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약 2개월 간에 걸친 검찰의 사냥몰이 식의 집요한 수사 끝에 구속되었습니다. 그 과정에 심각한 국론 분열이 초래되었고 그로 인해 국민들은 마음속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루빨리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던 인권침해적인 수사 관행들로 인해 오히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더욱 끓어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10월 21일 법무부 산하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의 직접 수사 검사 인원의 축소와 자의적 사무 분담 및 사건배당을 제한하기 위해 “각 지방검찰청 등에 가칭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기준위원회’를 즉시 설치하라”는 구체적인 개혁 권고안을 법무부에 제출하였습니다.
특히 사건배당이 객관적인 기준 설정 없이 기관장, 차장검사 등에 의해 불투명하게 이뤄짐에 따라 ▲부당한 지시에 불응할 경우 일명 ‘폭탄 배당’ 등 검사 길들이기 효과가 발생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특혜 배당을 실시하는 방식의 검사 줄세우기 효과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검찰 내부로부터 다수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어 다음날인 10월 22일 위 위원회의 위원이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을 촉발시킨 전직 판사인 이탄희 변호사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법조인들은 사실 검찰 단계에서 전관예우가 훨씬 심각하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검사의) 전화 한 통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도록 하고 본인이 원하는 특정 검사한테 배당하게 해 주기도 한다. 이 대가로 수천만 원이 오간다는 이야기들이 법조계에 널리 퍼져있다”고 비판하자 검찰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 변호사의 인터뷰 직후 대검찰청은 “사건 배당 시 적정한 사건 처리를 위해 검사의 전담, 전문성, 역량, 사건 부담, 배당 형평, 난이도, 수사 지휘 경찰관서, 기존 사건과의 연관성, 검사실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른 구속 필요성 역시 엄격히 판단해 결정한다. 이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 신뢰를 저해하는 심각한 사안으로서 조치가 필요하므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강하게 반박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 변호사는 물론 최근 검찰 비리를 경찰에 고발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도 페이스북을 통하여 대검 입장에 즉각 대응을 하였습니다.
이 변호사는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 불신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사례의 근거를 내놓으라고 바로 대응하며 배당 문제가 없다니 참. 배당 제도 개선안을 거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관예우에 대한 불신은 조금만 정성을 들여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강조했고, 임 부장검사 역시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의정부지검에 근무할 당시의 경험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건배당권은 수뇌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대검이 발끈할수록 급소라는 말”이라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수고가 눈물겹도록 고맙다”고 하며 공방을 벌였습니다.
전관예우 문제로 번져가는 권고안
이처럼 ‘검사 길들이기’, ‘검사 줄세우기’의 근절 방안으로 제시된 사건배당의 기준 설정 권고안은 본격적으로 임의적 사건배당의 이면에 깔린 검찰의 전관예우 문제로 번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전관예우의 문제는 그동안 직업의 자유와 자유롭게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 이해충돌의 문제와 복합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어 역대 정권을 거치는 동안 처벌의 범위와 수위를 계속 높여왔지만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전관예우 문제에서 전화변론, 구두변론, 몰래변론 등 사건 처리의 공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고, 아주 단기간에 거액의 돈을 벌어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도 많았는데 특히 최근래에는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 등이 전관예우의 대표 사례로 문제되어 구속되기도 하였습니다.
전관예우를 한자말 그대로 풀이하면 전직(前) 관리(官)에 대한 예우(禮遇)를 말하지만 이를 좁게 풀이하면 판사나 검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로 갓 개업한 사람이 맡은 사건이나 소송에 대해 유리한 처분 또는 판결을 내리는 특혜를 지칭합니다.
만약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 또는 결정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명백한 뇌물죄가 성립된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를 돈을 주고 사서(통상 일반인들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을 변호사를 산다고 표현하고 있음) 그들을 통하여 판사나 검사를 상대로 로비를 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나 결정을 유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변호사를 통하여 판사나 검사를 상대로 변론 활동을 하여 유리한 처분이나 판결을 받아냈다고 해서 뇌물죄가 성립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각종 절차상의 편의 제공을 넘어 양형이나 심지어는 주문(主文)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거의 범죄 행위에 가까워진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의뢰인들은 판사나 검사에게 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변호사, 즉 전관 변호사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전관 변호사에는 전직 대법관이나 장관, 검찰총장에서 법원장,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판사, 부장검사 등 다양하게 서열이 정해져 있고, 수임료도 서열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평판사나 평검사 출신의 경우는 전관이라기보다는 담당 판사나 검사와 연고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되고 있습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대형 로펌의 경우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구색을 갖추고 있어 언제라도 조합을 맞출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몇 개의 다른 중소형 로펌들이 합쳐서 구색을 맞추기도 합니다.
독버섯처럼 활개치는 자칭-타칭 전관들
예전에는 주문이 뒤바뀔 정도의 전관예우가 있었던 시절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으나 현재는 그런 정도의 무리한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고, 아마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의 지나친 사례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하는 판, 검사와 학연, 지연 등의 밀접한 연고가 있는 변호사가 맡은 사건에 있어서는 각종 절차상의 편의 측면에서는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확실히 차이가 날 정도로 예우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그만 상대적 차별 예우가 사법부나 검찰 수사의 신뢰를 저버릴 정도의 큰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또한 그것이 자기 사건과 결부된 경우에는 수사 및 재판에 대한 심각한 불신으로 직결될 것입니다. 이러한 틈을 비집고 자칭, 타칭 전관 변호사들이나 연고 변호사들이 독버섯처럼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사건 당사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여 자칭 전관 또는 연고 변호사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사건 당사자들이 불안한 마음에서 내심 결과에 어떠한 부정한 영향을 끼치거나 적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고위직 출신 전관이나 연고 변호사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자칭’ 전관이나 연고 변호사들은 그야말로 그 행동이 변호사로 보기에는 도가 넘쳐 거의 ‘사기꾼’에 가까운 경우도 눈에 많이 띄고, 실제로 대기업이 연루되었거나 사회적으로 큰 이목을 끄는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담당 판, 검사와 인연이 있는 연고 전관 변호사를 찾는 작업도 많은 로펌에서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리스트에 오른 연고 전관들은 당사자들이 내미는 거액의 수임료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 상습 도박 사건의 항소심 변론을 맡았던 최유정 변호사가 재판부에 보석석방 등의 선처를 청탁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그 외에도 송 모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 수임료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되어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조계 내부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습니다.
최유정 변호사 사건의 파장 끝에 위 정 전 대표 사건을 수사 단계에서 맡아 2번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아주고 거액을 받아챙겼던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인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도 수사 선상에 올라 조세포탈 및 변호사법위반죄로 구속되어 대법원에서 징역 2년 및 추징금 2억 원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홍 변호사에 대해서는 물론 당시 정 전 대표에 대한 변론을 공동 수행하였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몰래’ 변론의 의혹이 끊임없이 논란되었는데 당시 홍만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를 직접 면담하고 수사 상황을 파악한 뒤 정 전 대표에게 ‘수사확대 방지, 구형 등 최소화에 힘써 보자.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 되었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재판 과정에서 홍 변호사의 영향력 행사를 통한 사건 무마 시도가 검찰권 행사 왜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변호사법위반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최 모 검사는 우병우 사단의 핵심 멤버로 우병우 전 수석과 특별한 관계에 있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고, 또한 2019년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는 검찰이 당시 정운호 전 대표에 대해서 상습도박 혐의로만 기소하고 처벌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과 처분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오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일 뿐
2019년 5월 대한변협에서 발표한 ‘2009년 1월~2019년 3월 변호사징계위원회 징계 결정 현황자료’에 따르면 위 기간(10년) 동안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호를 맡다 징계를 받은 27건 중 15건(56%)은 검사 출신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이른바 ‘몰래’변론을 하다가 적발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검사 출신이었다는 뜻이고, 반면 ‘연고 등의 선전금지’로 징계를 받은 9건 중 6건의 징계가 판사 출신 변호사로 밝혀졌는 바 이는 전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인맥 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려 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 현황 자료의 통계는 빙산의 일각이고 위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이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먼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전직 검찰 최고위직을 지낸 변호사가 3년 만에 활동을 시작한 로펌에 사건 당사자들이 상담을 위해 순서를 기다릴 정도로 사건이 몰리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그 로펌의 구성원은 현 정권과 연고가 있는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로 채워져 있고, 그중 모 변호사는 정부의 고위직에 추천되었다가 내정이 철회되었는데 그 배경에 많은 뒷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참여정부 시절 고위 법관 출신의 모 로펌 대표변호사와 법무장관을 지낸 판사 출신의 모 변호사가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연고를 내세워 재계의 순위 안에 들었던 모 기업 전직 총수가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사건의 항소심 재판의 변호사 수임료로 깜짝 놀랄 정도의 거액을 요구하였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경우 후배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 등을 검토해 주고 소송 서류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수천만 원을 받는데 한 해 동안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100건을 상회할 정도로 많은 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모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개인적 형사사건(탈세 및 횡령)의 변호사 비용 약 400억 원을 6개 계열사와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으로 대납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법인세를 포탈한 것으로 판단하고 국세청에서 약 20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13년 계열사 명의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과 각각 수억 원대의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중 짧게는 두 달간의 법률자문을 하는데 10억 원 이상을 지급하는 계약도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외견상은 계열사와 일반적인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가장하였지만 실제로는 총수 일가의 개인적인 형사사건 변론을 하였을 것으로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한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은 모두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전관들로서 만약 총수 일가의 형사사건 변론을 하였다면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고 전화변론, 구두변론, 몰래변론 등의 편법을 사용하였을 것임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상 전화변론이나 구두변론, 몰래변론의 대상은 검찰의 수뇌부가 될 것이지만 아무리 전관이라고 하더라도 매번 검찰 수뇌부를 상대로 청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관이 스스럼없이 청탁할 수 있는, 즉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연고가 있는 검사실에 사건이 배당되도록 청탁이 오간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주변에서 의뢰인들로부터 수임 조건으로 그런 부탁을 받은 변호사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상사들로부터 전관의 특별한 부탁으로 배당하였으니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도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대검찰청의 즉각적인 반발은 정말 현실을 잘 몰라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배당 청탁이 모두 근절되었기 때문인지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겸허한 자세로 잘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배당 관련 검찰-법원의 청탁들
사건배당과 관련되어 검찰에서만 청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법원에도 사건배당과 관련하여 다른 방식으로 치열한 로비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법원은 괜찮고 검찰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전관 또는 연고 변호사의 문제는 위에서 보았다시피 변호사들에게 훨씬 많은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사건을 담당하는 판·검사들이 전관들의 ‘몰래’변론 등을 방치한 사소한 불공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판·검사들이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사건을 엄정한 잣대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처리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對 변호사’의 관계에서 예의를 잃어서는 안 되겠지만 절차상의 편의 제공도 지나칠 정도면 상대방 사건 관계자들은 이미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전관예우는 다 지나간 이야기이고 이는 제도적으로 막아놓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전관예우는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늘도 밖에서는 담당 검사, 판사와 통할 수 있는 연고 변호사를 찾고 있습니다.
대형 로펌의 경우에는 담당 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 담당 재판부의 재판장과 배석판사와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사법시험 횟수, 연수원 기수, 학연, 지연 등을 일일이 확인하여 담당 변호사를 배치하고, 심지어 다른 로펌의 변호사까지 물색하여 팀을 구성하거나, 그보다 규모가 작은 로펌의 경우에는 내부 통신망을 통하여 담당 판, 검사와 연결될 수 있는 연고 변호사를 찾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변호인단의 규모는 적어도 3~4명, 많으면 10명을 초과할 정도로 대규모의 변호인단이 구성되고, 수임료는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 와중에 특히 담당 판, 검사 등과의 특별한 연고를 내세우며 거액의 수임료를 요구하는 변호사도 생기고, 불안한 마음에 이를 받아들이는 의뢰인도 생겨나게 됩니다. 심지어 한때는 검찰 내부에서 특정 변호사를 특정 사건의 변호인이나 대리인으로 추천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리 제도를 만들어 연고 관계를 단절하였다고 하지만 벼슬이 높을수록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벌써 윤석열 신임 총장과 누가 가까운지 이름이 거명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윤 총장의 항명 파동 시 항명의 대상이 되었던 당시 그의 상사로 재직했던 분들이 의뢰인들의 요구에 의해 변호사로서 담당하는 사건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제도를 고치고 정비했다고 해서 즉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고위직에 앉아계시는 분들이 그들의 이름을 걸고 연고 변호사와의 관계를 단호히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조그만 편의 제공이 밖에서는 침소봉대되어 거액의 수임료로 연결되고, 이는 급기야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한국 법정은 놀이터-영업장?
“우리나라 형사법정은 검사의 놀이터, 판사의 휴게실, 전관의 영업장이다. 검사는 정의감으로 포장된 출세욕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털어대고, 판사는 복잡한 기록만 들춰도 전문가 소리를 듣는 민사담당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전관은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된다며 거액을 뜯어낸다. 국회와 언론도 다르지 않다. 국회는 작은 사건만 생겨도 형량을 올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 언론은 삼류 수사관이 되어 혐의를 인정하라고 피의자를 윽박지르고 피의사실공표죄의 도구가 되기를 애원한다.”
최근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
일견 표현이 거칠고 지나친 부분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부인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論語 子張編(논어 자장편)에서 공자의 제자 자장은 “선비는 눈앞의 이익이 있어도 그것이 항상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먼저 따져본 후 취해야 한다(子張曰 士見危致命 見得思義 祭思敬, 喪思哀, 其可已矣)”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변호사(辯護士)의 ‘사’ 자(字)는 선비 ‘士’입니다. 모름지기 전관에 해당될 정도의 벼슬자리에 있었던 분들이라면 당장 눈앞에 이익이 생기더라도 그것이 옳은 것인지, 취득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그런 경지에 이르러야만 진정으로 선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관예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변호사로서는 자신을 비롯하여 동료, 선·후배들을 비난하는, 소위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아서 아무도 거론하기 싫어하는 주제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두 자존심을 높여나가면, 즉 변호사는 선비정신을 앞세우고, 현직에 계시는 분들은 공직자로서의 바른 자세를 앞세운다면 점차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망상일까요?
법무법인 대륙아주 문규상 변호사는 1978년 서울법대 졸업, 1987년 검사로 임용되어 ‘특수통’으로서, 변인호 주가 조작 및 대형 사기 사건, 고위 공직자 상대 절도범 김강용 사건, 부산 다대/만덕 사건,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 등을 맡아 성과를 냈고, 2003년의 대선 자금 수사에서도 역할을 했다. 2009-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윤리경영실장(부사장)을 역임하며 민간 부패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