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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LG·KT 등 신종 로봇 봇물…‘대량 해고’ 우려, 현실 될까?

로봇이 치킨 튀기고 서빙·배달·그릇 정리까지…코로나19 전부터 로봇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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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8호 윤지원⁄ 2020.06.15 08:55:2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로봇이 안전을 위한 유용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음식 배달, 의료용품 배송, 방역 작업 등에 로봇의 활용이 활발해진 가운데, 우리나라도 대기업, 스타트업의 적극적인 경쟁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산업에서 ‘언택트’(untact, 비대면) 요소 도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로봇의 역할이 늘었다. 안내와 주문, 서빙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는 물론이고, 요리와 음료를 직접 만들고, 배달까지 나가는 등 로봇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SF 영화에서나 봤던 로봇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미래가 어느덧 우리 옆에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이다.

 

LG 클로이 쉐프봇이 뷔페 국수 코너에서 즉석 국수 요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 = LG전자)


LG 쉐프봇 “국수 말아 드릴까요?”

LG전자는 지난해 12월 레스토랑 운영과 관리를 위한 로봇 서비스인 ‘LG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LG CLOi Dining solution)을 공개했다.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은 레스토랑에서 접객, 주문, 음식 조리, 서빙, 설거지 등 로봇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영역을 제안한다. LG는 지난 1월 美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클로이 테이블(CLOi’s Table)’ 전시 존을 마련해 고객들이 식당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클로이 쉐프봇’은 실제 매장에서 요리사로 일한다. CJ푸드빌의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에서는 클로이 쉐프봇이 뷔페 국수 코너에서 고객에게 즉석 국수를 요리해준다. 고객이 국수와 원하는 고명 등을 고르면, 클로이 쉐프봇은 이를 받아 즉석에서 익혀서 뜨거운 육수에 말아 주는 것.

쉐프봇은 고객에게 받은 재료를 요리망에 옮겨 담고, 요리망을 뜨거운 물에 넣어 재료를 익히고, 익은 재료를 건져내서 물기를 탁탁 털고, 국자를 들고, 육수를 떠서 그릇에 붓는 등의 동작들을 수행해 국수를 완성한다.

이때 ‘물기를 탁탁 터는’ 동작, 재료 및 육수를 흘리지 않고 옮겨 담는 동작 등은 적절한 속도제어와 유연한 동작이 필수다. LG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로봇의 모션은 실제 요리사의 움직임을 자세히 연구해서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됐다.

 

스타트업 '디떽'의 매장에서 협동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있다. (사진 = 디떽 인스타그램)


협동로봇, ‘닭튀김’ 달인 되다

‘치느님’ 치킨을 튀기는 로봇도 있다. 치킨집 튀김망은 제법 무거워서 다루기 쉽지 않고, 고온의 기름에 의한 부상 위험이 항상 존재하며, 튀기는 동안 유증기를 마시게 되는데, 로봇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도 하루 종일 치킨을 튀길 수 있다.

스타트업 로보아르떼는 서울 논현동에 ‘롸버트치킨’ 1호 매장을 내고, 로봇 두 대가 분업으로 치킨을 튀겨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로봇 한 대는 염지와 반죽을 담당하고, 다른 한 대는 튀김을 담당한다. 더 바삭한 튀김을 위해 튀김망을 치고, 흔드는 등 제대로 맛있는 치킨을 위해 필요한 동작은 모두 할 줄 안다. ‘맛’을 위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게 컨설팅도 받았다고. 현재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에 입점해 제법 좋은 평가를 듣고 있으며 올해 2호점을 오픈한다는 목표다.

또 대구의 스타트업 ‘디떽’은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접목해서 치킨을 맛있게 튀기게 했다. 닭고기는 날개와 다리 등 부위별로 튀기는 데 필요한 시간이 다른 특성을 이용, 다수의 로봇이 각자 담당 부위를 맡아 튀기는 것이 특징이다. ‘디떽’은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매장 시스템을 만들어 수출하여 수익을 냈고, 김해에 2호점을 열었으며 가맹점도 늘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로봇 솔루션. 위는 서빙을 담당하는 '딜리플레이트', 아래는 건물 내에서 실내 배달을 담당하는 '딜리타워'. (사진 =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주문하신 음식 나왔어요”

서빙과 배달을 로봇에게 맡기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7년부터 배달, 서빙에 활용할 로봇 연구개발 및 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LG전자와 이와 관련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실내 자율주행형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식당에 공급·운영하는 렌탈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재 총 23대의 딜리플레이트가 전국 16개 식당에 공급됐다. 우아한형제들은 연말까지 약 300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식당 50곳을 선정해 2달 동안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배달 로봇 테스트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건물 내에서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하는 실내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타워’를 시범 운영했다. 딜리타워는 건물 내 자동문, 엘리베이터와 연동되어 혼자서 층간 이동도 가능하다.

18층에 위치한 사내 카페에 주문이 들어오면 딜리커피는 카페로 이동해 음료를 기다린다. 음료를 싣고 배달을 시작하면 사전 입력된 여러 이동 경로를 활용해 주문자를 찾아간다. 주문자가 딜리커피의 스크린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음료가 실린 적재함이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주문·배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딜리타워의 상용화도 빨라질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에 따르면 오피스, 호텔, 공동주택 등에서 딜리타워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모델들이 서울 노보텔 앰버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KT의 2세대 호텔로봇 'N Bot'(엔봇)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 KT)


KT, 호텔·물류센터 등에 5G 로봇 활용

실내 자율주행 로봇의 활용 영역은 음료 배달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건물 로비에서 외부로부터 배달되어 오는 물품, 음식 등을 받아 건물 내에서 배달할 수도 있다. 외부 배달 기사는 건물 내 주문자들까지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더 많은 배달 업무를 할 수 있다, 건물 측에서는 보안 및 방역 차원에서 유리하다.

다양한 산업현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KT는 실내 자율주행 로봇을 호텔 서비스에 적용했다. 호텔업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대표 업종으로 ‘언택트’ 서비스 확대와 관련한 수요가 풍부하다.

KT와 현대로보틱스는 지난 4월 30일, 투숙객이 주문하는 수건, 생수, 칫솔 등의 물품을 객실로 배달해주는 AI 호텔 로봇 ‘엔봇’(N Bot)을 서울 노보텔 앰버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먼저 선보인 1세대 로봇보다 적재함을 확장하고 이동 속도를 약 40% 빠르게 한 2세대 로봇이다.

또 지난 5월 25일에는 서부물류센터 단말 입출고 작업에 5G 자율주행 운반 카트 2종을 도입하기도 했다. 물류센터 내에서 자율주행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운반하는 ‘나르고’와, 사람을 따라다니며 짐을 대신 들어 옮겨주는 ‘따르고’가 그것이다. 최근 쿠팡과 마켓컬리 등의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담 감염이 발생하면서 물류센터의 노동집약형 근무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어 KT의 자율주행 운반 카트는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오므론이 합작해 개발한 자율주행 방역 로봇이 SK텔레콤 본사 1층 로비를 돌아다니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도 척척

SK텔레콤 본사 1층 로비에 최근 등장한 로봇이 있다. SK텔레콤과 오므론이 합작해 개발한 이 로봇은 로비를 오가는 사람들의 체온을 열화상 카메라로 체크하고, 자외선램프로 방역도 하고, 손 소독제도 나눠준다. 또 사람들의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필요할 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할 것을 요청한다.

싱가포르의 한 공원에서는 이 역할을 바퀴 대신 다리 네 개가 달린 로봇이 한다. 공원은 바닥이 건물 실내처럼 평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흙과 돌과 수풀 등 다양한 재질과 장애물 때문에 바퀴보다 관절이 붙은 다리 쪽이 활용도가 더 높다. 개를 닮은 형태의 이 로봇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미국의 로봇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폿’이다.
 

블루오션 로보틱스의 자외선 살균 로봇 UVD-로봇. (사진 = 블루오션 로보틱스 홈페이지)


코로나19 방역 전쟁의 1선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덴마크 회사 블루오션 로보틱스가 개발한 UVD 로봇은 예의 자율주행 몸체에 커다란 자외선 살균 램프를 부착한 심플한 구조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며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는 절대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이 방역 로봇은 코로나19 발원지로 통하는 중국 우한의 병원에 2000대 이상 투입되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사회 여러 부문에서 로봇의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1억 달러(약 19조 6000억 원)에서 2022년 506억 달러(약 61조 8000억 원)로 세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미래학자들이 수십 년 전부터 로봇과 AI의 대량 보급에 의한 자동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해온 것에 비하면 더딘 편이긴 해도, 현실은 분명 같은 방향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감염병이라는 변수로 인해 추진력이 더해진 것이다.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월E'의 주인공인 청소로봇 월E 피규어. '월E'는 로봇이 모든 노동을 대신하고, 인간은 육체마저 퇴화해버린 먼 미래를 다룬 이야기다. (사진 = Lenin Estrada, Unsplash)


로봇이 일자리 뺏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이러한 미래 예측에는 편리함과 효율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대량 해고 사태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반드시 큰 비중으로 거론된다. 그리고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 역시 분명히 현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지난 2017년, 미국 내의 노동자는 로봇과 자동화로 인해 오는 2030년까지 약 3분의 1이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례로 삼성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단체급식 시장에서 1조 7천억~1조 8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삼성웰스토리는 구내식당에 자동화 로봇을 도입하는 테스트를 지속하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밥공기에 1인분 정량의 따뜻한 밥을 담아주는 ‘밥 디스펜서’를 개발하기도 하고, 설거지가 끝난 그릇을 정리하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그릇 정리 로봇이 포함된 자동화 시스템 시범 운영을 할 때, 해당 식당에서는 본래 5명이 팀으로 일했지만 로봇 시범 운영 기간에는 4명만 일했다. 로봇이 사람 1명을 대체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2016년 매출 1조 7259억 원을 기록했는데, 2018년에는 1조 8114억 원으로 2년간 겨우 5% 증가했다. 반면 전체 비용 대비 종업원 급여의 비중은 같은 기간 18.9%에서 19.1%로 증가했다.

더딘 성장세 속에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음식 재료를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인데, 그릇 정리 로봇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인건비 절감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SDS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넥스플랜트. (사진 = 삼성SDS)


‘언택트’는 해고 사유의 다른 이름?

올해 1월 코로나19 감염 사태와 그에 따른 ‘언택트’ 문화의 부상이 있기 전에도 기업들은 로봇 뿐 아니라 자율주행기술, AI, 5G무선통신, 블록체인,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최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인력을 대체하는 각종 솔루션의 실증에 나섰다.

현 정부 초기부터 최저 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원가절감과 업무 효율 극대화 방안을 모색했고, 그 중 많은 기업이 로봇과 ICT 기술을 선택했다.

국내 패스트푸드 매장, 멀티플렉스 극장 등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키오스크가 아르바이트생을 대신해 왔다. 미국의 아마존, 한국의 이마트 등을 위시한 대규모 유통업체는 무인 매장까지 도입했다.

CEO의 2020년 신년사에 ‘다가오는 10년’의 의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혁신의 키워드를 언급하지 않은 기업이 거의 없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고객’을 강조하긴 했지만 ‘일자리’의 중요성을 우선시한 CEO는 찾기 힘들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 5월 동아프리카 르완다의 코로나19 방역을 지원하기 위해 로봇 5대를 기증했다. 르완다 보건부 장관과 정보통신기술혁신부 장관이 로봇들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르완다 ICT혁신부 트위터)


로봇 발전으로 새로운 일자리 늘어날 것

미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자동화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고, 대량 해고에 대한 전망이 점점 무르익는 중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감염병 확산 우려에 따른 ‘언택트’ 서비스란,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의 다른 말일 수 있다.

다만, 아직 자동화 도입에 따른 대량 해고의 뚜렷한 징후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현재 로봇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작업 공간을 구상 중이며, 사람을 더 생산적인 업무에 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독일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로봇 사용률이 높았던 국가들이 매우 낮은 실업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봇 도입에 적극적인 국내 기업들은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아직은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 로봇사업센터장 노진서 전무는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 도입과 관련해 “힘들고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직원들은 고객에게 다가가 새로운 경험과 더욱 존중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우아한형제들은 이들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실증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존 ‘라이더’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문제에 대해서 기술 혁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라이더’라는 직업도 6~7년 전 배달앱이 상용화되면서 급증한 직업이고, 우아한형제들의 직원은 그 사이 무려 14배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직업의 미래 2018’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은 2022년까지 7500만 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전망이다. 그리고 1억 3300만 개의 인간 일자리를 새로 창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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