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6호 윤지원⁄ 2019.01.25 16:46:12
2019년 저비용항공사(Low-cost carrier, 이하 LCC) 업계의 전망은 안개 속이다. 한동안 떨어지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국토교통부가 국적 LCC의 신규 면허 심사를 추진하고 있는 데다 외국 항공사들까지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이에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LCC 업계 4개 상장사 대표이사들의 올해 경영 과제를 살펴봤다. 첫 번째는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의 이석주 대표이사 사장이다.
① 제주항공 이석주 사장 : LCC 업계 최연소 대표이사
공동대표 → 단독대표 체제로
이석주 사장은 2017년 11월 제주항공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1969년생으로 LCC 업계 대표이사들 가운데 가장 젊고, 타사 대표이사들이 대부분 처음부터 항공사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것과 달리 전략과 마케팅 전문 컨설팅을 하다가 항공업으로 옮겨 왔다.
올해 제주항공은 경영 구조에 큰 변화를 겪게 됐다. 2012년부터 공동대표이사로 제주항공을 이끌어 온 안용찬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5일 갑작스레 사임 의사를 표명하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1월 2일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이석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음을 공시했다.
대표이사를 맡은 지 1년을 갓 넘긴 이석주 사장은 치열한 업계 경쟁 속에 1위를 수성하면서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끌고 갈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이석주 사장은 제주항공을 경영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김포-제주 등 6개 노선과 국제선 중국, 일본, 베트남, 괌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42개 도시를 취항하는 등 노선 수가 65개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8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39대의 기단을 갖춘 데 이어 올해 4~6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
여기에 더해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보잉사로부터 B737-맥스8 50대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40대를 먼저 들여오고, 10대는 추가 구매 협상을 통해 도입할 수 있는 옵션이다. 단일 기종 40대 계약, 그것도 운용리스가 아닌 항공기 직접 구매 계약은 국내 항공업계에 전례가 없는 큰 규모다. 항공기 구매에만 5조 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B737-맥스8 기종은 장거리 노선에는 적합하지 않은 중거리 노선용이다. LCC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더라도 장거리 노선 개척으로 눈을 돌릴 계획은 없다는 의미다. 신규 기종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중거리 노선에 투입될 전망이다.
항공기 5조 원 어치 쇼핑…자금 조달 어떻게?
항공기 크기를 다양화하지 않고 단일 기종으로 40~50대를 꾸리는 것은 제주항공이 운영 효율을 위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략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B737-800NG 기종만으로 기단을 구성해왔다. 아직까지 직접 구매해서 보유한 항공기는 3대, 나머지는 임차한 형식의 운용리스지만 앞으로는 직접 보유 비율을 늘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한 염려가 생긴다. 5조 원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자기자본 4037억 원의 12배가 넘는 큰돈이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5조 원의 공식 투자 금액은 해당 모델의 대당 가격을 단순히 합산한 금액이고, 대규모 계약인 만큼 디스카운트가 30~50%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실제 비용은 2조 5천억~3조 5천억 원이 될 것이다. 이정도 규모의 구매 대금을 제주항공은 2022년부터 5년간 분할 납부한다. 연간 5000억~7000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이다.
업계에선 현재 제주항공의 상황에서 이 정도의 구매 비용은 자력으로 조달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매년 1조 원 이상의 매출과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돼 고정비 부담이 크지 않다는 강점이 있다.
이미 제주항공 측에서는 유상증자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따라서 자기자본 일부에 외부 차입을 통한 조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담보대출이나 항공기 금융 같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연초에 자금조달 계획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화된 경쟁에도 수익성 흔들림 없어야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단 확대와 노선 증가를 통한 경쟁력 강화는 타 업체들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토부 심사를 거쳐 신규 LCC 업체가 합류하면 경쟁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고, 항공시장 업황이 꺾일 가능성도 있다. 1위 LCC이다보니 FSC의 견제를 가장 많이 받게 되는 부담도 있다.
지난해 8월 성수기에 동남아시아 지역의 연이은 초강력 태풍으로 실적에 차질이 있었고, 국제유가와 환율변동 등의 외부 변수로 영업이익 규모가 줄어든 것 등 영업 환경의 변화에 취약한 점도 보완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커지는 덩치만큼 수익 구조 다변화와 신규 사업 확대에도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견해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홍대 애경신사옥에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을 열고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보다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한국공항공사, BNK금융그룹 등과 함께 국내 최초 항공기정비(MRO) 전문 업체 설립에 동참하기도 했으며 종합지상조업 자회사인 제이에스에이(JSA)도 지난해 운영을 시작했다.
이석주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후 지난해 3월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LCC 모델에 충실할 것”이라며 M&A나 장거리 노선 개척, 대형기 도입 등 어울리지 않는 사업 확장에 한눈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객 서비스 강화와 안전성 제고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호텔과 MRO 및 지상조업 사업에 뛰어든 것이 제주항공 안에서 만들어낼 시너지를 기대하게 한다.
"안전운항 고도화·충성고객 창출로 업계 선도할 것"
1월 25일은 제주항공 창립일이다. 제주항공은 하루 전인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창립 14주년 기념식을 갖고, 올해 핵심 과제로 안전운항체계 고도화와 충성고객 창출 등을 내세웠다.
이날 기념식에서 이석주 사장은 “제주항공은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새 기준을 만든 개척자라는 사실에 늘 자부심을 갖는다”며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나 국내외 공항 인프라의 부족 등 지속 가능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이석주 사장은 이어 “이 같은 환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단순히 가격이 아닌 새로운 차원이 차별화 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새로운 10년, 2020년대에 시장 지배력을 한층 끌어올린 항공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먼저 안전운항체계 고도화를 위해 해외 전문기관 ‘프리즘’으로부터 안전관리 품질과 절차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관리체계(SMS:Safty Management System)의 수준을 더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시설에 대한 투자로 구성원 역량 강화도 꾀한다. 제주항공은 국적 항공사 중 세 번째로 훈련 장치를 직접 구매해 이제껏 외부에 위탁해 온 모의비행훈련을 오는 2월부터 자체 훈련센터에서 진행하며,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을 도입해 객실 승무원 훈련에 적용한다.
또한, 충성고객 창출이야말로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이라는 판단으로 가격 및 고객 경험 요소 개선과 혜택 강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제주항공은 국적 항공사 중 세 번째로 오는 6월 인천국제공항에 전용 라운지를 개설하고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하물 유무와 서비스 결합 여부에 따라 운임을 달리 적용하는 ‘페어 패밀리’(Fare Family) 제도를 국내선에서 국제선으로 확대 적용하고, 멤버십 프로그램인 ‘리프레시(Refresh) 포인트’ 제도도 개선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여객 시장은 세계 어떤 지역보다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고, 제주항공은 영업실적과 수송능력등 각종 지표가 매년 두 자릿수로 늘어나며 성장을 주도하며 중심에 서 있다”고 강조하고, “2020년대에도 혁신을 통해 시장을 이끌어 가는 항공사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