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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교보생명·현대오일뱅크, 상장 미룬 진짜 속내는?

줄줄이 계획 연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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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4호 손정호 기자⁄ 2019.04.15 10:01:07

교보생명과 현대오일뱅크 등 기업공개 시장의 대어들이 상장계획을 연기하고 있다. 회사별로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면서 공모금액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大魚)들이 사라지고 있다. 교보생명과 현대오일뱅크 등 상장을 준비했던 대기업들이 이를 연기하거나,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는 것. 이처럼 상장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

벚꽃이 피는 봄이 왔지만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시장은 아직 추운 겨울이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상장이 유력했던 대어들이 시기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 동면이 길어지는 분위기다.

코스피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큰 종목으로 꼽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석유정제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작년 매출이 21조5036억원에 이른다. 당초 이 회사는 작년 하반기에 상장할 계획이었는데 종속기업인 현대쉘베이스오일(현대오일뱅크와 에너지기업 쉘의 공동출자회사)의 회계방식 변경에 대한 감사가 길어져 상장이 지체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중요한 과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 실적의 70% 이상이 현대오일뱅크와 연동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발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교보생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초 신창재 회장이 상장을 ‘제2의 창사’에 비유하면서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언제 목표를 추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교보생명은 오는 2022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IPO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향상시킨다는 셈법을 갖고 있다.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뉴코아·2001아울렛·NC백화점 등 운영사)도 일정을 연기했다. 2016년 기업공개 계획을 미뤘던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재차 후일을 도모하기로 했다.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자기주식 매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리츠도 계획을 연기했다. 홈플러스리츠는 홈플러스가 추진하던 일종의 부동산투자신탁회사다. 전국 홈플러스 매장(51곳)을 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 업무를 주로 한다.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홈플러스리츠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수요예측에서 제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계획을 철회했다. 적절한 몸값을 받을 ‘황금시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호텔롯데는 몇 년전 롯데가(家) 형제들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상장이 연기된 바 있다. 이후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지만 이렇다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의 9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호텔롯데 IPO를 통해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한국 사업의 지배구조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해당기업들의 예상공모액을 합치면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호텔롯데(6조원), 현대오일뱅크(2조원), 이랜드리테일(2조원), 홈플러스리츠(1조7000억원) 등이 순이다.

“결국 공모가가 문제”

이처럼 주요기업들의 계획이 어긋난 이유는 뭘까.

우선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기업의 수익성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상장사(130곳)의 1분기 영업이익을 24조4317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세 달 전보다 22.7%, 한 달 전보다 7.3% 내려간 수치다.

특히 코스피를 이끌고 있는 대형종목의 성적표가 밝지 않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3154억원에서 7조4641억원으로 39.4% 하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3조9937억원→1조7588억원, 55.9%), 현대자동차(9059억원→8188억원, 9.6%), LG화학(5502억원→4410억원, 19.8%), 삼성전기(3856억원→2502억원, 35.1%), 롯데케미칼(4613억원→3896억원, 15.5%) 등 주요기업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2007년 7월 25일 사상 첫 20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이후 12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왔으며, 현재 2200선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1분기 어닝쇼크와 북미 관계 경직 등 악재가 널려있어 언제든지 떨어질 가능성이 시장 안팎으로 팽배한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서는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공모가를 당초 계획보다 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상장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증시가 어느정도 올라줘야 공모가를 높일 수 있고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상장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 실제로 작년 이 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서, 총 2조6000억원으로 전년(7조8000억원)보다 66.7%(5조2000억원) 줄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NB에 “올해 IPO 시장의 규모를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며 “증시 악재가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정부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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