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7호 이동근⁄ 2020.05.30 07:59:12
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애경그룹의 이스타항공 인수, 이 대형 M&A 2건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항공업계에 대한 부정적 지표가 두드러지면서 “인수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아시아나 인수, 2500억 위약금 물어도 취소가 낫다?
지난해 11월, HDC현산이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항공업계의 전망이 악화되자 인수 진행이 지지부진해졌다.
HDC현산 측이 러시아 정부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말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자 더욱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HDC현산 관계자는 “인수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현재 후속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 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계약을 포기할 경우 물어야 하는 위약금은 2500억 원이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객관적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차라리 위약금을 무는 것이 나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1조 7232억 원) 대비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24.9%가 줄어든 1조 2937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2920억 원(전년 동기 영업이익 72억 원)에 달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약 6280%에 달한다. 2019년 말 기준 약 1387%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참고로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던 지난해 3분기의 부채 비율은 660%였다. 여기에 올해 해소해야 할 차입금 규모만 2조 5000억원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3%였던 자본잠식률은 1분기 8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HDC현산 측이 정부와 채권단을 압박해 인수 비용을 낮추거나 아예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이 문제
애경의 이스타항공 인수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인수의 우선조건인 주요국가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된 상황까지 판박이다. 참고로 실제 인수자는 제주항공이지만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56.94%(3월 말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경그룹 측은 수차례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표명해 왔다. 실제로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문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해외기업결합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수 과정에서 몇 가지 잡음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자금 마련 문제다. 애경 측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119억 5000만원을 지급했지만, 아직 잔금을 내지 않았다. 잔금 지급 기일은 29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최근 이 날짜를 뒤로 미뤘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지난 21일 약 1700억 원(운영 자금 1022억 원, 채무상환자금 67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납입일 7월 22일)에 나선다고 공시했는데, 애경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애경이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하고 나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자금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에는 체불임금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문제는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27일 근로자대표와의 간담회에서 ‘4~6월 정상근무 수당을 제외한 휴업수당 반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근로기준법상 회사 귀책으로 휴업 할 때에는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줘야 하는데, 이를 받지 않겠다고 서명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액은 250억 원에 달한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 3월 계약서에서 제주항공이 떠안기로 했던 문제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계약금을 떼이더라도 부담을 줄이려 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빌미로 직원들에게 서명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애경은 인수 취소보다는 ‘딜’에 나서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매출은 907억 원으로 전년 동기(1641억 원) 대비 44.8% 줄어들어 사실상 ‘반토막’이 났으며, 영업손실은 359억 원(전년 동기 영업이익 119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손해를 줄이기 위한 협상 과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으로 경기 좋아질 전망은 ‘미정’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당장의 것으로 보고 이 시기만 넘기면 항공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적어도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이 같은 상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고,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 되더라도 여행객이 확 증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 대상) 항공사 입장에서는 지금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분위기다. 고용 계승이 잘 이뤄지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일 정도”라며 “이번 딜이 깨지면 더 낮은 몸값으로 M&A 시장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대주주들이나 윗선에서는 웬만하면 성사되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