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째 저출산 기조가 풀리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유(乳)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분유, 우유 등의 소비량이 줄자 유기농 우유 등 고급화된 우유나 요구르트, 커피(라떼 류) 등 다양한 제품들을 통해 이익률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지 못한 남양유업을 제외한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은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순항을 해 나가는 분위기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3개사를 중심으로 유업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
저출산 기조가 연이어 이어지자 국내 산업계 전반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유업계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분유와 어린이들이 주 소비자로 꼽히는 우유의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015년 44만 8000명에서 2018년에는 잠정적으로 32만 5000명으로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분유 생산량도 2015년 2만2183톤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어 2018년에는 1만 6353톤까지 감소했다.
저출산 기조는 개선될 분위기가 없다. 2018년 합계출산률은 0.97명(여자 1명이 평생 나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에 불과하다.
이어지자 유업계는 수출길을 뚫거나 다양한 제품 출시로 활로를 뚫고 있다.
우선 수출의 경우 꾸준히 증가하는 분위기다. 한편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조제분유 수출액은 1967만3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4%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보복으로 인해 2016년 1억 2150만 달러(한화 약 1400억 원)에서 2017년 7772만 달러(약 900억 원)로 급감했다가 양국 대립이 완화된 영향으로 2018년 9920만 달러(약 1150억 원)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수출 물량에 기대 매출 확대를 노리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유 업계의 시선이다. 실제로 유업계 관계자 A씨는 “수출은 한계가 뚜렷하다. 물량이나 매출 자체가 적어 실질적으로 보면 크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유업계, 디저트·프랜차이즈로 사업 확장
대신 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디저트’다. 단순한 우유 출시가 아니라 라떼류에 주력하거나 디저트를 개발하기도 하고, 아예 직접 커피전문점이나 프랜차이즈 운영에 나서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경우 플립 요거트 ‘비요뜨’ 등 출시 유제품의 폭을 넓히는 한편, 스타벅스커피와 계약을 맺고 ‘스타벅스밀크’를 제공하고 있으며,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등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에도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2013년 ‘밀크마스터’를 시작으로 카페 전용 우유를 생산하면서 이 분야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간 바 있다.
아예 직접 프랜차이즈 업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작년 6월에는 유제품 디저트 카페 ‘밀크홀1937’을 정식 오픈해 병우유와 발효유, 치즈, 커피 등의 디저트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유업 역시 ‘바리스타’ 커피제품과 유기농 우유 ‘상하목장’ 등으로 분유·우유 판매 감소로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는 한편 지난달 국내에 진출한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에 유기농 우유 ‘상하목장’을 독점 공급하면서 서울우유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더 적극적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카페 ‘폴 바셋’은 백화점과 오피스 상권 중심으로 100개 매장을 운영중인데, 유기농 원유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메뉴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동서식품이 주름잡고 있는 커피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프렌치카페’ 브랜드로 한때 시장점유율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리다 2013년 ‘갑질사태’ 이후 현재까지도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 사건 등으로 악재를 이어가고 있는 남양유업도 전체적으로 보면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디저트 카페 브랜드 ‘백미당1964’로 국내 시장 공략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만 본다면 위 두 회사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매일유업 등 성인용 분유 등 신사업 펼쳐
3사는 이에서 더 나아가 성인용 분유 등 아예 신(新)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또 다른 사회적 그늘인 ‘고령화’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존의 영·유아용 분유 생산 라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성인용 분유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매일유업이다. 지난해 10월 론칭한 성인영양식 ‘셀렉스’ 브랜드로 성인용 분유인 코어프로틴, 마시는 고단백 멀티비타민, 셀렉스 뉴트리션바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성인영양식 시장은 전망이 매우 밝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남양유업, 롯데푸드(파스퇴르), 일동후디스 등도 진출을 적극 고려중이며, 특히 남양유업의 경우 조만간 성인용 분유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유제품 성장세는 이어질 것”
이같은 업계의 대응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분유·우유 매출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어느정도 매출·영업이익의 유지, 혹은 증가를 이끌어 내고 있어서다.
참고로 연결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매일유업은 올해 1분기에 3375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3210억 원) 대비 5.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96억609만원으로 전년 동기(164억569만원) 대비 19.4% 증가했다.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511억원으로 전년 동기(2561억 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억 8340만원으로 전년 동기(12억 1110만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조674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643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원유가격 동결도 유업계에는 호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원유가격은 원유가격연동제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미만이어서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원유 공급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비 증감율이 2년 연속 ±4% 미달일 경우 내년에는 위원회가 열리고 가격을 재협상하게 되지만, 인구 감소에 따른 우유소비 감소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가격 동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우유를 많이 먹고 성장을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우유가 필요한 것은 중장년층이다. 우유는 골다공증 예방 등 성인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떼류나 피자 치즈 등 유제품 소비는 늘고 있다”며 “유제품 성장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