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애완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시회에 할인혜택을 주거나, 캐릭터 상품으로 애묘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수백개 기업들이 참여해 서울에서 박람회도 열렸다. 식품업계는 ‘펫푸드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사료를 선보이고 있다. 그 현장을 CNB가 살펴봤다.
고양이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기업들은 전시회를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다양한 캐릭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카드는 추위와 미세먼지로 실외활동을 하기 힘든 고객들을 위해 ‘THE 냥 – Love like cats’ 전시회를 준비했다. 롯데카드 고객이라면 누구나 입장권을 3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전시회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HDC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의 대원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전시장에서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사진과 회화, 웹툰, 조각, 설치, 그래피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도 중요한 부분을 맡았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인 저스툰 작가들이 야옹이 작품을 선보인 것. 스노우캣, 배성태, 돌배 등 인기 웹툰 작가들의 만화그림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전시장에 태블릿PC를 배치해 웹툰 작가들의 작품을 원작 그대로 즐길 수도 있다.
아트샵도 구성했다. 이번 전시회의 아트샵에는 모두 야옹이뿐이다. 고양이 액자, 컵, 슬리퍼, 달력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트샵의 여성 직원은 CNB에 “주로 젊은 커플이나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이용한 작가의 사진작품이나 귀여운 엽서, 뱃지 등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트상품에 시민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얘기다.
전시회 운영을 맡은 미노아아트에셋의 안영일 피디는 CNB에 “한 애완동물 전문지 편집장은 앞으로 관련 산업이 지금보다 3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옛날에는 고양이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부쩍 인기가 높아져서 롯데카드, 위즈덤하우스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애묘인들은 제품 충성도도 높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CNB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펫팸(Pet-Family) 1천만 시대에 대표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사랑하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이번 ‘더 냥’ 전시회 할인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오는 3월 3일까지 이어진다.
산업계에 ‘야옹’ 소리가
캣(cat)의 영토는 더 이상 뒷골목이 아니다. 박람회와 커피숍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이파크몰 리빙관에서는 ‘헬로키티’를 비롯해 다양한 캣 인형과 문구류, 옷 등이 전시돼 있었다. 국내에서도 여성 인권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남성성을 상징하는 동물인 개보다 여성성을 상징하는 캣에 대한 산업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캣 박람회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서울 학여울역의 컨벤션홀인 SETEC에서는 ‘궁디팡팡 캣페스타’가 열렸다. 동원F&B를 포함해 270개 기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반려묘 사료와 가구, 사무용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됐다. 이어 올해 1월 강남 코엑스에서는 ‘케이캣페어’가 ‘고양이 집사’(캣을 매우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일컫는 말)들을 만났다. 112개의 기업, 74명의 일러스트 작가가 참여해 높아진 위상을 입증했다.
이런 현상은 유통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공식 캐릭터로 ‘탐스 패밀리(TOM’s FAMILY)‘를 운영하고 있다. ‘탑스 패밀리’는 고양이 가족이다. 탐앤탐스는 이를 활용해 플래너와 텀블러, 담요, 스마트폰 카메라 필터 등을 선보이고 있다. 커피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사료시장은 작년을 기점으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동원F&B는 건강한 육식에 초점을 맞춘 ‘뉴트리플랜 그레인프리’ 3종을 운영하고 있다. 튜나캣, 덕캣, 램캣 등은 무(無) 곡물, 무(無) 글루텐을 특징으로 하는 건사료다.
사조그룹 사조동아원은 프리미엄 펫푸드 ‘옵티원 부스트(OPTI-ONE BOOST)’ 3종(연어, 맛살, 치즈)으로 집사들을 공략하고 있다. 홍삼과 양배추 추출물을 첨가해 스트레스와 건강 관리에 주안점을 뒀다.
풀무원건강생활은 ‘아미오 그레인 프리’를 내놓았다. 모든 연령의 반려묘들이 사용할 수 있는 ‘키튼&어덜트’, 요로계 건강을 관리해주는 ‘유리너리’, 체중 조절에 좋은 ‘슬림업’ 등으로 구성됐다.
모래도 있다. 애경은 프리미엄 캣케어 브랜드 ‘휘슬’을 통해 ‘리얼블랙 샌드’ 라인업을 갖고 있다. ‘리얼블랙 샌드’는 천연 벤토나이트 모래에 탈취, 제습 효과가 뛰어난 숯과 제올라이트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고양이가 견공(犬公)보다 낫다?
이처럼 기업들이 고양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국내 반려묘는 154만2000마리(2017년 기준) 수준이다. 5년 전(49만8000마리)보다 3배 이상 커졌다. 증가율은 더 인상적이다. 이 기간 애묘는 25.4% 늘었다. 애견 증가율(4.2%)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애견을 선호하는 사람보다 애묘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캣 펫푸드 시장 규모도 급격하게 커졌다. 이 시장은 2017년 1970억원 규모였다. 이는 2013년(1045억원)보다 46.9% 늘었다.
1인, 고령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강아지들은 주인이 없을 때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크게 짖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애묘는 불안증상이 거의 없어 도시에서 키우기에 적합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