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0-621합본호 정의식⁄ 2018.12.26 16:08:59
2018년은 대한민국이 온탕과 냉탕을 바쁘게 오간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상반기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과 남북 정상회담 성사, 중국과의 사드 갈등 완화 등 긍정적 뉴스가 많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북미 평화협상의 더딘 진전과 부동산 가격 급등 논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등 부정적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 분야에서도 상반기에는 반도체와 바이오, 남북관계 관련주 등을 중심으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였으나, 이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이 난항을 보이는가 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코스피 지수 2000 미만 하락 등이 이어지며 내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CNB가 선정한 올 한 해 경제계 10대 뉴스는 다음과 같다.
1. 풀려난 이재용‧신동빈… 행보는 대조적
지난해 2월 17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약 1년 만인 올해 2월 5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며 수감생활에서 풀려났다.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한동안 대외활동을 삼가며 해외만 오가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다 지난 7월 인도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며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재개했다. 9월에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경제인 특별수행단의 일원으로 참여했으며, 이후로도 외부활동보다는 그룹 내부활동에 집중하며 반도체‧AI 기술 개발 등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내년 초로 예정돼 있고, 올해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도 마무리된 것이 아니어서 이재용 부회장의 ‘정중동’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지난 2월 13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10월 5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며 구속 234일 만에 석방됐다.
신 회장은 석방 즉시 그룹에 복귀해 경영 현안을 챙겼다. 석방 3일 만에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주식 인수를 통한 지주사 편입을 단행했으며, 이후 미니스톱 인수전 참여,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 합병, 롯데손해보험 및 롯데카드 매각 선언 등 굵직한 경영활동을 거침없이 전개하고 있다.
신 회장 역시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어 몸을 낮춰야 할 상황이지만, 그룹 현안이 워낙 산적해있어 당분간은 ‘뉴롯데’ 추진을 위한 바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대기업 총수 대거 참석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3차 남북 정상회담에 기업인과 경제단체장 약 17명이 특별수행단으로 참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4대 그룹을 대표해 참여했으며, 이외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겸 CJ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재웅 쏘카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도 방북단의 일원이 됐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 동안 이들은 양묘장 방문,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 관람,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공연 관람, 대동강변 관광, 평양 5·1경기장 집단체조 관람, 백두산 방문 등의 일정을 통해 북한의 경제 분야 관료들을 만나고 현지 분위기를 접하면서 다양한 경제 협력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정은 현대 회장은 중단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경제인들의 방북이 즉각적인 결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온 경제인들이 대부분 별다른 방북 소감을 밝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테면 최태원 SK 회장은 “어떻게 보면 하나도 없는 백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지, 어떤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 발전이 잘 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해 다양한 경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동시에 바로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님을 시사했다.
3. 최저임금‧주 52시간근무제 ‘속도조절’ 논란
2017년 7월 정부는 2018년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했다. 이는 2001년(16.6%)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어서 재계와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인상 폭이 조금 줄어들었다. 지난 8월 고용부 최저임금위원회가 확정 고시한 2019년도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0.9% 오른 8350원(월 환산액 174만 5150원)이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가 7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하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지급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같은 달 26일 이의 제기서를 제출했지만, 노동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재심의 절차 없이 고시를 확정했다.
역대 정부의 임기 중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이 김대중 정부 9%, 노무현 정부 10.6%, 이명박 정부 5.2%, 박근혜 정부 7.4%인데 비해 문재인 정부는 매년 약 13% 이상 최저임금을 인상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한다는 공약을 지키려 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함께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론의 또 다른 축인 ‘주 52시간 근무제’도 지난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정부·공공기관에서 정식 시행됐다.
지난 2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과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이었던 것이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든 것. 50~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주요 대기업들은 유연근무제나 교대제, 생산설비 개선, 근로자 충원 등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2019년 1월 1일까지는 단속과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어서 일단 시간을 벌고 2019년부터 주 52시간을 도입하겠다는 기업들도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축소로 임금이 줄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재계와 야권,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고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시기상조라며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것을 감안해, 지난 12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하며 필요하다면 보완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와 관련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의 ‘속도조절’을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 부동산 가격 이상급등에 규제‧공급 투트랙 대응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시작된 서울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올해 들어서는 ‘이상급등’ 수준으로 치솟았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도 이를 잠재우지 못했고,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유행처럼 늘었다. 특히 올해 6월 발표된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발언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8.22% 올랐는데, 이는 지난 2006년(23.46%) 이후 12년 만의 최대 상승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1.73% 오르는데 그쳤고, 인천과 지방 아파트값은 각각 0.33%, 2.79%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9·13 수요대책과 9·21 공급대책 등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했다. 9‧13 수요대책에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중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 대출 규제 대폭 강화 등 수요 억제책이, 9·21 공급대책은 수도권에 규모 330만㎡ 이상의 '3기 신도시' 4∼5곳을 포함해 총 30만가구의 공공택지를 추가로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투트랙 전략이 효과를 발휘해 10월 이후 서울 집값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다만 거래 자체가 급감해 착시현상이 벌어지는 것뿐이며, 집값 상승세는 아직 잠잠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지방의 경우 2016년 이래 3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서울과 지방의 온도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5. 구본무 LG 회장 별세, 4대 총수 구광모 시대 개막
지난 5월 20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지난 1995년 LG 회장에 취임한 후 23년 간 그룹을 이끌며 LG그룹을 글로벌 거대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구 회장 취임 전인 1994년 LG그룹의 매출은 약 30조 원 규모였으나, 이후 GS, LS, LIG 등이 분사하며 그룹이 분할됐음에도 2016년 매출은 160조 원으로 약 5배 이상 커졌으며, 직원 수도 약 2배 이상 늘었다. ‘정도경영’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에 집중하는 특유의 기업문화를 추구했으며, 언제나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국민들과 소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41세 나이의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4대 총수로 취임했다. LG가는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일찍부터 구광모 상무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해둔 상태였으나, 5월 17일 구본무 회장의 병세가 악화되며 별세가 가시화되자 ㈜LG는 이사회를 열어 구광모 상무를 등기이사로 공식 선임했다. 이후 20일 구 회장이 별세했을 때 구 상무는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렀고, 6월 29일 ㈜LG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LG그룹의 젊은 총수 시대가 시작됐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하는 등 리더십 강화에 나섰으며, 이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경제인 특별수행단으로 참여하며 첫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1월 구본무 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아 LG그룹의 지주사인 ㈜LG의 지분 15%를 확보하는 최대주주가 됐다. 약 9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상속세는 향후 5년 간 분납하기로 했다. 이어 단행한 취임 후 첫 그룹 인사에서 구 회장은 기존의 부회장단을 유지하면서 외부 인재를 대거 영입해 쇄신을 기하는 과감한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
6.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엘리엇 ‘딴지’에 난항
현대차그룹이 야심찬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내놨으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태클에 부딪히며 좌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3월 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오랜 숙원이던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겠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1주일 뒤인 4월 4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대차의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 합병안이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합병한 후 지주사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양측의 공방은 ISS, 글래스 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까지 현대차의 개편안에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엘리엇의 1라운드 승리로 마무리됐다. 현대차는 당초 추진하던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기로 했다.
최근 엘리엇은 현대차에 새로운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3개 사의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이 지난 11월 현대차그룹 이사회에 서신을 보낸 것. 엘리엇은 서신에서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하고 ▲초과자본금을 환원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우선 고려하라며 주주친화정책의 확대를 요구했다.
7. 끝없는 갑질 논란, ‘오너 리스크’ 재계 강타
지난 3일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회를 열고 MP그룹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MP그룹은 ‘미스터피자’로 잘 알려진 피자 브랜드 운영사로 20여 년간 빠르게 성장해 국내 피자 업계 1위에 등극했으나, 정우현 회장이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를 부담케하고, 탈퇴한 점주의 가게 근처에 영업점을 내는 ‘보복영업’ 및 ‘경비원 폭행’ 사건 등 일련의 갑질 행태가 알려지며 국민적인 공분에 직면하게 됐다. 이후 소비자의 외면과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황이 겹치면서 코스닥 상장 9년 만에 상장폐지에 이르게 된 것. 이처럼 갑질 논란과 이에 따른 ‘오너 리스크’는 2018년 한 해 내내 주요 기업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가장 큰 이슈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었다. 4월 중순 조현민 당시 전무가 광고대행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며 물을 끼얹었다는 의혹이 알려지자 19일 경찰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과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일상적 욕설‧폭언, 조양호 회장 일가의 고가 명품 밀반입‧탈세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특히 미국시민권자인 조현민 전무가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 간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항공법 위반으로 항공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한층 커졌으나 8월 17일 국토부가 진에어의 면허를 유지하고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를 제한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 공급사 LSG스카이셰프에게 거액의 투자를 요구했다는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새로운 기내식 공급사가 제대로 기내식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7월 1일부터 항공업계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이 발생했다. 약 2개월에 걸친 논란 끝에 9월 7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이 문제로 사퇴했고, 9월 12일에서야 기내식 문제가 해결됐다.
이외에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기내 갑질 의혹과 교촌치킨 회장의 6촌 동생인 권모 상무의 직원 폭행 등 오너 관련 갑질 논란은 2018년 내내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10월 30일 <뉴스타파>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직장 갑질’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양진호는 국내 웹하드 업계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그간 성범죄 영상을 비롯한 불법 음란물 배포 혐의로 수사받아 왔으나, 동영상을 통해 직원에 대한 폭력과 욕설 및 협박 혐의가 더해졌고, 이외에도 동물 죽이기 강요, 직원 휴대폰 도청 및 감시, 대마초 흡연 강요 등 범죄 수준의 직장 갑질을 자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8. 반도체 2강, 역대 최대 실적 기록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2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역대 최대인 17조 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중 77.7%에 해당하는 13조 6500억 원이 D램 등을 생산하는 DS사업부문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도 3분기에 영업이익 6조 4724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을 합산하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6조 1632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조 5656억 원(53.2%) 늘었으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6조 2341억 원으로 약 7조 2329억 원(80.4%) 증가했다. 하지만 4분기 실적은 조금 주춤할 전망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고점에 달해 D램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증권가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4분기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63조 7120억 원에 영업이익 13조 893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4%, 8.3%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다소 높은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10조 8685억 원, 영업이익 5조 546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3%, 24.2%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4분기 실적이 반도체 업계의 슈퍼사이클 종료를 알리는 가늠자가 될 것이며,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며 실적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런 예상 때문이다. 반면, 2분기부터는 반도체 경기가 다시 불붙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발한 한국 경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9. 코스피, 사상최고치 2600선 돌파 후 끝없는 하락세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스피(KOSPI) 상승세가 연초까지 이어지며 1월 29일 장중 역대 최고치인 2607.10을 기록하고, 2598.19로 마감하는 등 2600선을 잠시 넘어서는 기세를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3000시대’가 올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며 기대감을 보였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시작되며 증시는 하락 국면으로 반전됐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 본격적인 통상 마찰이 시작되자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주요 국가의 증시가 대부분 하락세로 전환됐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도 직격타를 맞았다.
이후 양국간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이어졌고, 코스피 지수도 연일 하락했다. 특히 10월에는 한달 동안 코스피 지수가 무려 13.37% 급락해 10월 29일에는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까지 무너졌다. 10월 30일에는 연중 최저점인 1985.95를 기록했다.
2018년 12월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2055.01이다. 올해 1월 2일 2479.65로 상큼히 출발했지만 한 해 동안 약 17.13%가 하락한 것.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약 240조 원이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내년 증시 전망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 증시 분석가들은 미중 무역 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미국의 금리 인상 및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료 등으로 인해 2019년 코스피 지수가 크게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하고 있다.
10.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현재진행형’
지난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1년 간의 특별감리를 진행한 끝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증권가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자로 변경하는 조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크게 늘렸는데, 이것이 회계처리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조치를 통해 이전까지 장부가액 3300억 원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이를 통해 약 5조 2726억 원으로 평가됐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적용되지 않는 약 2조 9882억 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익으로 잡히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년 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1조 904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
이 문제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과 감리당국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가다 지난 11월 14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처리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해임권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했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의 매매거래를 중지시켜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지게 했지만, 지난 12월 10일 한국거래소가 상장 유지를 결정하고 거래를 재개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폐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운명은 현재 진행 중인 법정 공방의 결론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지난 19일부터 증선위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법정공방이 시작됐으며, 재판을 맡은 서울 행정법원 측은 내년 1월에서 2월 안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