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급 일러스트레이터 앗쭈’는 페이스북 담벼락에 ‘1일 1그림’ 사진첩을 만들었다. 2018년 1월 3일이었다. ‘친구만 공개’로 설정한 이 사진첩엔 퀄리티는 들쭉날쭉 이었지만, 어쨌든 정말 매일매일 그날 그린 그림이 올라왔다. 앗쭈는 해상도까지 별로인 아이패드 미니로 대충 찍은 그림 사진을 올렸고 여기에 페친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 댓글에 댓글이 이어지며, 다음 날의 그림을 위한 양식이 됐다.
그렇게 1년이 다 돼가니 삼백 장이 넘는 그림 사진과 댓글들이 주렁 달린 페이스북 사진첩이 생겼다. 그렇지만 그건 여전히 페친, ‘친구만 공개’다. 페친 한둘이 그림책 발간하라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고, 한 페친은 모 미술관 큐레이터께 기별해 ‘이웃집 예술가’라는 전시기획에 참여하라고 선을 댔다.
그저 그림을 그렸고 페이스북에 올렸을 뿐인데, 전시가 되고 책이 됐다. 2018년 매일매일 했던 일이 만들어준 근육이 놀라웠다는 저자. 사소한 것들이라도 차곡차곡 겹쳐지면 어떤 대단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고 한다. 다른 시간(매일매일)과 공간(sns)이 준 선물을 냉큼 받았다. 이영희 그리고 페친들이 함께 쓴 책이다.
이영희 지음 / 1만 6000원 / 푸른씨앗 펴냄 / 3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