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의 기본 공식이 깨지고 있다. 영화(映畵)는 있는데, 제(祭. 서로 접하다)만 쏙 빠지는 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이다. 관객이 밀집하는 영화제 특성상, 전염병에 취약해 온라인 상영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온택트(online+untact) 영화제’다.
출발선을 끊은 건 ‘전주국제영화제’. 일정을 연기한 끝에 지난 5월 28일부터 열흘간 국내 OTT 웨이브와 손잡고 무관객 영화제를 진행했다. 이어 ‘서울환경영화제’, ‘미쟝센 단편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굵직한 국내 영화제들이 온라인 또는 온·오프라인 병행 형태로 펼쳐졌다. 공통 골자는 관객들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이 유난한 시대의 대처법은 나름의 장점으로 각광 받았다.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개최지까지 이동할 필요도, 개막작이나 인기 작품을 보기 위한 티켓팅 전쟁을 불사할 이유도 없다. 그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볼 수 있다. 또 단편영화의 경우, 여러 상영작이 묶인 회차를 관람하는 대신 원하는 작품만 골라 감상할 수 있어 선택의 자유가 커졌다.
이처럼 선명한 장점에도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저작권을 비롯한 ‘상영료’ 문제다.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는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유료화를 두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 6월 주최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경쟁작을 온라인 무료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방적인 무료 상영 결정’이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온·오프라인 유료 상영 방식으로 변경했다.
주최 측의 진심 어린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해당 사례는 코로나시대 온택트 영화제에 대한 교훈을 남긴다. 결국, 본질은 영화라는 것. 상영관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영화’다. 규모가 크든 작든, 감독이 유명하든 신인이든 영화는 순수한 창작물로 저작권을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다. 온택트 영화제 진행에 앞서 유·무료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영화제들의 걱정과 달리 랜선 관객들의 저작권 인식이 높다는 점이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경우 55편의 유료 상영작이 1만 9854건 결제됐고, 앞서 진행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온라인으로 공개한 97편의 영화가 총 7048건 유료 결제됐다.
문화콘텐츠는 창작의 산물이다. 온라인에서 상영한다고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온택트 영화제가 유료화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기회는 공평해야 하고, 가치는 인정받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