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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시즌2 … ‘애경아시아나항공’ 탄생?

아시아나는 포석일 뿐 진짜 목표는 저가항공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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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5호 도기천 기자⁄ 2019.10.28 10:17:42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분리매각을 시사해 인수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애경그룹에게 당장은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실탄 부족으로 고전하던 애경그룹(지주사 AK홀딩스)에게 청신호가 켜졌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분리매각을 시사했기 때문. 여기에다 재무적 투자자 스톤브릿지캐피탈과의 컨소시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높다. ‘애경아시아나’가 탄생할 수 있을까.

애경그룹은 인수전 초기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이 5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2조원대에 육박하는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아시아나의 분리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채권단 대표격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처음으로 분리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시너지와 매각가치 등을 고려해 일괄매각을 결정했다”면서도 “매각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의될지 알 수 없으며, 분리매각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수자금이 부족한 애경 입장에서는 단비 같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채권단과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은 통매각을 고집해왔다. 개별 매각이 될 경우, 실사 과정이 길어지고 알짜 매물에는 매수자가 몰리지만 반대의 경우는 매각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시아나항공 외에도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 IDT 등 6개의 자회사를 패키지로 묶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러다보니 인수예상액은 천문학적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31.05%·구주)과 아시아나가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만 최소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6개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가격이 2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애초부터 애경의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본 것도 이 때문이다.

사모펀드, ‘치고 빠지기’ 힘들어

하지만 분리매각이 성사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비용이 최소 1조원 이상 줄어드는데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어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 또는 에어서울만 가져와도 독보적인 LCC(저가항공) 1위로 오를 수 있다.

현재 국내 LCC 업계는 제주항공의 뒤를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가 바짝 좇고 있다. 제주항공이 자신들이 확보하지 못한 노선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통해 갖고 올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애초부터 분리매각을 염두에 두고 뛰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에 “제주항공(애경)이 자신보다 몇십배 덩치가 큰 아시아나를 가져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결국 에어부산·에어서울 2곳을 노린 포석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애경의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는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쁘지 않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경은 재무적투자자(FI) 10여곳과 접촉한 결과, 스톤브릿지와의 컨소시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두고 아시아나의 저가항공사들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경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제주항공 소속 항공기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애경 측은 CNB에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고 있으며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스톤브릿지가 지난달 예비입찰에서 쇼트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 포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과거에도 애경과 손을 잡은 적이 있다. 2012년 애경그룹 계열회사인 애경산업의 지분 8.16%를 600억원에 인수했다가 최근 850억원 가량에 전량 매각하면서 25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위험한 동거’ 성사될까

하지만 이들의 짝짓기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도 있다.

우선 애경그룹이 스톤브릿지와 손을 잡는다 해도 자금이 충분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설령 분리매각이 되어 아시아나의 저가항공사들만 인수한다 치더라도 경영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최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만한 자금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참여하는 사모펀드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점도 걸림돌이다. 이는 먹튀(재매각) 등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다.

따라서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조성한 뒤 단기간에 수익을 올려야하는 스톤브릿지 입장에서는 산은의 이런 원칙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애경의 강력한 인수전 경쟁상대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성 자산 규모만 1조원을 웃도는데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최대 투자은행이기 때문이다.

분리매각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있다.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무려 9조5988억원에 이르는데,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 등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달리 항공기 대부분을 리스(임대)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수익률이 낮다는 점도 단점이다. 따라서 매각을 위해서는 알짜 자회사를 끼워 파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에 “산은의 분리매각 검토는 애경 입장에서 반가울 수도 있지만, 다른 대기업의 참여 가능성 등 변수가 워낙 많아 어떤 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지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항공업황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아시아나의 숨은 부채가 발견될 경우 예비입찰자들이 아예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을 통과한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강성부펀드)·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금호산업과 산은은 내달 초 본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연내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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