이마트24는 흑자는커녕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영업이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할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인수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는 미니스톱의 인수 비용을 최소 3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지만 한국미니스톱의 1대 주주인 이온그룹은 4000억 원대 매각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 이후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 이후 꾸준히 지출될 인건비와 교육비, 광고홍보비 등 고정비 규모가 영업이익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며 “중복 점포 정리 정책, 판이한 주력 상품 정책도 다듬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