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6호 윤지원⁄ 2019.01.29 16:34:45
2019년 저비용항공사(Low-cost carrier, 이하 LCC) 업계의 전망은 안개 속이다. 한동안 떨어지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국토교통부가 국적 LCC의 신규 면허 심사를 추진하고 있는 데다 외국 항공사들까지 국내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이에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LCC 업계 4개 상장사 대표이사들의 올해 경영 과제를 살펴봤다. 두 번째는 진에어의 최정호 대표이사 전무다.
② 진에어 최정호 대표: 경영문화 개선 이끌 적임자
온갖 스캔들 틈에서 '독야청청'…실적 상승 이끌어
국적 LCC 업계 2위 항공사인 진에어의 대표이사는 최정호 전무다. 최 대표는 1964년 생으로, 1988년부터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면서 영업과 노선 부문의 현장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고, 특히 일본 근무 경력이 길어 현지 시장 사정에 밝다. 최 대표는 2016년 1월 12일 진에어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2017년 1월 전무로 승진했다.
진에어는 최 대표 임기 3년 중 8개월 동안만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진에어는 최 대표 취임 두 달 후인 2016년 3월 조원태 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이후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다. 조 사장은 2017년 8월 진에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항공기 정비 부문의 전문가인 권혁민 전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되며 안전 경영에 무게를 더했다.
권 전 대표는 이듬해 3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진에어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 무렵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물컵 갑질'을 발단으로 한진그룹 오너가(家) 리스크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조양호 회장은 이에 부담을 느꼈는지 대표이사 선임 49일 만인 5월 10일자로 사임하고, 권 전 대표가 다시 복귀했다. 그러나 권 전 대표 역시 복귀하자마자 엔진 중대결함 은폐 지시 및 폭언 논란에 휩싸였고, 선임 40일 만인 6월 19일 자로 사임했다. 이후 진에어는 최정호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유지되어 왔다.
최 대표의 진에어 대표이사 임기는 지난 11일 만료됐지만, 진에어는 오는 3월에 열릴 정기 주주총회까지 최 대표를 유임시켰다. 최 대표의 연임 여부는 주총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최 대표의 연임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진에어의 경영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 대표이사 교체로 인한 경영 공백을 피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또한, 최 대표는 지난해 한진그룹 안팎에서 연달아 터져 나온 각종 악재와 내부 폭로에서 좀처럼 언급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진에어 내부는 물론 대외적으로 신뢰받고 있으며, 위기 속에서 꿋꿋이 진에어를 이끌어 LCC 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해 공로도 크다.
면허 취소 위기 넘겼지만 '제재 조치' 족쇄 "철컹"
최 대표 취임 이후 진에어는 고공비행을 이어왔다. 취임 이듬해인 2017년 12월에는 LCC 업계에서 두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했다. 그해 매출은 8884억 원, 영업이익 969억 원, 순이익 733억 원의 호실적을 거뒀다. 특히 전년대비 매출이 23%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무려 86%나 늘어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진에어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그룹 윗선에서 터진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최 대표의 경영 성과가 빛이 바랬고 진에어의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지난해 진에어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임원 재직 문제로 인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취소될 위기까지 겪었다. 다행히 지난해 8월 국토부가 진에어의 사업면허를 유지하기로 결정해 극단적 상황은 피할 수 있었지만 △신규 항공기 등록 △신규 노선 취항 △부정기편 운항 허가 등이 무기한 제한되는 제재를 받았다.
당시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진에어 면허 유지를 최종 결정하는 대신 제재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하면서 "사회 통념상 경영 행태가 정상화 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신규 노선 취항, 신규 항공기 도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앞에선 1위 제주항공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며 달려 나가고, 뒤에선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같은 경쟁자들이 바싹 추격해오는 등 경쟁이 치열하지만, 진에어는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채로 레이스에 임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해진 셈이다.
지난해 항공기 5대 증가 목표도 무산됐고, 상반기에 도입한 신규 항공기도 신규 노선 취항 등이 불가능해지면서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임대료만 나갔다. 국토부 승인을 받을 수 없다보니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짤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 결과 진에어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2288억 원에 영업 손실 234억 원을 내는 잠정 실적을 거뒀다(1월 28일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4% 줄었고,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223.8% 감소하는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또한, 진에어의 2018년 연간 실적은 매출 1조 107억 원, 영업이익 616억 원, 당기순이익 41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 대표가 창립 10주년 목표로 내세웠던 매출 1조 원 돌파는 물론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고도 웃을 수 없는 것은 전년 대비 36.5%나 감소한 영업이익 때문일 뿐 아니라, 올해도 ‘국토부 제재’라는 족쇄를 차고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창립 11주년…과거 오명 딛고 재도약 다짐
어수선했던 1년이 지나고, 지난 22일 진에어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본사에서 창립 11주년 기념식과 신입사원 환영식을 열었다.
이날 최 대표는 기념사를 통해 “앞으로의 경영 환경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현재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안전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일관된 마음으로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 더 자랑스러운 진에어를 만들자”는 말로 기본을 지키는 기업으로 변화할 것을 강조했다.
진에어의 올해 최대 과제는 정상 수준의 경쟁력 회복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토부 제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장 시급하므로, 제재의 이유가 된 항공법령 위반 재발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국토부 요구 사항을 이행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한 변화와 개선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진에어는 지난해 경영문화 개선을 위한 자구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제출한 안에는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의 결재 배제 △사외이사의 권한 강화 △내부 신고제 도입 △사내 고충처리 시스템 보완 등을 담았다. 이후 진에어는 경영-의사결정 체계의 효율화, 준법경영을 위한 법무실 신설과 변호사 추가 인력 채용,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설치 등을 시행했다.
오는 3월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1명을 추가 선임하고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정상화할 예정이다. 또한 내부 비리 신고 및 사내 고충처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구성원 간 소통 접점을 확대하고 노동조합 설립, 임금협상 합의 등 상생과 협력을 위한 수평적 노사문화 정착에도 힘쓰고 있다.
안전 확보도 중요하다. 국토부 제재 때문이 아니라도, 또한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신년사에서 진에어의 안전 이슈를 따로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안전은 항공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진에어는 안전을 위해 대한항공과의 정비 서비스 공조에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동시에 자체 정비 인프라 확충에도 힘쓸 예정이다.
그밖에도 소비자 신뢰와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사랑의 연탄 나눔, 복지센터 자원봉사, 다문화 가족 여행 지원, 소외계층 어린이 직업체험 및 청소년 진로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진에어의 경영문화 개선 노력이 이어지면서 최근 증권가에서는 국토부의 제재 해제가 2분기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리포트를 통해 진에어가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마지막으로 국토부에 제출한 경영 개선 절차를 마치고 4월 이후 국토부에 제재 해제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안으로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와 개선의 노력을 다하고, 밖으로는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난 10년을 뛰어넘는 진에어가 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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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LCC 4사 2019년 과제]
① 제주항공 이석주 사장: 새 항공기 대금 5조원 조달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