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은 그림이자 문자이며 행위예술이다. 만약 두 장르를 미술로만 바라보면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이 탄생한 도시 공간이 지니는 의미를 알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에 저자는 “문자적 측면 즉 언어와 상징으로서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이 가진 의미까지 파악할 때 그 의의와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을 창조한 청소년의 현실도 이해할 수 있다”고 짚는다. 현대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은 사회와 갈등하던 청소년들이 도시의 벽과 거리에 남긴 그림문자이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는 “행위예술로서 접근하면 그라피티와 거리예술이 대중문화와 사회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대중이 발견하고 자본이 받아들인 이 거리의 예술은 오늘도 일상에 들어왔다가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라피티와 거리예술로 현대의 대중, 도시, 자본, 예술을 설명한다.
미술품 경매 회사 소더비에서 영국인이 사랑하는 예술품으로 꼽힌 뱅크시의 작품에 대해서도 예를 들며 설명하면서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 경매장에서, 가장 사랑받으며 높은 시장 가치를 지닌 작품을 스스로 없앰으로써 시장의 논리와 대중의 취향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파괴가 논쟁을 낳는, 어쩌면 거리의 예술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퍼포먼스”라고 분석한다.
김태형 지음 / 9800원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 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