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4호 옥송이⁄ 2018.11.09 15:23:31
일부 은행들이 ‘K팝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금융권에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도입된 변화는 젊은 세대 외에도 다양한 세대, 나아가 외국인 고객까지 끌어오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K팝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운 은행들은 ‘신남방 정책’ 전개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10대의 우상, 은행 간판 되다
올해 1월 KB국민은행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기용했다. 이후 방탄소년단이 ‘빌보트 차트 200’에 한국 가수 최초 두 번이나 1위에 오르면서 방탄소년단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덕분에 KB국민은행은 10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신한은행도 비슷한 시기에 ‘유스(youth) 마케팅’의 일환으로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인 ‘워너원’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기존 아이돌의 팬 층이 주로 10대와 20대에 편중되는 반면, 시청자 손으로 뽑은 ‘국민 아이돌’ 워너원은 넓은 팬층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층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아이돌 모델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K팝 아이돌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다. 메인 광고 모델은 여전히 배우 안성기지만 추가로 지난 6월 CJ ENM의 엠넷에서 방영한 ‘고등래퍼’의 우승자 래퍼 김하온을 모델로 기용했다. 유튜브에 공개한 음악영상 ‘청춘, 그 하나하나’가 조회 수 568만 회를 기록했다. 이는 KEB하나은행이 유튜브에 공개한 광고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다.
신한은행, 유스 마케팅 가능성 봤다
K팝 아이돌 광고 모델 기용은 결과적으로 ‘똑똑한’ 선택이었음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우선 금융권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졌던 20~30대 고객이 속속 늘어났다.
신한은행의 ‘워너원 통장’은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1만 5000좌가 넘게 판매됐고, 멤버들의 얼굴 사진이 새겨진 한정판 체크카드는 같은 기간 8만 좌 이상이 발급됐다. 또한 워너원이 광고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신한 쏠(SOL)’은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수 700만 명을 넘었다. 신한은행은 올해 쏠 가입자 수가 8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워너원 이용 마케팅에서 주목할 점은 20·30대 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고객들도 가세했다는 점이다. 젊은 층 고객을 이끌겠다는 목표로 선정한 광고 모델이 오히려 다양한 연령대의 팬층을 고객으로 흡수한 모양새다.
KB국민은행 외국인 고객 늘고 해외 진출에도 도움
KB국민은행의 경우 젊은 고객 확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팬’들을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전 세계를 휩쓴 BTS 열풍 덕분이다.
KB국민은행 연희점에 근무하는 은행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KB국민은행의 모델이 되고나서 그 뜨거운 인기를 창구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라며 “내국인들도 BTS 통장을 만들러 오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외국인 고객들이 서툰 한국어로 BTS 통장을 만들러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을 단순한 광고 모델로만 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함으로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6월에는 ‘KB X BTS적금’과 ‘KB국민 BTS 체크카드’를 선보인 바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KB X BTS 적금’은 출시 3개월 만에 12만 계좌를 넘어섰고 잔액은 675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데뷔 날과 멤버들 생일에 적금을 시작한 경우 특별 우대하는 ‘HAPPY BTS DAY’에는 평소 대비 4~5배 많은 거래량이 기록됐다.
방탄소년단의 KB스타뱅크 광고 조회 수는 유튜브에서 약 800만 회를 기록했고, KB국민은행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해외 팬들의 눈도장까지 확실히 찍을 수 있었다. 외국 팬들은 “은행 광고라지만 뮤직비디오같다. 너무 멋지다”, “나도 은행 상품에 가입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고, 실제로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등에 업고 글로벌 고객을 흡수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신남방 정책의 대상인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이 핵심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미 KB국민은행의 동남아시아 진출은 순항 중이다. 지난 2009년 4월 ‘KB캄보디아은행’을 설립하고 총 4개의 영업점을 운영 중이며, 2016년에는 글로벌 디지털뱅크 플랫폼인 ‘Liiv KB Cambodia’를 출시해 3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2017년에는 미얀마에 진출했다.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를 설립해 4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지분을 22%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오랜 기간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다”며 “최근 더욱 그 행보를 넓히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한류 스타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계약기간·몸값 등 변수
그렇다면 앞으로도 K팝 아이돌이 금융권의 광고 모델로 환영받을까?
정답은 미지수다. 아이돌그룹의 수명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워너원과의 이별은 불가피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인 탓에 활동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워너원의 공식 활동은 올해 12월 31일 모두 종료된다. 개별 멤버와 재계약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워너원 완전체와의 재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급격히 오른 몸값이 광고 모델 수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입지는 국민은행과 계약을 맺던 올 1월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1년이 채 안 되는 사이 글로벌 슈퍼스타로 성장하면서 이들의 경제 효과는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광고 모델료도 업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BTS와 국민은행이 인연을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