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에 지인이 자신의 아들이 국제변호사가 되고 싶어 한다면서, 필자에게 문의를 해 왔다. 지인은 자신의 아들이 국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독일어와 영어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름 사전조사를 한 모양이다. 국내 어떤 로스쿨이 ‘글로벌’ 법조인 배출을 지향하고 있다고 나에게 장황히 설명을 한다.
‘국제’,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참 신선하고, 고급스럽다. 그 단어 뒤에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자격증이 하나 추가되면 더 품격이 더해진다. 예를 들어 국제변호사, 국제회계사, 국제세무사 같은 것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자격증은 없다. 그럼 왜 그런 명칭을 사용할까? 주로 사람을 홀리는 데 사용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명칭을 쓰는 사람들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국제변호사라는 명칭은 변호사법 제23조에 의해 금지된 명칭이다. 국제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광고하는 것 자체만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다.
일단 변호사라는 업무를 하려면,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통달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사법시험을 합격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변호사 자격이 다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라면 캘리포니아 주 자격시험을, 앨라바마 주라면 해당 주의 변호사 자격시험을 별도로 통과해야 한다. 한 곳의 주나 카운티의 법을 안다고 해서, 다른 쪽의 법을 아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복잡하다.
한국 변호사라면 시험만으로
캘리포니아 변호사 자격 취득 가능
한국과 미국의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양국의 언어와 문화에 통달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더구나 미국은 주나 카운티 별로 법체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걸 전 세계로 확대하면, ‘국제변호사’라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자격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에도 분명히 한국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 그분들의 명함을 자세히 보면, “미국 변호사(캘리포니아 주)”라는 식으로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즉 자신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는 뜻이다.
사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한국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미국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서도 바로 미국변호사 시험(Bar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은 다른 주보다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가 제일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미국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Certificate) 있다고 해서, 바로 ‘면허(License)’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에서 개업해서 일을 하기 위한 별도의 ‘면허(License)’가 필요하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미국 변호사들은 미국 현지에서 근무를 해본 적이 없다. 이 점은 미국 세무사(EA), 미국 회계사(AICPA)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미국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해서, 영문계약서를 자유자재로 검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현지에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격증을 가지고, 경력에 ‘미국 변호사’라는 한 줄을 보탠 것뿐이다.
가장 믿을만한 것은 ‘외국법 자문사’
한국에서 4년제 법학과를 졸업한 경우, 미국 3년제 정규과정 로스쿨 외에 L.L.M이라는 1년 짜리 과정을 졸업하면, 미국 변호사 시험(Bar)에 응시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도 있고, 정규 로스쿨 3년제 과정인 “J.D” 과정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3년제 로스쿨 과정을 졸업한 사람들은 꼭 명함에 “미국 변호사(캘리포니아주) J.D”라는 식으로 티를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S.J.D”혹은 “J.S.D”라고 불리는 법학박사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을 통해 학위를 취득하신 분들은 명함에 꼭 “S.J.D”혹은 “J.S.D”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추가로, 미국 명문대학을 나오신 분들은 출신학교까지 표기를 한다. 그런 명함을 받을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외에 ‘외국법 자문사’라는 자격이 있다. 누군가의 명함에서 이 명칭을 보았다면, “우와!”라고 해도 된다. 이 자격은 원자격국에서 3년 이상 실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현재도 원자격국에서 면허가 유지 중에 있어야 하며, 우리나라의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까지 해야 한다.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외국법자문사는 100여 명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외국법률 관련된 자격증으로서는 가장 희소한 자격이다.
외국에서 법 문제 생겼을 때 처리 방법은?
장황히, 외국법률 자격증에 대한 ‘썰’을 풀어 놓았으니, 외국에서 일어난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드려야 할 때가 되었다. 사실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가 미국 캘리포니아 쪽에서 발생한, 법률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하자, 그럼 그냥 미국 캘리포니아 쪽의 미국 변호사를 섭외해서 일을 처리하면 된다. 해당 국가에서 벌어진 일은 해당 국가의 법을 잘 아는 변호사를 통해서 처리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가장 경제적이다.
다만, 해당 국가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 관리 감독이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직접 섭외하기 어려우면, 그쪽과 연계된 한국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처리하는 것도 좋다. 한국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서, 해당 국가의 서류가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을 맡겨도 좋다.
요즘 상당수의 사무실에서는 그 정도 업무를 처리할 능력들은 갖추고 있다. 물론, 이 경우는 비용이 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가 편리한 만큼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