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정의식 기자)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현대건설 복귀 1년 만에 해외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덕분에 올해 현대건설은 국내 주택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 수주 증대에 힘입어 건설사 매출 1위(단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 해외 수주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서는 연말 현대차그룹 정기인사에서 정 부회장이 연임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올 초 열린 현대건설의 2019년 시무식에서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건설명가 재건’을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과거로부터 벗어나 우리 본연의 모습과 위상을 되찾을 때가 왔다”며 “강한 프라이드와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과거 명성과 시장 자리를 되찾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역설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그가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 취임했을 때도 강조했던 목표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목표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일단 성과는 고무적이다. 현대건설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실적(단일 기준)을 살펴보면, 매출은 7조301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7조2428억원보다 0.81% 성장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전년의 2626억원에서 2978억원으로 13.42%나 성장했다. 순이익도 2044억원에서 2516억원으로 23.12%나 늘었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매출(6조9171억원)과 영업이익(5293억원)이 각기 21.22%·21.80% 하락했으며, 대우건설도 매출(6조152억원)과 영업이익(2492억원)이 각기 25.11%·48.69% 줄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대내외 업황 악화로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나홀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늘리는 성장세를 보여준 것.
해외수주 ‘올인’ 전략 적중
특히 지난해 GS건설(8조7799억원)과 대우건설(8조324억원)에 밀려 3위에 그쳤던 매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현대건설이 과거의 명성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영업이익 규모에서는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에 못미치지만 4분기 실적이 합쳐지면 차이가 좀더 좁혀질 전망이다.
실적 상승을 견인한 건 해외 수주의 높은 성장세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이라크에서 24억5000만달러(약 2조9249억원) 규모의 해수처리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27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마잔(Majan) 개발 프로그램 패키지 6과 패키지 12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3분기 기준 누적 해외 수주 실적은 약 8.8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해외 누적 수주량 7.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알제리 복합화력발전, 조지아 수력발전, 카타르 종합병원 등 4분기에 수주가 유력시되는 물량 약 4.5조원을 반영하면 지난해보다 무려 85%나 올려잡은 올해 해외 수주 목표량 13조1000억원을 충분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매출 비중이 42.1%로 다른 대형 건설사보다 높은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건 장기적 매출 성장 및 재무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늘었던 ‘저가 해외수주’ 물량의 매출 인식이 종료되어가고, 보수적 수주심사를 거친 2015년 이후 수주 공사들의 매출 인식 비중이 확대되면서 매출 대비 원가율도 개선되고 있다.
남다른 성과에 연임 ‘확실시’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 드라이브가 ‘해외통’ 정진행 부회장의 취임 이후 이뤄진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은 1979년 현대건설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2000년 현대차로 소속을 옮긴 후부터는 현대차 중남미지역 본부장, 기아차 아태지역본부장, 유럽총괄법인장 등을 역임하며 해외사업 분야에서 실적을 쌓아왔다.
지난해 약 30년만에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돌아온 후에도 ‘해외사업 확장’을 주된 목표로 설정하고 연초부터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국가와 인도네시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오가며 해외시장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이라크, 사우디 등에서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취임 첫 해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다보니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연임을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는 “정진행 부회장은 현대건설 공채 출신으로 해외와 건설을 두루 아는 흔치 않은 전략가”라며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당시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고,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사업도 앞두고 있어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