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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투자 줄이려다 늘린 이유

과기부 장관 면담 뒤 투자액 4조로 늘려 … 요금제 ‘밀당’ 영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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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2호 이동근⁄ 2020.03.18 09:23:46

이동통신사들이 올해 상반기 중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5G에 대한 과도한 투자 때문에 올해는 투자 보다는 실리를 중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의 요청에 따라 투자액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통신이 ‘공공재’ 적 성격을 띠고 있어 정부 기관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장관(오른쪽)과 이동통신 3사 CEO들(화면 속)은 5일, 긴급 간담회를 영상을 통해 진행한 뒤 상반기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사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장관과 이동통신 3사는 5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 상반기 5G 통신 분야 투자액을 2조 7000억 원에서 4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영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KT 구현모 CEO 내정자,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투자는 지하철, 철도, 백화점·쇼핑몰 등 대형 건물이나 대학교 등 5G 이용자가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공간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통신망 투자 확대와 소상공인 지원 방안은 경기 회복과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소상공인과 중소 협력사, 중소 유통점 등을 돕기 위한 자금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사별로 보면 SK텔레콤은 대리점이나 협력사를 돕기 위해 113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가 가장 큰 대구·경북 지역의 대리점을 대상으로 400억 원 규모의 휴대폰 매입 대금 결제 기한을 1개월 연장하고, 매장 운영비 1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또 140여개 네트워크 인프라 공사 업체 및 중소 협력사의 공사 대금 중 일부를 조기 지급한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도 11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KT는 전국 유통 대리점과 협력사 지원에 총 1040억 원을 지원한다. 전국 1400여곳 대리점에 정책지원금 80억원을 지급하고 방역 키트와 마스크, 소독제 등 방역용품 등을 제공한다.이와 함께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총 44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과 물자대금을 이달 중 앞당겨 지급하고, 1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펀드를 활용해 협력사의 대출 이자를 줄여줄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LG유플러스는 중소 협력사와 대리점을 돕기 위해 85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운용 중인 800억원의 동반성장재원 중 500억원 규모인 동반성장펀드를 750억원으로 늘리고, 전통시장 등을 중심으로 골목상권 상생 프로젝트 ‘U+로드’를 확대하는 한편, 전국 2000개 대리점의 매장 운영자금을 25억 원에서 34억 원으로 늘리는 등의 방안을 추진한다.

 

KT는 과기부 최기영 장관과 간담회를 가진 뒤 전국 유통 대리점과 협력사 지원에 총 104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KT 대리점. 사진 = 이동근 기자


지난해 이익 감소, 투자 부담 클 것

사실 이같은 투자 확대는 이통사에게 부담이 크다.

문화경제에서 3사의 연결 기준(자회사 영업실적 포함) 지난해 총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 영업이익은 2조 94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0% 줄었으며, 이에 따라 총 영업이익률도 5.4%로 전년 대비 0.7%포인트(P) 감소했다. 3사 중 영업이익이 오른 곳은 없었으며, 영업이익률도 모두 감소했다.

SK텔레콤과 KT의 단일 기준 실적을 보면 총 영업이익은 1조 68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2% 감소했고, 이에 따라 총 영업이익률은 5.7%로 2.1%P 줄었다. 총 순이익은 1조 4121억 원으로 5.6% 감소했다. 역시 영업이익이 오른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영업이익률도 모두 감소했다.

이들 3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5G 주파수 비용을 포함한 5G네트워크 투자, 마케팅 비용의 증가가 미친 영향이 컷다. 필수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3사 모두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서로 눈치보기를 하며 투자의 속도 조절을 하자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의 출시를 앞두고 3사는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 경쟁을 자제하고 예약가입 기간도 줄이기로 하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협정의 핵심 내용은 공시지원금을 줄이는 것이었는데, 지원금이 줄어든 규모가 선택약정할인을 받는 것보다 못한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통신사는 상반기에 장비·단말 조달 등을 비롯한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나중에 사업을 발주해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투자가 집중된다는 점도 있어 적어도 상반기에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투자 규모가 50% 이상 늘어난 셈인데, 5G 네트워크 확대는 어차피 투자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요청에 따라 진행하는 점도 있겠지만,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가 높은 5G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경쟁 보다는 실리를 찾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갤럭시 S20 출시를 앞두고 이통3사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사진은 SK텔레콤 홍보 모델이 T월드 매장에서 갤럭시S20 플러스 아우라 블루 모델을 써보고 있는 모습. 사진 = SK텔레콤


“총선까지 끝나면 5G요금 인하 어려워질 것”

이통3사가 이같은 상황에서도 정부의 요청을 따른 것을 두고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5G 요금제를 두고 이통사와 대립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통신비 인하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다. 2018년 11월에는 과기부 최기영 장관이 이통3사 최고경영자들과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 과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5G 단말기를 출시하고 중저가 요금제도 검토해 달라”며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열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정부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알뜰폰을 통한 5G요금제 인하를 도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통사 입장에서 5G요금제는 투자가 적지 않게 들어가는 만큼 쉽게 내리기 어렵다. 최소한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의 일정 수준 이상이 5G를 이용하기 전까지는 요금제 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입장이다. 하지만 신규 요금제 출시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이통3사 모두 눈치보기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이통사 입장에서 5G요금제는 투자가 적지 않게 들어가는 만큼 쉽게 내리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투자 확대 요청은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진은 LG유플러스 대리점. 사진 = 이동근 기자


결과적으로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정부는 통신료 인하 압박을 다소 느슨하게 풀고, 통신사들도 어차피 투자해야 하는 네트워크 설비 투자 등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해야 하는 투자를 앞당긴 것이 민심도 얻을 수 있고, 정부의 은근한 압박도 피할 수 있는 길이었을 것”이라며 “반대로 이번 결정 후 한동안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4월 총선까지 끝나고 나면 통신비 인하를 밀어 붙일 여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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