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3호 정의식⁄ 2018.11.07 11:29:02
일본산 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가 국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가격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일본보다 국내 판매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책정돼 ‘저가 브랜드’ 아닌 ‘중가 브랜드’가 됐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에 비해 지역사회에 대한 기부나 사회공헌 사업이 많지 않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CNB가 논란의 실체를 확인해봤다.
한국에선 3만 원, 일본에선 2만 원?
#1. 지난 10월 일본 큐슈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A씨(여‧35세). 가족과 함께 들른 쇼핑몰 유니클로 매장에서 생각보다 저렴한 셔츠를 발견, 남편 것과 아들 것까지 3벌을 단숨에 구입했다. 1벌 가격이 1990엔으로 환율을 감안하면 2만 원 정도인데, 남편은 같은 제품이 한국에선 3만 원쯤 한다고 거들었다. 3벌을 구입하니 ‘5000엔 초과 면세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업무상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 B씨(남‧41세). 그는 최근 반복되는 지인들의 요청에 짜증이 났다. 유니클로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주변인들이 구매 대행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결국 B씨는 “못 참겠다”며 구매 대행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자주 방문해서 잔뜩 옷을 구입하다보니 매장 종업원들이 나를 보따리장사로 오해하는 거 같다”며 “한국에도 유니클로가 있는데, 왜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일본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니클로 매장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결같다. 대부분의 제품이 한국보다 약 20% 가까이 저렴하고, 세일 아이템의 경우에는 50% 수준에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이런 상황은 유니클로가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 쇼핑몰만 둘러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유니클로의 대표적인 히트 아이템인 방한 내의 ‘히트텍’의 경우, 일본 쇼핑몰 가격은 990엔으로 책정돼 있다. 한화 약 1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동일한 아이템을 한국 쇼핑몰에서 찾아보면 가격이 1만 4900원이다. 1.5배나 비싼 가격이다.
마찬가지로 겨울 의류인 논퀄팅다운 쇼트코트의 경우, 한국 쇼핑몰에서 14만 9000원이지만, 일본 쇼핑몰에서는 1만 2900엔이다. 한국이 2만 원 가량 더 비싸다. 다른 상품들도 대동소이하다.
일본에서 물건을 사면 정가 외에 8%의 소비세가 별도로 추가된다는 것을 감안해도 한국과의 가격 차이는 명백하다. 동일한 제품임에도 일본보다 한국에서 무조건 더 비싸게 판매되는 이유는 뭘까?
순이익 절반 배당… 로열티도 상승 일로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판매하는 한‧일 합작기업 ‘에프알엘코리아(FRLKorea)’의 지배구조가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에프알엘코리아는 국내의 대표적인 유통그룹 롯데와 일본 패스트 리테일링의 합작사다. 롯데쇼핑이 49%, 패스트 리테일링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그룹의 계열사로 분류된다. 한국과 일본의 두 대기업이 지분을 나눠 가진 형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공개된 2016 회계연도(2016년 9월 1일~2017년 8월 31일) 이 회사는 2015 회계연도(2015년 9월 1일~2016년 8월 31일)보다 4.7% 증가한 1조 2376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765억 원, 당기순이익은 1341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기간의 배당금은 무려 675억 원으로 2015 회계연도의 398억 원보다 70% 가까이 늘었다. 배당금 전액은 현금으로 배당됐다.
당기순이익 1341억 원 중 675억 원이 현금 배당됐다는 건 배당성향이 약 50% 수준이라는 의미다.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이 약 16.02%(2017년 기준)로 미국(36.62%), 일본(34.08%) 등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는 것을 감안하면 50%의 배당성향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그 배당이 전액 패스트 리테일링과 롯데로 귀속된다는 점이다. 두 모회사가 주식을 반분하고 있는 소유구조 때문이다.
배당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로열티도 매년 증가 추세인데 그 규모가 배당금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지난 2013년 156억 원이었던 로열티 비용은 2017년 약 260억 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국외로 유출되는 자금 규모가 날로 커지는 반면, 국내에서의 기부나 사회공헌 사업 등 사회적 기여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유니클로 “환율‧세금‧인건비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 차이”
유니클로 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국내 유니클로 제품 가격이 일본보다 비싼 경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당사는 진출해 있는 모든 국가 및 지역에서 높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큰 가격 차이나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사한 가격대에 상품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각국의 환율, 세금, 물류, 인건비 등의 다양한 상황 요인으로 인해 일부 지역별, 시기별로 가격 수준에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진출국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프로모션 진행 시점 등에 차이가 있어 일시적으로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본의 경우 상품 가격 태그 및 온라인 스토어에 표시된 가격에 8%의 소비세를 부가한 가격이 실제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배당에 대한 국내 법규를 준수하고 있으며, 배당금은 지분 투자 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프알엘코리아의 사회공헌 기여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2005년 진출 이래로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매장 오픈과 고용 창출, 장애인 채용 및 후원, 고객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전 상품 리사이클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매해 실시하면서 지역 사회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5 회계연도에는 1,374,404,459원, 2016 회계연도에는 1,746,601,409원의 기부금 및 물품을 후원했고, 올해 기부금 및 물품 후원 금액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책임 있는 기업 시민으로서 기부금 후원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