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선명규 기자) 2016년의 당신은 오늘도 비닐봉투 한 장 이상을 썼다. 고작 나 한 명인데 무슨 대수냐고? 그해 국내 전체 비닐봉투 사용량은 무려 211억장. 국민 1인당 420장을 썼다. 비닐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년에서 500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대형 마트와 슈퍼, 백화점, 쇼핑몰 내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내놨다. 그런데, 그걸로 충분할까?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식품관 내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전면 중단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내놨다. 판매용으로 제작한 친환경 장바구니다. 여기까진 특별할 게 없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색다른 요소가 있다.
이 장바구니에는 미국 듀퐁사가 개발한 폴리에틸렌 섬유인 ‘타이벡’이 적용됐다. 타이벡은 땅에 매립해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완전 연소 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돼 인체에도 무해하다.
자연과 인간에 모두 이로운 성격을 지닌 이 장바구니는 월 평균 1만개가 팔려나가고 있다. 소비자들도 환경 친화적 바구니에 뜨겁게 반응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타이벡 장바구니 도입으로 인해 “연간 800만장의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없애나가는 것은 비닐봉투뿐 아니다. 지난 설부터 명절 과일 선물세트 포장재는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정육 선물세트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던 유색 스티로폼 단열재는 흰색으로 바꾸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설 기준 과일 선물세트의 종이 포장재 도입률은 약 40%. 현대백화점은 “올해 추석부터 전체 과일선물세트에 종이 포장재를 도입하면 연간 약 5만개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팩 18만개 재사용돼
배송 단계서 주문한 물건을 신선하게 유지해주는 아이스팩. 하지만 받고나면 처치 곤란인 경우가 많다. 냉동실에 쌓여 가지만, 어느 세월에 분해될지 모를 비닐 포장재를 그냥 버리자니 영 꺼림칙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홈쇼핑은 유용하고도 애물단지인 아이스팩을 정기적으로 수거해 재사용하고 있다.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진행하는 ‘북극곰은 아이스팩을 좋아해’ 캠페인을 통해서다.
절차는 간단하다. 현대H몰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수거 신청을 하면 택배업체가 방문해 가져간다. 택배비용은 현대홈쇼핑이 대는데 꼭 이 회사 제품이 아니어도 가져간다. 신청자에게 현대백화점그룹 통합 멤버십인 H포인트 5000포인트도 증정하니 일석이조다.
지난해 성과는 꽤 컸다. 1만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아이스팩 약 18만5000개가 재사용됐다. 참가자가 늘고 있어 올해부터는 캠페인의 규모를 대폭 키울 생각이다. 지자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단체 수거 형태로 확대하고, 이를 재사용하는 식품 협력사도 3곳에서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캠페인 시행 이후 병원 같은 단체에서 아이스팩을 재활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늘고 있어 여러 기관에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대홈쇼핑 측은 “고객과 협력사가 공감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마련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