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난해한 현대예술 작품 앞에 섰을 때 곧바로 주눅이 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 작품들이 의미하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 그런 탓에 나의 느낌과 생각에 솔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은 현대미술에 접근하는 데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미학자이자 미술비평가인 저자는 정답을 찾는 예술 감상법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느낌에 귀를 기울이는 예술 감상법을 권한다. “느낌은 우리를 현대미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좋은 통로”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현대미술 초심자가 미술관에 왔다가 저자를 만나고, 두 사람이 문답식 대화를 통해 현대미술의 세계로 차근차근 들어가는 내용을 담았다. 예술의 본성이 무엇인지, 예술작품이 어떻게 새로운 느낌과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다양한 예술작품들에서 작동하는 ‘느낌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열네 번의 예술수업이 이어진다.
1강 ‘만남’부터 7강 ‘실재가 문제다’에 이르는 본문 1부를 통해 예술과 느낌의 본성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8강부터는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미술작품들과 더불어 ‘느낌의 코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 것을 그대로 그리는 ‘재현하기’의 코드(8강), 우리에게 마주 볼 것을 요구하는 ‘대면하기’의 코드(10강), 우리를 유혹하는 ‘밀착하기’의 코드(11강), 추상화가 갖는 독특한 힘을 보여주는 ‘추상하기’의 코드(13강), 이것을 보여주면서 저것을 말하는 ‘알레고리’의 코드(14강) 등을 비롯한 갖가지 느낌의 코드들을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잘 알려진 해외 미술작품들뿐 아니라, 김경민, 문형태, 박찬걸, 변웅필, 이경미, 지석철, 채한리, 한혜원 등 국내 작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생소한 작품들을 느끼는 법을 알려준다.
조경진 지음 / 2만원 / 사월의책 펴냄 / 4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