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래픽 디자인을 예술로 끌어올린 폴 랜드에 대해 살핀다. 이 책의 원서는 1985년에 예일대학교 출판부에서 처음 출간됐다. 폴 랜드가 디자이너로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담은 이 책은 그가 직접 인쇄소를 섭외하고 교정과 감리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2016년 프린스턴 아키텍추럴 프레스가 이 책을 복간했다. 디자인 평론가 스티븐 헬러는 복간본에서 폴 랜드가 생전 남겼던 추억과 일화를 비롯한 후기글을 덧붙였다.
한국에서 기업 디자인이 전성기를 누리던 1997년 한국어판을 펴낸 안그라픽스도 20여 년 만에 한국어판 복간본을 펴냈다. 스티븐 헬러의 후기글도 함께 실린 2016년판을 번역했다. 번역 초판의 제목이었던 ‘폴 랜드: 그래픽 디자인 예술’은 ‘폴 랜드의 디자인 예술’로 바뀌었으며 C(Classic)시리즈에 포함됐다. 안그라픽스의 C시리즈는 그래픽 디자인을 포함한 예술과 건축전반의 고전을 다루는 라인이다. 폴 랜드의 이야기처럼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유효한 예술의 가치를 담고 있는 고전을 소개한다.
이 책은 폴 랜드의 디자인 인생에서 깨달은 변치 않는 예술의 가치를 역설한다. 폴 랜드는 1950~1970년대 미국의 경제 성장기에 여러 기업의 정체성인 CI를 디자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ABC방송국과 IBM, UPI와 같은 회사들의 로고는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눈에 낯설지 않다. 폴 랜드는 그 이후에도 디자이너는 물론 저술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연구서 또는 선언문 형식의 저서들은 티보 칼맨은 물론 폴라 쉐어, 브루스 마우,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등 후배 디자이너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며 새로운 디자인 저술의 형식을 보여줬다. 책은 그런 폴 랜드의 삶과 디자인을 따라간다.
폴 랜드 지음, 박효신 옮김 / 5만원 / 안그라픽스 펴냄 / 2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