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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환경①] 섬유유연제 시장, ‘친환경 마케팅’ 내세우는 까닭

LG생활건강·애경산업, ‘無 미세 플라스틱 향기 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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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4호 옥송이⁄ 2020.08.29 08:45:36

지속가능성을 아시는지. 현재의 생태계를 훗날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다. 기후나 국가정책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들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나 LG화학,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속속 친환경 인증을 받고 있다. 환경 문제에 둔감한 기업은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1편은 친환경 마케팅이 활력을 얻고 있는 섬유유연제 시장을 다룬다.
 

대형마트에 섬유유연제가 진열된 모습. 사진 = 옥송이 기자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아주 작은 것도 흔적이 남는다. 무슨 소리냐고? ‘미세(微細) 플라스틱’ 이야기다. 채 5㎜가 되지 않는 이 플라스틱들은 바다 생물의 입속으로, 결국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 이른다.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이 커지자, 유통업계가 제품에 사용되는 미세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섰다.

‘환경’ 앞세운 섬유유연제 속속 등장

“섬유유연제에 미세 플라스틱 향기캡슐이 있다고요? 안 되겠네, 이거”

‘이거’에서 목소리가 연상된다. EBS의 크리에이터 ‘펭수’다. 어린이와 주부들을 몰고 나타난 펭수는 힘주어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반대한다. 그가 등장한 영상은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섬유유연제 아우라 광고. LG생활건강은 제품의 ‘無미세 플라스틱 향기캡슐’을 강조하기 위해 펭수를 모델로 기용했다.

향기 캡슐로 불리는 섬유유연제 속 미세 플라스틱은 빨래 후 건조된 옷에서 향이 지속되도록 작용한다. 그러나 헹굼 과정에서 상당수 하수로 유입돼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오랜 기간 풍화작용을 거치는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그 자체로 미세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 샤프란 아우라는 ‘無미세 플라스틱 향기캡슐’을 강조한다. 사진 =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해양 속 미세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고, 사용 규제 운동이 전개되면서 이에 동참하게 됐다”며 “지난 2018년 8월부터 모든 섬유유연제에 향기 캡슐을 넣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극의 청정한 바다에서 온 펭수는 샤프란 아우라의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기 가장 적합한 캐릭터”라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도 친환경 섬유유연제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르샤트라 1802는 향기 캡슐 대신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향 대신, 자연에서 온 성분과 은은한 향을 강조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향기 캡슐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최근 출시한 르샤트라 1802는 꽃 본연의 향기를 담은 고농축 섬유유연제로, 프랑스 프로방스 ‘르샤트라’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100% 내추럴 허브에센셜 오일을 함유했다. 자사 비농축 섬유유연제 대비 1/3 정도의 적은 양을 사용해도 풍부하고 깊은 향을 오랫동안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의 '르샤트라 1802'는 미세 플라스틱, 인공색소, 파라벤 6종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진 = 애경산업 


친환경 요소를 강조한 양사 제품들의 상반기 실적은 성장세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매출 기준 샤프란 전체 브랜드는 매출 14% 성장(이하 전년 동기 대비), 아우라는 6% 상승했다. 애경산업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생활용품사업의 디지털 매출액 가운데, 르샤트라의 매출이 성장세를 기록했다.

친환경 제품, 소비자 만족과 매출 동시에 기대

기업들이 ‘無 미세플라스틱’ 등 친환경 요소를 강조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학부모 A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환경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바이러스나 오염 같은 천재지변의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인류 전체에 확산된다”며 “지구 환경이 곧 내 아이 건강과 이어진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지구 오염에 덜 피해 주는 소비재를 선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환경 개선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친환경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 상승 효과를 노리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섬유유연제 시장 1위 왕관을 차지하고 있는 P&G의 ‘다우니’는 향기 캡슐의 대표 주자다. 지난 2012년 국내에 진출한 다우니는 ‘강한 향’을 내세우며 고농축, 향기 캡슐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부 향기 캡슐 섬유유연제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논란에 휩싸였다. 향기캡슐을 둘러싼 환경오염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우니는 국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 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 = 픽사베이 


P&G 측은 “향기 캡슐은 해양 쓰레기와 관련 있다고 알려진 미세 플라스틱과는 그 구조와 속성이 다른 물질”이라며 “향기 캡슐은 현재 제정된 전 세계 미세플라스틱 관련 법규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향기 캡슐이 해양을 오염시키는 미세 플라스틱인지 진위여부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 “2021년부터 미세 플라스틱 제품 생산 금지”

향기 캡슐이 미세 플라스틱 관련 법규 범주에 포함되느냐 여부를 떠나, 오는 2026년부터는 국내외에서 미세 플라스틱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국내의 경우 오는 2021년부터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제조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에는 미세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마이크로비즈(물에 녹지 않는 5mm 이하의 고체 플라스틱)가 들어가는데 이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P&G의 다우니 등에 첨가되는 향기캡슐은 유럽연합이 2026년까지 대체제 마련을 권고하면서 유예기간을 연장해, 환경부도 향기캡슐은 예외로 했다. 유럽연합도 2026년부터는 향기캡슐을 규제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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