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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주사 폐지→부활, 우리은행에 무슨 일 있나

‘관치(官治) 악몽’ 되살아나…회장 선출 복잡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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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3호 도기천 기자⁄ 2018.11.12 10:43:09

우리은행이 4년 만에 금융지주사 체제로 복귀하면서 회장 선출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서울시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국내 4대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은 4년 전 민영화를 진행하면서 없앴던 금융지주를 다시 부활시키는 의미라는 점에서 그 이유와 배경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새 금융지주 회장이 누가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은행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최근 이사회에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의결한 우리은행은 오는 7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금융위가 지주사 설립을 승인하면 곧바로 회장 선출절차에 들어간다. 이후 주총 의결을 거쳐 ‘우리금융지주’를 완성해 내년 1∼2월 상장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불행했던 한국금융사(史)와 맥을 같이한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후반 부실화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등을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따라서 태생부터 재정이 취약했으며, 2003년 카드대란이라는 격랑을 거치며 부실 규모가 더욱 커졌다. 결국 12조8000억원의 혈세를 지원받아 공기업이 됐다. 매년 발생하는 채권 이자만도 2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정부 부담이 커지자 이팔성 당시 금융지주 회장은 2010년부터 민영화를 3번이나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가 2014년 4차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돼 우리은행에 흡수합병 됐다. 신한·KB국민·하나·NH농협 등 대표적 금융그룹들은 전부 지주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금융만 예금보험공사(예보)의 구조조정에 의해 사라진 것.  


당시 우리금융이 사라진 이유는 지주사와 은행의 양립이 ‘옥상옥(屋上屋) 구조’라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대주주이다보니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수모를 겪는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후 몸집을 줄인 우리금융은 2016년 이광구 행장 시절 민영화에 성공한다. ‘통 매각’에 번번히 실패했던 예보가 보유 지분 51.06% 중 29.7%를 IMM PE(6%), 동양생명(4%), 유진자산운용(4%),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7%) 등 총 7개 금융사에 분할 매각한 것. 당시 매각으로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 중 총10조6000억원(83.4%)을 회수했다. 


금융업계는 당시 매각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여전히 정부(예보)가 잔여지분 21.4%를 지닌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4년만에 지주사 부활 “왜”


이후 이광구 행장은 다시 지주사 부활에 착수한다. 이 행장은 민영화 직후 사내방송을 통해 “금융지주사 복귀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위상을 확보하겠다”고 선포했다. 


우리금융은 과거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14개 자회사와 우리아메리카은행, 우리선물 등 70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린 명실상부한 국내 1,2권의 금융그룹이었다. 이 위상을 되찾겠다는 게 당시 이 행장의 포부였다. 민영화로 자율성이 커졌다는 점도 당시 지주사 부활 추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공적자금 회수를 늘릴 수 있는 긍정적 측면과 관치 강화라는 부작용 등 두 개의 얼굴이 상존하고 있다. 관치 논란의 중심에 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최근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주사 전환은 시장 친화적인 경영체제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전체 금융계열사의 효율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금융업계에서 지주사는 필수적인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인수·합병(M&A) 바람이 불 것으로 관측된다. 지주사가 되면 출자 여력이 현행 7천억원에서 7조6천억원 가량으로 10배 급증한다. 은행은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라는 출자 한도가 있지만 금융지주회사는 이런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의 분야에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 단기금융업(증권사의 어음발행 사업)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만큼, 우리금융이 이 분야에서 확장력을 키워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몇 개가 있다. 우선 관치(官治) 논란이다. 


현재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18.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우리은행 민영화 당시 금융당국은 ‘자율경영’을 약속했지만 지난해부터 예보 지분을 앞세워 주주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정부의 경영간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관치 논란…아픈 과거 상기해야 


실례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는 원칙과 입장은 변함없다”면서도 “18.4%의 지분을 가진 정부가 국민 재산인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우리은행 지배구조 문제에 의견을 갖는 것은 타당하다”며 노골적으로 경영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더 나아가 금융위는 행장이 회장을 겸직하고 1년 후에는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방안을 오는 23일 열리는 우리은행 이사회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손태승 행장을 비롯해 신한은행장 출신의 신상훈 현 우리은행 사외이사,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 선환규 예금보험공사 감사와 김종운 전 우리금융부사장 등이 회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달 초 회장·은행장 겸직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금융위 정례회의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  


이처럼 정부가 회장 선출 과정부터 개입하다 보니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낙하산 천국’이라는 과거 오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이명박)맨’으로 알려진 마지막 금융지주회장이었던 이팔성 회장은 임기 내내 낙하산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박근혜 정부 때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금피아(금융+마피아)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노조와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이들은 행장·회장 분리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국민은행장과 KB지주 회장 간 갈등으로 촉발된 2014년의 KB사태로 인해 금융지주사 체제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 당시 사태로 금융당국이 개입하고 KB 주가가 폭락하는 등 후유증이 컸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사실상 은행이 그대로 지주사가 되는 것인데 정부 입김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CNB에 “현재 우리은행이 전체 계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데, 굳이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게 맞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정부가 입맛에 맞는 금융지주 회장을 세워 은행을 통제해오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아픈 과거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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