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업계가 연이어 ‘한 부모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종래에도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있었으나,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많이 이뤄지는 이유는 그만큼 이들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고 하면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나의 가족 형태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금융업계가 후원의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품 기부부터 전세상품까지 다양한 지원
KEB하나은행은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한부모가족 주택금융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후, 같은 달 10일 특별 대출 ‘한사랑 전세론’을 선보였다.
미혼모를 포괄하는 한부모 가정의 실질적 주거안정 지원책 마련을 위해 출시됐으며, 사단법인 한국미혼모네트워크로부터 자문을 받았다는 것이 사 측의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품이 출시된 5월 10일은 ‘한부모 가정의 날’이다. 이날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소득수준과 신용등급이 낮아 전세자금대출에 어려움을 겪어온 한부모 가정 지원을 위해 대출 심사 평가요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보증금의 90% 이내에서 최대 2억 원까지 지원한다”며 “대출금리 또한 기존 전세자금대출 대비 최대 0.25% 우대 적용되고, 보증료도 0.1% 낮게 책정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 은행은 지난 4월부터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정 기탁을 통해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미혼모 자립을 위한 홀로서기 지원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재정 지원에서부터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 및 아이돌봄 비용을 지원한다.
KB손해보험은 미혼모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혼모가정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해 왔고, 올해 5월에는 7000만 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전달해 현재까지 미혼모가정에 총 3억 7000만 원을 후원했다.
이 회사가 전달해 온 ‘365베이비 케어 키트’는 아동의 생명을 365일 건강하게 지킨다는 취지 아래, 기저귀·분유·물티슈 등으로 구성한 영유아 양육 필수품이다.
전국 24개월 미만 영유아를 둔 미혼모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홀트아동복지회 홈페이지 내 별도로 마련된 ‘365베이비 케어 키트 게시판’에 신청하면 일정 심사 절차를 거쳐 택배로 물품이 지원된다.
신한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해 나섰다.
이 은행은 지난 9일 인구보건복지협회와 ‘출산·양육 친화 환경조성을 위한 사회공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저출산 등의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출산은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출산과 양육 친화 환경조성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 수행 ▲여성과 아동 등 대상별 특화된 교육프로그램 및 공개강의 등을 지원하게 되며, 후원금 1억 5000만 원을 전달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출산·육아 문제에 기업이 동참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겠다는 취지로 업무협약을 준비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 ‘반영’
금융업계가 한 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이유는 금융 약자에 대한 공감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변화된 사회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부모 가정 중에는 금융 약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가정의 부모 84.2%는 취업 중이지만, 월평균 소득은 약 220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소득(389만 원) 대비 5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업한 한부모의 41.2%가 10시간 이상 근무하며 주 5일제 근무하는 한부모는 36.1%에 불과했으며 정해진 휴일이 없는 경우도 16.2%로 파악돼 근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생계비양육비 등 현금지원(66.1%)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시설·임대주택 등 주거지원(10.3%) ▲아이와 부모 건강을 위한 의료지원(6.6%) ▲아이돌봄 관련 지원(5.7%) ▲사회적 인식·차별 개선(4.5%) ▲직업훈련·학업지원(3.4%)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금융 약자에 대한 장려도 있고, 업계에서도 금융소비자 지원 및 약자 보호를 늘리려는 추세”라며 “금융약자 보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 변화하는 가족체계 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에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게 된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