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한국인 가구 디자이너 육성에 나섰다. 한국 진출 뒤 가구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케아가 한-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펼치는 사업인 만큼, 국내 가구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눈길이 간다.
이케아 “공모전 통해 한국의 젊은 인재 발굴하겠다”
12일 이케아코리아와 주한스웨덴대사관, 한국디자인진흥원 세 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코리아+스웨덴 영 디자인 어워드’를 통해서다.
서울시 성북구 스웨덴 대사관에서 열린 코리아+스웨덴 영 디자인 어워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프레드리크 요한손 이케아 코리아 부대표는 “젊은 인재들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마땅한 기회와 장이 없어 그 재능을 펼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들의 역량을 펼치기 위한 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코리아+스웨덴 영 디자인 어워드는 올해 첫 삽을 뜬 디자인 공모전으로,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디자인 교류인 동시에 문화외교의 일환이다. 양국의 디자인 교류 확장 및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디자인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뜻을 함께한 세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게 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윤주현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거나 상업화되지 못한 사례를 많이 봤다”며 “지난해 11월에 이케아와 디자인 교류를 협약하게 됐고, 마침 올해 한-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공모전을 기획하게 됐다. 스웨덴과 함께 한다면 한국의 K디자인이 해외로 무대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국제 교류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케아는 한국과 스웨덴 양 국 사이의 ‘디자인 교두보’로서 참여했다. 프레드리크 요한손 이케아 코리아 부대표는 해당 공모전에서 이케아의 역할에 대해 "세 개 기관이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 이케아의 역할은 출품작의 디자인을 심사하는 것"이라며 이케아 특유의 디자인 정신을 토대로 '한국산 이케아 식 디자인'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한편으로는 “만약 수상작이 홈퍼니싱 제품이라면 상업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제외하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상자가 스웨덴에서 영감을 받고 본인의 작품을 발전시키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서 몸집 늘린 이케아, 이번엔 ‘디자인적 가치’로 접근
이케아는 한국에 진출 이후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주거공간을 꾸미는 ‘홈퍼니싱’은 이케아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5년 불어 닥친 이케아발(發) 홈퍼니싱 열풍으로 인해 국내 가구업계는 단일 품목 군에서 집 안을 꾸미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홈퍼니싱 시장으로 진화했고, 결과적으로 홈퍼니싱은 국내 가구 시장 규모를 키운 기폭제가 됐다.
영향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이케아 코리아의 실적은 전년대비 29% 증가했고, 연간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870만 명을 기록했다. 또한 이케아 멤버십 서비스인 이케아패밀리 가입자 수는 16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가구업계 3위로 올라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한 해였다.
한국 진출 4년 차를 맞은 이케아의 올해 전략은 본연의 강점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이번 코리아+스웨덴 영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교두보’ 역할을 함으로서 이케아의 핵심 가치인 ‘데모크래틱 디자인(민주적인 디자인)’을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강한 기업’ 이미지를 한국 사회에 심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
국내 업계 관계자들, “디자인 분야 인재 양성 취지 공감”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어떨까. 이케아처럼 공모전 등을 통해 인재양성 및 발굴 활동을 하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디자인 분야 인재양성의 중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막상 각 사에서 실행중인 공모전이나, 인재양성 프로그램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디자인 인재 육성 차원에서 가구 업체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공모전은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샘, 현대리바트, 일룸, 에몬스가구, 에넥스, 자코모 등의 대표 가구 기업들은 한국가구산업협회, 경기도가구산업연합회,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가구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공모전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가구디자인 공모전은 가구 디자인에 관심 있는 국민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공모전으로, 지난해 4회 차를 맞았다. 참여 기업들이 수여하는 ‘기업상’의 수상자들은 해당 기업의 채용에 지원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받는 특전이 주어진다.
지난해 공모전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가구와 3D 프린팅의 융합’으로 가정용 가구, 사무용 가구, 주방가구, 아동 및 학생 가구, 기타 등 5개 분야에 최종 400점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이후 디자이너, 디자인 분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1점, 도지사상 1점, 기업상 6점, 우수상 3점, 장려상 5점, 특별상 3점, 특선11점, 입선 19점 등 총 49점을 선정했다.
8월 진행된 해당 공모전의 시상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면 개회사를 통해 “기술과 품질, 혁신적 디자인을 더해 상품경쟁력을 높이도록 경기도가 적극 지원하겠다”며 “다양한 디자인 산업이 국가경제의 핵심동력이 되도록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저변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공모전을 통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공모전에 참여한 일부 기업에 문의했지만, 기업상 수상자가 시상 기업에 채용까지 이어진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자이너는 물론 중요하지만, 가구 업체들은 전문 디자이너를 기용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신진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면 새로운 인재 충원 수단으로 각 사의 디자인 공모전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